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2 07:24 AM

자산관리 업계의 3조달러 고민...투자자들, 현금에 머문다

By 전재희

머니마켓펀드 잔액 사상 최고...자문사들은 채권·ETF·사모대출 권하지만 투자자들은 신중

미국 자산관리 업계가 3조달러가 넘는 '현금 산'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머니마켓펀드에 넣어둔 채, 채권이나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기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소매용 머니마켓펀드 자산은 3조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 부근에 머물고 있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머니마켓펀드에 넣어둔 수조 달러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자산관리 업계의 3조 달러
(자산 관리 업계의 3조 달러. AI)

자산관리사와 금융자문사들은 투자자들이 현금을 너무 많이 들고 있다며 채권, 지방채, 버퍼 ETF, 사모대출 등 대체 투자처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현금성 상품의 안정성과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선호하고 있다.

금리 급등 이후 머니마켓펀드 매력 커져

머니마켓펀드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 정책을 끝내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머니마켓펀드 수익률은 5%를 넘었다.

이후 금리는 낮아졌지만, 머니마켓펀드의 매력은 크게 사라지지 않았다. 크레인 데이터(Crane Data)에 따르면 현재 머니마켓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49% 수준이다.

75세 은퇴 조종사 돈 로스(Don Ross)는 이런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포트폴리오의 85%를 주식에 두고, 나머지는 연 3.62% 수익률의 머니마켓펀드에 보유하고 있다.

로스는 과거 약세장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약세장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 기간을 버틸 만큼 현금을 확보해두고, 현금이 줄어들면 주식을 일부 팔아 다시 채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융자문사들은 그에게 채권펀드를 권했지만, 그는 "그보다 더 나쁜 소득 흐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사들 "현금 과다 보유 위험"

자산관리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현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머니마켓펀드 수익률은 대체로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가 더 내려가면 머니마켓펀드, 고금리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도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찰스슈왑(Charles Schwab)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너무 많이 보유하는 위험"을 경고하는 글을 내고 있다. 현금은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기회비용 때문에 자산을 충분히 불리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리벤트(Thrivent)의 데이비드 로열(David Royal) 최고재무·투자책임자는 "2022년이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은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손실을 낸 이례적 시기였고, 그 경험 때문에 투자자들이 채권의 분산효과를 잊었다는 것이다.

채권으로 금리 고정하라는 조언

자문사들이 가장 많이 제안하는 대안은 채권이다.

장기 채권을 사면 현재 수익률을 더 오랜 기간 고정할 수 있다.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머니마켓펀드 수익률은 따라 내려가지만, 이미 산 장기 채권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계속 제공할 수 있다.

로열은 투자등급 회사채를 만기가 다른 여러 채권으로 나눠 사는 '채권 사다리' 전략을 고려하라고 권한다. 최근 대형 클라우드·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회사채 수익률도 높아졌다.

다만 이 역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AI 인프라 투자 열풍으로 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로열은 초단기 채권펀드로 현금을 일부 옮기는 것만으로도 머니마켓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품질 지방채 펀드도 선호한다고 밝혔다. 지방채는 약 4% 수익률을 제공하며, 일반적으로 연방소득세가 면제되고 경우에 따라 주 소득세도 면제될 수 있다.

버퍼 ETF도 대안으로 부상

일부 자산관리사들은 채권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버퍼 ETF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버퍼 ETF는 옵션 전략을 사용해 주가 하락 위험을 일정 부분 방어하는 상품이다. 대신 상승 이익에도 상한이 있다. 일반적으로 12개월 같은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손실 보호와 수익 상한을 설정한다.

시콘 캐피털(Sykon Capital)의 토드 스탠키위츠(Todd Stankiewicz) 최고투자책임자는 고객들에게 현금 대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관리사라면 65세 고객에게 어떻게 전부 주식에 넣으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버퍼 ETF를 만기와 리셋 시점이 다르게 구성해 사다리처럼 운용하는 방식을 권한다. 예를 들어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Innovator Capital Management)의 8월 상품은 상승 수익 상한이 8.37%인 대신, 원금 하락 위험을 100% 방어하는 구조라고 회사 웹사이트는 설명한다.

다만 이런 ETF는 일반 ETF보다 비용이 높다. 수수료는 대체로 0.79~0.89% 수준이다. 스탠키위츠는 그래도 같은 보호 구조를 제공하는 은행 구조화채권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주식시장이 머니마켓펀드 수익률보다 낮은 성과를 낸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냥 현금에 머무는 편이 더 나았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투자자들은 복잡한 상품과 수수료 경계

현금을 고수하는 투자자들은 단순히 겁이 많아서가 아니다. 일부는 금융상품의 복잡성과 수수료를 경계한다.

로스는 복잡하고 수수료가 높은 투자상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도 선호하지 않는다. 뱅가드 전체 채권시장 ETF의 10년 연율 수익률이 1%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최근 새 금융자문사와 일하기 시작했지만, 자문사가 사모대출 투자에 관심이 있는지 묻자 투자 결정은 자신에게 맡기고 상속계획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스는 "누군가 '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왜 그 말을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사 이해관계도 작용

자산관리사들이 투자자에게 현금을 줄이라고 권하는 데는 투자 논리뿐 아니라 업계의 이해관계도 있다.

머니마켓펀드에 머무는 현금은 자산관리사 입장에서 더 높은 수수료를 창출하기 어렵다. 반면 채권펀드, ETF, 구조화 상품, 사모대출 같은 상품은 자문사와 운용사에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는 것은 장기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문사의 권유가 항상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의심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금을 줄이라"는 조언을 들을 때 그 이유와 비용, 위험 구조를 더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현금의 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머니마켓펀드의 3조달러는 미국 투자자들이 아직 위험자산으로 완전히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금리가 내려가면 현금성 상품의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산관리사들은 지금의 채권 수익률을 고정하거나, 지방채와 초단기 채권, 버퍼 ETF 등으로 일부 자금을 옮기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2022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불확실한 노동시장, 고평가된 주식시장, 복잡한 금융상품 수수료도 이들을 신중하게 만든다.

자산관리 업계에는 3조달러 현금이 기회다. 하지만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그 현금은 불안한 시장을 버틸 방어막이다. 금리가 더 내려가고 시장 환경이 바뀌기 전까지, 투자자들의 현금 선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