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04:55 AM
By 전재희
머스크, 공화당 지원 위해 최소 1억달러 투입 계획...백악관·JD 밴스가 물밑 중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의 관계가 극심한 공개 충돌 이후 다시 복원되고 있다. 머스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유지를 돕기 위해 최소 1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동행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며 사실상 결별한 상태였지만, 베이징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는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다고 당시 탑승자들은 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본 우주 발사 영상과 머스크의 어린 아들에 대해 물었다. 머스크는 백악관 참모들과 2024년 대선에 관여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즐거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측이 수개월 동안 듣고 싶어 했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 유지를 돕기 위해 핵심 주에서 유권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조직에 최소 1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머스크는 2024년 트럼프 재선을 돕기 위해 약 3억달러를 지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2024년 친트럼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아메리카 PAC(America PAC)에 기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카 PAC은 트럼프 진영의 주요 슈퍼 PAC인 **MAGA Inc.**와 협력할 예정이다. MAGA Inc.는 이미 4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2024년 대선 때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정치에 조금 지나치게 깊이 관여했던 것 같다"며 "솔직히 말해 좀 휩쓸렸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2024년 대선 당시 빠르게 가까워졌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머스크는 백악관 단지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연방정부 축소 작업을 지휘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파격적 방식은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내각 장관들은 자신들의 부처에 대한 통제권을 머스크가 침해한다고 불만을 가졌고,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정부 프로그램 삭감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온라인에서 폭발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X 팔로어 2억4,000만 명에게 "정말 큰 폭탄을 터뜨릴 시간"이라며 트럼프가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수사 파일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 파일이 공개되지 않은 "진짜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의 정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또 머스크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지출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해당 법안을 "역겨운 혐오물"이라고 부르며 국가 부채를 더 키울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나 없이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며 "이런 배은망덕함이라니"라고 썼다.
공개적으로 백악관은 머스크의 공격을 "불행한 에피소드"라고 축소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고위 참모들이 관계 복원을 위해 움직였다.
두 사람의 공개 충돌 하루 뒤 JD 밴스(JD Vance) 부통령과 수지 와일스(Susie Wiles) 백악관 비서실장은 머스크에게 조용히 연락해 긴장을 낮추려 했다. 상황이 너무 나빠졌기 때문에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통화는 비교적 잘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뒤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했고, 이 대화도 긍정적이었다. 이후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부 발언이 지나쳤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 아직 머스크를 다시 핵심 인맥 안으로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 부통령은 이후에도 머스크 및 그의 측근들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관계 복원에 핵심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새로운 정당 창당 계획도 접었는데, 이는 2028년 대선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밴스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머스크와 완전히 결별하기 어려웠던 현실적 이유도 있다. 스페이스X는 국방부와 NASA에 핵심적인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머스크는 NASA가 필요로 하는 국제우주정거장 임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당시 NASA 내부에서는 큰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갈등 이후 스페이스X의 연방정부 계약을 검토했지만, 대부분이 국방부와 NASA에 필수적인 계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앞서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스페이스X는 미국 군사 체계 안에서 더 깊이 자리 잡았다.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도 머스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의 벤처캐피털 회사 1789 캐피털은 머스크의 xAI, 스페이스X, 뉴럴링크(Neuralink)에 투자했다.
두 사람의 관계 회복에는 예상치 못한 비극도 영향을 미쳤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는 사망 전 수개월 동안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인물로 알려졌다.
커크가 지난해 9월 암살된 뒤, 트럼프와 머스크는 애리조나의 한 풋볼 경기장에서 열린 추모식에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의 기술 고문이자 머스크 측근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두 사람을 만나게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앉아 있던 관람석으로 걸어가 짧게 대화를 나눴고, 트럼프는 머스크가 떠날 때 그의 팔꿈치를 두드렸다. 그날 밤 머스크는 트럼프와 대화하는 사진을 X에 올리며 "찰리를 위해"라고 적었다.
백악관 내부 인사 변화도 관계 개선에 영향을 줬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오랜 측근 세르지오 고르(Sergio Gor)와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머스크의 정부효율화 작업이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자, 머스크는 인사 검증을 담당하던 고르를 탓했고, 트럼프가 고르를 질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트럼프는 고르를 주인도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이는 워싱턴에서 7,500마일 떨어진 자리였다.
또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머스크 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Jared Isaacman)을 NASA 수장으로 다시 지명했다. 아이작먼은 머스크와 가까운 민간 우주비행사 출신 기업인이다. 트럼프가 한때 머스크와의 결별 속에 그를 배제했지만, 다시 임명한 것은 머스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조치로 전해졌다.
트럼프 측근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적으로 머스크와 과거처럼 가까운 관계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대화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은 트럼프와 머스크가 대략 한 달에 한 번꼴로 통화하며 인공지능, 중국, 세계정세 등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합을 구축했다"며, 그 안에는 "이 행정부의 역사적 성과를 지키는 데 깊이 헌신한 애국자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 복원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겨냥한 대대적 조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계약에 크게 의존하는 머스크 역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에게는 정치적 방패가 필요하고, 머스크에게는 정부 계약과 규제 환경을 둘러싼 안정성이 필요하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는 과거처럼 뜨거운 동맹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사적으로 머스크와 예전만큼 가까워지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머스크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자금 지원과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통화하고, 같은 정치적 목표를 공유하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다시 손을 잡고 있다.
한때 현대 미국 정치에서 가장 독특하고 강력했던 트럼프·머스크 동맹은 공개 결별과 상호 공격을 거쳐 재가동되고 있다. 이번에는 우정이라기보다 필요에 의한 동맹에 가깝다.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지킬 수 있을지, 그리고 머스크의 1억달러 이상 지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두 사람의 관계 복원 효과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