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2 06:40 AM

미국 7월 물가상승률 3.4%...전월보다 소폭 둔화

By 전재희

근원물가도 완만한 흐름...연준, 9월 금리 동결 명분 확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소폭 낮아졌다. 중동 평화 협상 기대가 한때 휘발유 가격을 끌어내린 데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여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2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6월의 3.5%보다 낮은 수준이다.

월마트 매장
(월마트 매장. 자료화면)

근원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2.5% 올랐다. 6월의 2.6%보다 둔화됐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이는 물가 압력이 다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치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 낮춰

7월 물가 둔화에는 휘발유 가격 하락이 영향을 줬다.

이란 전쟁은 지난 2월 시작 이후 에너지 시장을 크게 흔들어왔다. 그러나 7월 상당 기간 중동 평화 협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갔다.

7월 휘발유 가격은 6월보다 2.9% 하락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5% 높은 수준이다. 즉 전월 대비로는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가격 수준이라는 뜻이다.

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5월 갤런당 4.50달러를 넘었던 수준에서는 내려왔지만, 아직 약 4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약 3달러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

연준, 9월 금리 인상 압박 줄어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에 중요한 신호다.

연준 당국자들은 최근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지, 아니면 현 수준에서 더 지켜봐야 할지를 놓고 고민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없이도 물가가 2% 목표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위원들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7월 근원물가가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친 것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명분을 제공한다.

연준은 9월 15~16일 정책회의 전까지 한 차례 더 물가 자료를 확인하게 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다음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58%로 보고 있다. 이는 CPI 발표 직전 54%, 전날 52%보다 높아진 수치다.

물가 둔화에도 2% 목표와는 거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연준의 2% 목표로 완전히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12개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초 한때 2.3%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다시 반등했다.

올해 초에는 물가가 다시 둔화 흐름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뛰면서 봄철 물가가 다시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붐도 새로운 물가 요인으로 등장했다.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면서 건설자재와 하드웨어 가격에 상승 압력이 생기고 있다.

호르무즈 불안이 에너지 가격 변수

이란 전쟁은 여전히 물가의 핵심 변수다.

5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은 불편한 교착상태에 들어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전쟁 종료 시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이 미사일이나 드론으로 항로를 위협하면 유가와 휘발유 가격, 보험료, 물류 비용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7월에는 평화 협상 진전 기대가 휘발유 가격을 낮췄지만, 협상이 지연되거나 다시 긴장이 커질 경우 에너지 가격은 재차 반등할 수 있다. 이는 물가 둔화세를 다시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근원물가도 아직 완전히 안심하긴 어려워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도 물가 압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연준이 지속적으로 2%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려면 휘발유 가격 하락만으로는 부족하다. 주거비, 항공료, 자동차보험료 등 여러 서비스와 생활비 항목에서 가격 상승세가 더 식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계속 전가할 수 있는지는 소비자의 구매력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비교적 견조하게 버텨왔지만, 5년 가까이 이어진 높은 물가에 피로가 누적돼 있다. 최근 노동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 물가 압력은 낮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소비가 계속 강하면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유지할 수 있고, 물가 둔화는 더뎌질 수 있다.

7월 CPI는 안도 신호지만, 연준의 고민은 계속

7월 CPI는 금융시장에 일단 안도감을 줬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3.4%로 낮아졌고, 근원물가도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이는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서둘러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준 목표인 2%를 웃돌고 있고,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25% 높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 관세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 AI 인프라 붐에 따른 자재·장비 가격 상승도 남아 있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에 시간을 벌어줬지만, 결정을 끝낸 것은 아니다. 9월 회의 전 발표될 다음 물가 자료와 고용 지표가 연준의 최종 판단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