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2 11:21 AM

AI 에이전트에 맞춰 일하는 창업자들..."쉬면 일주일치 기회 놓치는 느낌"

By 전재희

업무 자동화가 오히려 장시간 노동 부추겨...스타트업 창업자들, 수면 부족·번아웃 우려

AI 에이전트의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업무 방식도 바뀌고 있다.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는 도구로 기대됐던 AI가, 일부 창업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새로운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생성형 AI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창업자들은 이들을 "매혹적이고, 중독적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존재"처럼 묘사한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여러 단계의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작업 중간에 추가 지시나 맥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창업자들은 밤낮없이 대기하게 된다.

AI가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사람의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AI가 멈추지 않도록 계속 지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8시간 막혀 있는 비용이 너무 크다"

IT팀용 AI 문제 해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킬(Keel)의 공동창업자 아디티야 샤르마(Aditya Sharma)는 최근 AI 봇들과 밤샘 작업을 한 뒤 오전 6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의 AI 에이전트들은 고객 기능 개발, 사내 모델을 위한 리서치, 마케팅 캠페인 모니터링 등을 수행한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은 작업을 진행하다가 종종 추가 정보나 판단을 요구한다. 샤르마는 이들이 언제든 작업을 끝내거나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는 "에이전트가 8시간 동안 막혀 있는 비용이 너무 크다"며 "이들은 한밤중에도 언제든 일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업무 시간이 아닐 때도 주변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있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계속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AI가 빨라질수록 사람도 더 빨라져야 한다

창업자들이 혹독한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 문화에서는 오래전부터 회사를 키우기 위해 잠을 줄이고 일하는 것이 일종의 성공 신화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여기에 새로운 속도를 더했다. AI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창업자들은 몇 달마다 자신의 업무 방식 자체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더 큰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실험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끝났다"는 감각은 더 멀어졌다.

AI
(인공지능  AI.  자료화면)

AI가 한 번에 더 많은 일을 해내면, 창업자는 그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객 요청에 대응하고, 다음 작업을 다시 배분해야 한다. 자동화가 업무를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실행과 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구조다.

은퇴 약속 뒤집고 다섯 번째 창업

기술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네 차례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피터 페자리스(Peter Pezaris)는 올해 은퇴하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젊은 창업자 시절 그는 혹독한 업무 강도 때문에 두 차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하루 한 시간만 자다가 사무실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AI 붐을 외면하지 못했다. 네 달 전 그는 AI 인력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다섯 번째 스타트업 프록손(Proxon)을 세웠다.

페자리스는 AI 에이전트와 일하는 경험을 "마약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실제 마약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한다. 프록손에는 인간 개발자 6명이 있지만, AI 에이전트 덕분에 회사가 에이전트 없이 운영될 때보다 30배 빠르게 움직인다고 그는 추산한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지면 새로운 일이 따라온다. 고객 온보딩이 빨라지면 고객 요청도 더 빨리 늘어난다. AI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는 다시 사람이 확인하고, 설명하고, 적용해야 한다.

페자리스는 "내가 일하지 않는 매 순간, 일주일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둘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AI 기반 데이터 수집 플랫폼 리베터(Riveter)의 공동창업자 애비 그릴스(Abby Grills)도 비슷한 압박을 느낀다. 리베터의 직원은 그와 공동창업자 코디 워터스(Cody Watters) 두 명뿐이다.

두 사람은 계속 사람을 채용하려고 계획하지만, AI 에이전트로 또 다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채용을 미루게 된다. 그릴스는 "우리 둘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릴스는 보통 하루 10시간 일하고, 주말 하루만 쉰다. 그는 2024년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창업자 프로그램을 거치며 지나친 노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직접 봤다. 같은 기수의 한 창업자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식사대용 제품에 의존하다 병원에 입원했다.

그릴스는 잠과 일상생활이 무너지면 결국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지쳐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필요할 때 쉬려고 조금 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학위가 쓸모없다"는 충격

보스턴의 AI 스타트업 창업자 아제이 칼리아(Ajay Kalia)는 2023년 2월 스포티파이 AI 그룹에서 일하던 중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박사학위와 20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회의실에서 나와 얼굴이 굳은 채 "내 박사학위가 쓸모없다"는 식의 말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칼리아는 2024년 스포티파이를 떠나 자신의 회사 알트(Alt)를 창업했다. 그는 보통 오전 5시 30분이나 6시에 일을 시작해 밤 9시나 10시에 마친다. AI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몇 달마다 에이전트의 능력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방식도 다시 맞춰야 한다.

그는 "새 모델로 더 크고 훨씬 더 야심 찬 개념을 만들 수 있다"며 "그 점은 훌륭하지만, 문제는 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애플워치로 AI 에이전트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는 편리하면서도 부담스럽다. 그의 시계는 10분마다 에이전트의 요청으로 울린다. 그는 "달리기를 하면서도 시계를 보고 에이전트에게 무언가를 허락하는 것이 건강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번아웃 알지만 멈추지 못하는 분위기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업무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멈추는 것이 더 두렵다고 말한다.

AI는 창업자들에게 과거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더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두세 명이 예전에는 수십 명이 필요했던 일을 해낼 수 있다. 고객 대응, 코드 작성, 데이터 분석, 리서치, 마케팅까지 AI 에이전트가 일정 부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곧 압박으로 바뀐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창업자는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진다. 쉬는 시간은 곧 경쟁자에게 뒤처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칼리아는 자신의 창업자 네트워크에서 휴식을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번아웃을 공개적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경계선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조용히 서로 인정한다"며 "한편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멈추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자동화가 만든 새로운 노동 강박

AI 에이전트는 스타트업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작은 팀이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창업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큰 목표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은 AI가 멈추지 않도록 더 오래 깨어 있어야 한다. 에이전트가 24시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창업자에게도 24시간 대기하라는 압박으로 돌아온다.

AI 시대의 창업 문화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술이 일을 줄여주는가, 아니면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사람을 더 몰아붙이는가.

현재 일부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경험은 후자에 가깝다. AI 에이전트는 지치지 않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은 지친다. 그리고 지금의 AI 붐 속에서 많은 창업자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