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08:40 AM
By 이재경
LA타임스는 18일(화)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교체용 자동차 타이어에도 신차용 타이어와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요구하는 규정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는 전날 표결을 통해 이 규정을 통과시켰으며, 주 정부는 이번 조치로 운전자들이 연간 10억 달러를 절약하고 휘발유와 전력 수요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호크실드(David Hochschild)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은 표결 직전 "지금은 전국의 많은 근로 대중이 큰 경제적 압박을 받는 시기"라며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대중을 더 높은 비용 부담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규정은 20여 년 전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입법을 통해 에너지위원회에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이번에 위원회가 표결로 확정하면서 실제 시행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신차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구름 저항(rolling resistance)'이 낮아 도로와 맞닿아 튀어 오를 때 열로 소실되는 에너지가 적고, 그만큼 차를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 손실도 줄어든다. 이는 차량의 전체 연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반면 교체용 타이어는 일반적으로 구름 저항이 더 높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의 새 규정에 따라 교체용 타이어는 2033년까지 평균적인 신차용 타이어와 동등한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춰야 하며, 그 전 단계로 2029년에는 중간 목표치가 적용된다.
에너지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고효율 교체 타이어는 초기 구매 비용이 다소 오를 전망이다. 2033년 기준으로 한 세트당 약 26달러가 더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연비 절감 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2033년까지 운전자들이 타이어 수명 기간 동안 순 153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대기오염 저감 효과 측면에서는 매년 자동차 40만 대를 도로에서 없애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위원회는 평가했다.
에너지위원회가 의뢰한 연구들은 에너지 효율성과 타이어 수명 단축, 안전성 문제 사이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럼에도 업계와 자동차 애호가 단체들이 우려를 제기하자, 위원회는 장수명 특수 타이어와 빗길 접지력(wet grip)을 강화한 타이어에 대한 요건을 완화했다. 아울러 경주용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등 특정 유형의 타이어에는 예외를 뒀고,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리는 모든 타이어에 대해서는 최소 빗길 접지력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수년에 걸친 조정 과정에서 이런 예외 조항과 각종 수정안이 반영되면서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브리지스톤(Bridgestone)과 미쉐린(Michelin)은 규정에 동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굿이어(Goodyear)와 미국타이어제조협회(United States Tire Manufacturers Assn.·USTMA)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이들은 수입 타이어에 대한 규정 집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원래 장착됐던 신차용 타이어가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가 동일한 타이어로 교체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USTMA의 트레이시 노버그(Tracy Norberg) 수석부회장 겸 법률고문은 표결에 앞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이 규정이 당장 시행될 준비가 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주용·수집용 자동차를 즐기는 일부 자동차 애호가들도 규정 변경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반면 환경단체와 소비자보호 단체들로 구성된 폭넓은 연합체는 규정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미국폐협회(American Lung Assn.)의 벤저민 리우(Benjamin Liu) 애드보커시 담당 매니저는 "연방정부에 의해 캘리포니아의 건강 보호 정책 다수가 훼손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번 규정이 중요한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소비자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은 이번 규정이 "업계에 이행 유예 기간을 지나치게 많이 준 측면이 있다"면서도, 규정 자체는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며 즉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위원들은 이날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규정을 통과시켰다. 낸시 스키너(Nancy Skinner) 위원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타이어의 30%가 이미 2033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지금부터 그때까지 제조사들은 이 30%를 100%로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앤드루 매캘리스터(Andrew McAllister) 위원은 전기차(EV) 두 대를 운전하는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 숫자를 볼 때마다 그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는 게 좋다"면서 "구름 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장착하면 바로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전기차가 에너지 사용량과 주행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가능거리를 계기판에 표시하는 방식을 가리킨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