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1 07:40 AM
By 전재희
트럼프 '경제 D-Day' 후속 조치 예고...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까지 제재 대상 경고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에 대한 새 경제 압박 정책을 예고하며, 미국의 동맹국과 교역 상대국들을 향해 사실상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핵심 메시지는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 맞설 것인가"였다.
베센트 장관은 20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추가 제재가 아니라, 이란 경제를 국제 금융·무역망에서 최대한 고립시키는 대규모 압박 작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경제전"을 예고하고, 이란에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와 기업에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나왔다.
베센트 장관의 가장 강한 표현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을 향한 경고였다.
그는 미국이 각국에 가서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하거나, 우리에 맞서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테러와의 전쟁' 때 사용됐던 "with us or against us" 표현을 연상시키는 강경한 압박 문구다.
이번 메시지는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 등 이란과 경제 관계를 이어가는 국가들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센트는 이란과 계속 거래하거나, 이란산 원유를 사고, 자금 이전이나 해상 환적을 통해 이란에 우회로를 제공하는 경우 미국 재무부와 미 정부가 전면적으로 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새 이란 압박 정책은 이란만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해운업체, 원유 구매자, 중개업체까지 압박하는 '2차 제재'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압박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조율된 경제적 고립"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미국이 단독 제재에 그치지 않고, 동맹국과 협력국들을 동원해 이란의 무역·금융·에너지 거래를 동시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란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취지의 표현도 사용했다. 다만 이는 군사적 정권교체를 공식 목표로 선언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란 정권이 전쟁과 핵개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할 경제적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압박 발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베센트는 구체적인 제재 패키지는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세부 대상과 집행 방식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경제 압박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 내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을 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도 경제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당장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기보다, 이란 항구 봉쇄와 금융 제재, 원유 거래 차단을 통해 이란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센트 장관도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최대 경제 압박을 하고 있다면,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kinetic restart"는 폭격이나 군사행동 같은 물리적 군사작전 재개를 뜻한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압박에서 경제적 압박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베센트의 구상은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미 진행 중인 이란 항구 봉쇄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과 해상 물류를 압박하기 위해 해군력을 동원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항구 주변의 봉쇄는 이란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핵심 통로를 막는 수단이다.
둘째는 새 제재 패키지다. 베센트는 이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표현했다. 이 제재는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금융기관까지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은 이란을 직접 조이는 동시에, 이란의 우회 거래망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베센트가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행위를 단순한 중립적 경제활동이 아니라,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 맞서는 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번 발언은 특히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으로 꼽혀왔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중국의 협조 또는 중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
베센트는 중국을 공개적으로 특정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많은 대화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베이징이 미국의 압박 기조에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중동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압박이 실제로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겨냥할 경우,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확대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경제·무역 제재를 "경제 테러"라고 규정하며, 일반 이란 국민을 겨냥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을 받을 경우 "파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이란 내부에서도 경제 압박의 부담을 의식하는 실용주의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란 강경파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압박을 협상 신호가 아니라 더 큰 전쟁의 전조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보당국은 이란 강경 지도부가 미사일과 드론 생산을 늘리고, 혁명수비대의 통제력을 강화하며, 걸프와 홍해 전선 확대를 준비해왔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제 압박은 이란에는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역풍을 만들고 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대 중반까지 올랐고, 미국 내 휘발유·디젤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유가가 왜 오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최대 경제 압박은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므로 오히려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 호르무즈 해협 불안, 제3국 제재 가능성은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적인 불확실성을 만든다. 미국이 이란 경제를 더 강하게 조일수록, 단기적으로는 원유와 가스 가격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확전보다 경제 압박을 택한 데는 국내 정치도 작용하고 있다.
이란 전쟁은 거의 6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주유비와 생활비 상승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베센트의 설명처럼 경제 압박이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를 피하게 해준다면, 백악관은 이를 전쟁 확대를 막는 강경한 대안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재와 봉쇄가 유가를 밀어 올리고 소비를 위축시킨다면, 경제 압박 전략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더 이상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 경제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모든 거래를 미국의 압박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전"을 예고했고, 베센트는 이를 세계적 경제 고립 작전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해상 봉쇄와 금융 제재, 원유 거래 차단, 2차 제재가 결합된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고위험이다. 이란이 굴복하면 군사 확전 없이 협상을 재개할 수 있지만, 이란 강경파가 이를 체제 생존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충돌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중국이나 다른 이란 교역국을 겨냥한 제재는 미중 갈등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결국 베센트의 발언은 단순한 제재 예고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이란 문제를 놓고 세계 각국에 선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란과 거래할 것인가, 미국 금융망과 시장 접근을 유지할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새 경제전은 바로 그 선택을 각국과 기업 앞에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