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9 11:50 PM

美, 국제형사재판소장 등 제재…"권력 남용" 정면 겨냥

By 전재희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고위 인사 두 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폭스뉴스가 19일(수)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가자지구 전쟁을 이유로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를 해체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일본 국적의 ICC 소장 도모코 아카네(Tomoko Akane)와 세네갈 국적의 ICC 수석 재판검사 압둘라예 세예(Abdoulaye Seye)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ICC를 "부패하고 치명적으로 정치화된" 기구라고 규정했다.

국제형사재판 ICC
(국제형사재판소  ICC.  인권어쳐)

루비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들은 자국 정부가 ICC의 관할권에 동의하지 않은 인사들을 조사, 체포, 구금 또는 기소하려는 ICC의 시도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CC가 "권한을 악의적으로 남용하고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로 아카네 소장과 세예 검사가 미국 관할권 내에 보유한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은 미국인이나 미국 금융시스템과의 거래에서 대부분 차단된다.

루비오 장관은 "국가주권에 대한 ICC의 위협을 해체하기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전면적 캠페인은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더 많은 국가들이 이 정치화되고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에 대한 자금 지원과 참여를 중단하며 우리 캠페인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ICC가 미국 국민과 비회원국 국민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는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의 법적 근거가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2월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이 명령을 통해 제재 체계가 마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ICC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군인, 군 지휘관, 정치 지도자를 ICC가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ICC 측은 이번 제재가 "법치를 훼손한다"며 "공정한 사법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ICC는 비회원국 국민이라도 관할권을 수용한 국가의 영토에서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될 경우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마규정(Rome Statute)상 대상 범죄는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ICC 회원국으로, ICC는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저질렀다는 전쟁범죄 혐의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관료들이 저질렀다는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자국 영토 내 사건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ICC는 2024년 9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 폴 지고(Paul Gigot), 킴 스트라셀(Kim Strassel), 카일 피터슨(Kyle Peterson), 엘리엇 카우프만(Elliot Kaufman) 등 칼럼니스트들은 관련 토론에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시장이 네타냐후 총리 체포를 공약했다가 이를 철회한 사안을 다루며, 이 같은 법적 한계와 함께 ICC 해체에 대한 루비오 장관의 의지, 그리고 ICC의 관할권과 미국 주권에 대한 위협 우려를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맘다니 시장의 "허위 체포영장" 집행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