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0 12:53 AM

LA시의회, 에코파크·실버레이크·할리우드 노숙 야영 금지구역 해제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할리우드, 에코파크, 실버레이크 지역 내 12곳의 노숙 야영 금지구역을 해제했다고 LA타임스가 19일(수)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시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그는 야영 금지구역이 노숙 문제 해결에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시의회 회의에서 10대3으로 이 안건이 가결됐으며, 임멜다 파디야(Imelda Padilla), 트레이시 파크(Traci Park), 모니카 로드리게스(Monica Rodriguez)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 안건을 발의한 우고 소토마르티네스(Hugo Soto-Martínez) 시의원은 이번 조치가 야영 금지구역을 실제로 철회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LA 실버 레이크 (Silver Lake)
(노숙자 야영금지가 해제된 실버레이크. 구글)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금지구역 해제를 요청하며 "우리 이웃들을 블록 단위로, 때로는 지구 단위로 계속 밀어내는 것은 그들이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노숙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하며 "대부분의 경우 이는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것을 훨씬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소지품을 잃고, 벌금을 물고, 많은 경우 체포되기까지 한다. 내게는 이것이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LA시의 노숙인 야영 금지 관련 법인 시조례 41.18조는 학교와 어린이집 인근에서의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시의회는 도서관, 노인센터, 고속도로 고가 인근 등 이른바 '민감 용도' 구역에 대해 재량으로 야영 금지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번에 해제된 곳은 바로 이런 재량 지정 구역들로,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이 2022년 재선에서 낙선시킨 전임 13지구 의원 미치 오패럴(Mitch O'Farrell)의 요청으로 설정됐던 곳들이다.

민주사회주의자당(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LA지부 소속인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은 새로운 야영 금지구역 지정에 줄곧 반대표를 던져왔다. 그는 오패럴과 맞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 법을 시 전역에서 폐지하도록 추진하고 표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파디야 의원은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이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이 자신의 지구에서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요구하면서, 다른 동료 의원들이 각자 지역에 야영 금지구역을 설정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해왔다고 지적했다. 파디야 의원은 "이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서 지지해야 하는 문제인가, 아니면 당신이 우리를 대해온 방식대로 나도 당신을 대해야 하는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웨스트사이드 일부를 관할하는 파크 의원도 야영 금지구역이 노숙인 텐트촌의 재형성을 막는 데 활용돼 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침대와 서비스를 제공해 사람들을 거리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지만 그런 작업에 그만큼의 시간과 자금, 자원이 투입된 뒤에는 해당 지역이 안전하고 깨끗하고 접근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밥 블루멘필드(Bob Blumenfield) 의원은 41.18조가 노숙 문제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면서도,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의 재량을 존중해 이번 안건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당신의 지역을 대표한다면 이 41.18 구역을 어디에 둘지에 대해 똑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지역에서 그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고, 그곳은 내 지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숙인 지원단체 LA 스트리트 케어(LA Street Care)와 '41.18 폐지 운동(Abolish 41.18 Campaign)'의 활동가 크리스 렐(Kris Rehl)은 야영 금지구역이 노숙인들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놓는 역할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이 없는 사람의 주거 상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잠깐 구금하거나 최대 2500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는 그들이 집이 없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렐이 속한 단체 등은 지난해 소토마르티네스 의원에게 자신의 지구 내 금지구역을 약속대로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그의 재선 캠페인 기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자, 이들은 그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그의 선거 후원자들에게 우편엽서를 보내는가 하면, 그의 모금 행사 취소를 압박하기도 했다. 렐은 "한 후보가 스스로 지지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 정도의 압박이 필요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사벨 후라도(Ysabel Jurado), 유니세스 에르난데스(Eunisses Hernandez), 그리고 오는 11월 3일 선거에서 캐런 배스(Karen Bass) 시장에 도전하는 니티야 라만(Nithya Raman) 의원 등도 동료 의원들이 추진한 새 야영 금지구역 지정에 거듭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