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03:38 PM

이란, 美와 협상 시한 넘겨…트럼프 "항복 백기 들라"

By 전재희

 이란이 지난 17일 마감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미국 폭스뉴스(Fox)는 18일(화) 보도했다. 개전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이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그대로 남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가량이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란은 해협 통항에 대한 자국의 관할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미국은 이에 맞서 상업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전쟁 종식이나 핵 분쟁 해소를 위한 포괄적 합의로 가는 길도 막힌 상태다.

이란은 협상 마감 대신 오만(Oman)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새로운 상업 통항로에 대한 합의(understanding)를 발표했다. 다만 이 계획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발효될 수 없어,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 핵 프로그램, 더 넓은 범위의 협상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자료화면 )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Esmail Baghaei)는 "통항로 지도(map of the transit route)와 관련해 이해에 도달했다"며 양국이 공동성명 문안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만이 방해가 된다면 오만을 폭격해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을 향해 "항복의 백기를 들어야 할 것"이라며 전쟁 종식을 위한 항복을 촉구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저지하는 것이 행정부의 핵심 목표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번에 만료된 60일 시한은 지난 6월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라 설정된 것으로, 적대 행위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제재·역내 안보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의 틀을 마련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틀은 이란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군사 행동을 재개하면서 무너졌다. 백악관은 협상 시한이 합의 없이 종료된 데 대한 폭스뉴스 디지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 미 해군의 봉쇄 종료를 요구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자국 관할권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워싱턴은 전쟁 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오가던 이 해협에서 상업 선박의 무제한 항행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번 휴전 체제는 상업 선박에 대한 공격과 이에 따른 미국의 이란 내 보복 공습이 거듭되며 계속 시험대에 올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자,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 시설과 레이더 시설을 타격했다.

이어 7월에는 이란이 해협 내 선박 3척을 공격하면서 전투가 다시 격화됐고, 중부사령부는 사흘간 미사일·드론 시설, 해군 전력, 탄약고, 통신망, 해안 감시 거점 등 이란 군사 목표물 300여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습은 7월 22일까지 이어졌으며,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해상 전력과 미사일·드론 저장고, 해안 감시 시설, 방공 자산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누적 타격 목표 수치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소속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UAE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으나, 이란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선박에 대한 위협이 이어지면서 좁은 해협을 통과하는 통항량은 크게 줄었고, 이는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든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트럼프 행정부에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이른바 '철의 장벽(wall of steel)' 봉쇄를 구축해 해협 통항량을 전쟁 전 수준의 10% 미만으로 억제하며 '완전한 통제'를 확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국제 해상 운송로는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

협상 결렬은 전쟁으로 미군 탄약 재고가 압박받고 있다는 보도와도 맞물린다. 로이터는 이달 초 관련 데이터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 육군이 이번 분쟁 과정에서 에이태큼스(ATACMS)와 정밀타격미사일(Precision Strike Missile) 재고를 "사실상 전부" 소진했고, 전 세계 토마호크(Tomahawk) 재고의 절반 가까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군의 패트리엇(Patriot) 요격미사일 재고는 전쟁 전 수준 대비 최소 6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 같은 재고 감소가 미군의 대비 태세를 훼손했다는 지적에 반박하면서도, 방산업체들에 무기 생산 속도를 높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지난주 미 해군이 함정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란에 대한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 시한이 만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타협도, 핵 분쟁 해소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연장과 이란에 대한 압박 강화, 혹은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미군 무기 재고를 소진시켜온 전쟁의 지속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