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11:00 PM
By 이재경
가톨릭 시민단체 캐서릭보트(CatholicVote)가 모라 힐리(Maura Healey) 매사추세츠 민주당 주지사를 상대로 매사추세츠 주교단이 교회법상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FOX)가 22일(토) 보도했다. 힐리 주지사가 임신 24주 이후 낙태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새 법안에 서명하면서 매사추세츠는 출산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미국 내 10번째 주가 됐다.
캐서릭보트의 켈시 라인하트(Kelsey Reinhardt) 대표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가톨릭의 미덕, 그리스도교의 미덕을 신앙에 이토록 명백히 반하는 것을 옹호하는 데 무기처럼 이용하는 것은 정치 지형에서, 그리고 주교들이 정치인을 대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힐리 주지사가 이번 서명으로 교회법상 자동 파문 사유에 해당하는지 매사추세츠 주교단이 판단하고, 해당된다면 이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 캐서릭보트의 요구다.
라인하트 대표는 주교단에 보낸 서한에서 힐리 주지사를 교회법상 낙태의 '공범(accomplice)'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의 행위가 공식 징계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힐리 주지사가 이달 중순 서명한 이 법은 오는 11월 8일 발효되며,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기존 주법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낙태를 허용한다. 이번 서명으로 낙태권을 지지하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이들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계 지도부 사이의 수십 년 된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로버트 배런(Robert Barron)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 주교는 이번 매사추세츠 법과 서명식 당시 분위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런 주교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완전히 형성된 아이가 산도를 빠져나오기 직전 내장이 제거되고, 조각조각 잘리고, 머리가 으스러지거나 피부가 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서명식 당시 힐리 주지사 주변을 둘러싼 이들이 전부 여성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성 주지사가 이 야만적인 조항에 서명하는 동안 그를 둘러싼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군중의 반응이 특히 역겨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Mike Lee) 유타주 상원의원은 배런 주교의 게시글을 자신의 계정에 재게시하며 "그들은 유아 살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일이 자신들의 주에서 아무런 처벌 없이 자행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손뼉을 치고 낄낄대며 기뻐하고 있었다"고 적고 "마이크 드롭"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배런 주교의 이 같은 비판은 가톨릭 정치인들의 낙태권 지지에 대해 주교단이 공개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광범위한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라인하트 대표는 그동안 가톨릭 정치인들을 향한 규탄과 경고, 처벌 요구가 반복돼 왔지만 주교단의 실제 징계 대응은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수 세대에 걸쳐 가톨릭 정치인들이 똑같은 예외 논리를 내세우는 것을 봐왔다"며, 개인적으로는 낙태에 반대하지만 낙태권 자체는 지지한다고 말해온 정치인들을 겨냥해 "그런 논리가 오랫동안 방패막이가 돼 왔지만 이제 더는 그런 방패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인하트 대표는 정치인들이 신앙에 명백히 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취하는 것이 허용되면 "신자석에 앉은 신도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결국 "전적으로 주교들에게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라인하트 대표와 배런 주교 모두 1984년 마리오 쿠오모(Mario Cuomo) 전 뉴욕 주지사의 노트르담 대학교 연설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쿠오모 전 주지사는 가톨릭 정치인이 개인적으로는 낙태에 대한 교회의 반대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반드시 시민법을 통해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징계 사례도 있었다. 2022년 살바토레 코딜레오네(Salvatore Cordileone)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장 대주교는 낙태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당시 하원의장(민주·캘리포니아)의 성체성사 참여를 금지한 바 있다. 라인하트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이는 분명 주교들이 갖고 있는 징계 수단 중 하나"라며 "즉 '당신은 이를 공개적으로 옹호했기 때문에 중대한 죄의 상태에 처해 있고, 그래서 더는 성체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