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2 01:24 PM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 '저항 운동'의 얼굴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던 민주당 인사들이 올해 예비선거에서 잇따라 좌파 도전자들에게 패배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21일(금) 보도했다. 트럼프에 맞섰다는 이력만으로는 더 이상 유권자의 표를 얻기에 충분치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예비선거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낙마 사례는 알렉산더 빈드먼(Alexander Vindman) 전 육군 중령이다. 그는 국가안보회의(NSC) 소속으로 근무하던 약 10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1차 탄핵 심리에서 핵심 증인으로 나서며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고, 이번 상원 예비선거에서도 '트럼프 저항'을 선거 운동의 핵심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민주당 상원 예비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자(DSA) 소속 앤지 닉슨(Angie Nixon) 주 하원의원에게 패했다. 닉슨은 빈드먼에 비해 선거자금을 10분의 1가량밖에 쓰지 못했음에도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를 거뒀다.
빈드먼 외에도 콜로라도주 다이애나 디게트(Diana DeGette), 뉴욕주 댄 골드먼(Dan Goldman) 하원의원 등 한때 '저항의 스타'로 불리던 인사들이 극좌 성향 도전자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탄핵을 주도했던 미시간주 슈리 타네다르(Shri Thanedar), 텍사스주 알 그린(Al Green) 하원의원도 각각 더 젊은 도전자들에게 패했다. 트럼프 2차 탄핵을 다룬 핵심 위원회 소속이었던 일리노이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하원의원 역시 상원 진출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단체 '링컨 프로젝트' 공동 설립자이자 오랜 트럼프 비판론자인 조지 콘웨이(George Conway)의 하원의원 도전도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활약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던 전 국회의사당 경찰관 해리 던(Harry Dunn) 역시 메릴랜드주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2회 연속 낙선했다.
트럼프 1기 시절 '저항 운동'에 자금을 댔던 억만장자 환경·정치 운동가이자 전 대선 후보 톰 스타이어(Tom Steyer)는 올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디게트와 함께 2021년 트럼프 탄핵 소추위원을 맡았던 캘리포니아주 에릭 스왈웰(Eric Swalwell) 하원의원은 성폭행·성희롱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주지사 도전을 접고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벤 로즈(Ben Rhodes)는 그간 트럼프에 대한 반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정치 운동을 세울 수 없다고 거듭 지적해왔다. 그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유권자들의 경제적 우려와 일상적 불만을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의 2016년과 2020년 대선 캠프에서 지도부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유명한 진보 성향 정치 전략가이자 풀뿌리 조직가 섀넌 잭슨(Shannon Jackson)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이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예비선거에서 낙마한 옛 저항 지도자들을 언급하며 "그들은 트럼프에 맞서 왔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며 "우리는 왜 트럼프가 이겼는지, 민주당과 지금까지 우리를 이 지경까지 이끈 지도자들의 실패가 무엇이었는지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8년 민주당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는 진보 진영 대표 인사 로 카나(Ro Khanna)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의 최측근 컨설턴트이기도 한 잭슨은 "실제로 벌어진 일은 진보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국을 휩쓰는 하나의 물결"이라고 평가했다.
올봄과 여름 사이 미시간, 미네소타, 플로리다 등에서 치러진 굵직한 상원 예비선거를 포함해 진보·사회주의 성향 후보들이 기득권 진영 후보들을 잇달아 꺾은 것은 사실이지만, 온건파 역시 곳곳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짚었다.
가장 최근 온건파의 승전보는 플로리다에서 나왔다. 지난 18일 재러드 모스코위츠(Jared Moskowitz) 하원의원은 DSA가 지원한 도전자를 큰 격차로 눌렀다. 같은 날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을 지낸 데비 와서먼 슐츠(Debbie Wasserman Schultz) 하원의원도 대폭 개편된 선거구에서 사회주의 성향 후보를 포함한 4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재지명에 성공했다. 와서먼 슐츠는 DSA의 지지를 받은 일라이자 맨리(Elijah Manley)를 비롯한 도전자들을 꺾었다.
DNC 위원이자 오랜 정치 전략가 겸 평론가인 마리아 카르도나(Maria Cardona)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저항 운동의 영웅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식의 서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싸워줄 사람을 원한다"며 "스스로를 기득권이라 부르든, 온건파, 진보파, 혹은 DSA라 부르든 유권자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당신이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카르도나는 이어 "새롭게 등장한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든, 수십 년간 정치를 해온 데비 와서먼 슐츠든, 지역사회를 위해 성과를 내고 여전히 투사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승리할 것"이라며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편 플로리다에서는 닉슨의 승리를 두고 사회주의 세력의 부상에 대한 경고음도 나왔다. 릭 스콧(Rick Scott) 상원의원은 온건파 민주당 인사들이 자당 내 진보 진영에 맞서기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모스코위츠 하원의원은 극좌 도전자를 상대로 거둔 자신의 승리 전략을 소개하며 반박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