2026.08.11 03:17 AM
By 전재희
중국 저가 AI·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데이터센터 반발까지 변수..."클로드 코드" 성장세 앞세워 상장 준비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올가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잠재 투자자들과 만나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빠른 성장세와 AI 반발 여론에 대응할 전략을 설명하며,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IPO를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가치 9,650억달러로 평가되는 앤트로픽은 최근 몇 주 동안 상장 전 투자자 미팅을 진행해왔다. 투자자들은 이 자리에서 중국산 저가 AI 모델의 부상,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 미국 전역에서 확산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반발이 회사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의는 AI 경쟁의 승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는 사업 모델의 안정성도 여전히 검증 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앤트로픽은 9월 또는 10월 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오픈AI(OpenAI)는 이보다 늦은 시점, 이르면 내년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의 IPO는 AI 기업 가치평가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 가격과 이후 주가 흐름은 오픈AI를 비롯한 최상위 AI 개발사들의 시장가치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된다.
AI 산업에는 이미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확보에 쓰인다. 이런 투자는 AI 수요가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서 있다. 따라서 앤트로픽의 상장 성패는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AI 붐 전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시험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앤트로픽은 올해 초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AI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떠올랐다.
클로드 코드는 개발자들이 코드 작성과 수정, 디버깅, 프로젝트 구축을 AI에 맡길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이 제품의 성공은 앤트로픽의 매출 성장과 시장 지위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자사의 연환산 매출이 47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사용량 자료에서도 클로드 코드와 다른 앤트로픽 도구에 대한 수요는 계속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올해 간헐적인 서비스 장애를 겪기도 했는데, 이는 수요가 인프라를 압박할 정도로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위험 가운데 하나는 중국산 저가 AI 모델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기업 고객과 개발자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미국 AI 기업들의 높은 비용 구조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 경영진은 투자자 미팅에서 중국 경쟁의 영향을 낮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자신들이 최첨단 AI 모델 제공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용자는 특정 시점에서 가장 지능적인 AI 시스템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와 다른 미국 AI 업계 리더들은 공개적으로도 중국 모델이 최상위 미국 모델보다 대체로 몇 달가량 뒤처져 있다고 주장해왔다. 즉 가격은 낮더라도, 성능 차이가 존재하는 한 앤트로픽의 핵심 시장을 직접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앤트로픽은 AI 경쟁에서 앞서나가면서 실리콘밸리 내부의 견제도 받고 있다.
일부 기술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앤트로픽이 AI 생태계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클로드 코드와 같은 제품이 개발자 업무 흐름을 장악할 경우,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AI 스타트업들이 앤트로픽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이런 반발을 완화할 방안으로 헬스케어와 생물학 분야 AI 활용 확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AI가 질병 연구, 신약 개발, 진단 지원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AI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회사는 아직 정확한 상장 가격 계획이나 최종 일정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이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AI 인프라다.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반도체, 클라우드 자원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곳곳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력망 부담, 환경 영향, 물 사용, 세제 혜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스페이스X(SpaceX), 구글(Google) 등과 새로운 컴퓨팅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는 빠르게 늘어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인프라 확장이 매출 성장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AI 기업들이 수천억 달러를 컴퓨팅 자원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시장의 의구심은 커질 수 있다.
앤트로픽의 IPO는 올해 대형 기술기업 상장 열풍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앞서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는 올해 IPO 이후 거래에서 2조달러를 넘어서는 가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초대형 기술 상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페이스X 주가는 초기 급등 이후 매도세를 겪었다. 이 사례는 비상장 시장의 높은 기대가 공개시장으로 옮겨질 때 얼마나 큰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앤트로픽 역시 상장 후에는 더 엄격한 실적 검증과 투자자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상장 시장에서는 성장성과 비전이 중심이지만, 공개시장에서는 매출, 수익성, 현금흐름, 인프라 비용, 경쟁력 유지 여부가 더 냉정하게 평가된다.
앤트로픽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투자자 질문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AI 기술의 안보 위험, 중국과의 경쟁, 데이터센터 인프라, 규제 방향을 둘러싸고 AI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AI 안전과 규제 문제에서 비교적 강한 입장을 보여온 회사로, 행정부와 정책적 긴장이 생길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정치적 리스크가 회사의 성장 전략이나 정부 계약, 규제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금 AI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클로드 코드의 성공으로 급성장했고, 연환산 매출은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회사는 오픈AI보다 먼저 공개시장에 진입해 AI 기업 가치평가의 기준을 세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앞둔 환경은 복잡하다. 중국산 저가 AI 모델은 가격 경쟁을 압박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반발은 인프라 확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는 앤트로픽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긴장도 변수다.
앤트로픽은 최첨단 모델 성능, 클로드 코드의 성장세, 헬스케어·생물학 AI 확장 가능성, 대형 컴퓨팅 계약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번 IPO의 핵심은 단순히 앤트로픽이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느냐가 아니다. 공개시장이 AI 붐의 성장 논리와 막대한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장기 수익성을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앤트로픽이 상장에 성공하고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AI 기업 전반의 가치평가에 강한 긍정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상장 후 변동성이 커지거나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면, AI 산업 전체의 자금 조달 환경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