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03:53 AM

"AI가 일자리 뺏는다" 민주당 경고에도…美 고용시장은 딴 길

By 이재경

미국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을 경고하며 정부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시장 지표는 이런 우려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폭스뉴스(FOX)가 13일(목) 보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상원에서 민주당과 코커스를 구성하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계획도 없이 어떻게 수백만 명을 길거리로 내몰 수 있단 말인가"라며 AI로 인한 실업 위험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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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자료화면)

샌더스 의원은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며 이 나라의 모든 남성, 여성,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 노동시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교의 '탄광 속 카나리아(Canaries in the Coal Mine)'라는 논문을 인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고객서비스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젊은 근로자 고용이 이미 16%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원 진보진영 다른 정치인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다. 하원 진보 코커스(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 의장인 그레그 카사르(Greg Casar, 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한 곳만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바로 미국 정부다"라며 "이번 의회에서 나온 주요 AI 관련 법안은 각 주(州)의 AI 규제를 막으려다 실패한 시도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포함됐던 10년간 AI 규제 유예 조항을 가리킨 것으로, 해당 조항은 상원에서 삭제돼 법으로 성립되지 않았다. 카사르 의원은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명확하다. AI는 소수의 투자자와 경영진을 더 부유하게 만들면서 수백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고,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지난 6월 "AI가 노동력의 절반을 뒤흔들 수 있다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기를 기다렸다가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으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뉴욕) 하원의원도 지난해 12월 "압도적 다수의 미국인이 이제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영구 실업 상태로 만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스뉴스는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를 인용해 2022년 말 AI 챗봇이 등장한 이후에도 미국은 계속 일자리를 늘려왔고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이후 매년 비농업 부문 전체 고용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실업률은 4.5% 아래에서 유지됐다. 일부 기업들은 AI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기업이 AI가 신입 직원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채용을 늘렸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시장의 당초 예상과 배치되는 결과였다.

이런 통계상의 온도차를 두고 보수 성향 싱크탱크 '어드밴싱 아메리칸 프리덤(Advancing American Freedom)'의 경제학자 리처드 스턴(Richard Stern)은 이번 논쟁이 자유시장과 중앙계획 간 세계관 충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스턴은 "이는 자유시장과 중앙계획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낸다"며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인간이라고 보는지, 아니면 이웃에게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존재로 보는지가 갈린다"고 말했다.

스턴은 혁신이 특정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노동자들을 다른 형태의 일과 새로운 상품 창출로 이끈 전례가 반복돼 왔다고 짚었다. 그는 1820년대 직조 산업을 위협했던 자카드 방직기(Jacquard loom)를 예로 들었다. "일종의 초기 펀치카드 시스템을 갖춘 자카드 방직기가 발명되면서, 사람이 문양을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바늘이 자동으로 오르내리며 문양을 스스로 재현할 수 있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턴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흔들고 근로자, 혁신가, 기업이 적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며, 결국 시장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이런 변화를 막거나 통제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신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백만 명의 기업가와 혁신가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정부를 믿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스턴은 정부에 대한 이런 의존을 일부 사람들이 AI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 비유했다. 그는 앤스로픽(Anthropic)이 내놓은 AI 챗봇을 언급하며 "'클로드(Claude), 뭐든 해줘. 환각도 없이, 실수도 없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200년 동안 정부를 그런 존재로 여겨왔다. '정부야, 아무도 풀지 못한 이 문제를 해결해줘. 환각도, 실수도, 부패도 없이'라고 말하는 셈"이라며 "이는 정부 역시 결국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트럼프 백악관 전 부실장 테일러 부도위치(Taylor Budowich)는 폭스뉴스 디지털에 "트럼프의 AI 붐은 미국 노동자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 뿐"이라며 반박했다. 혁신위원회(Innovation Council) 설립자인 부도위치는 "민주당은 AI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계속 말하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AI 붐이 미국 노동자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생산적이고 더 고용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