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10:38 PM
By 이재경
네덜란드 데이터보호청(Dutch Data Protection Authority)이 우버(Uber)에 8억2500만 유로(약 9억66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는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이후 지금까지 부과된 과징금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네덜란드 규제당국은 우버가 충분한 사전 경고나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된 절차만으로 운전자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민원을 조사해왔다. 모니크 베르디어(Monique Verdier) 데이터보호청 부청장은 성명에서 우버가 "심각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베르디어 부청장은 "컴퓨터가 이처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결정을 스스로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버는 대부분의 운전자 정지는 단기간에 그치며, 사람의 검토 없이 영구 계정 해지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고, 운전자에게는 이의제기 절차가 보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네덜란드 규제당국은 실제로 사람의 검토 없이 영구적으로 계정이 해지된 운전자들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우버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우버 대변인은 로이터에 "우리는 이번 결정과 과도한 과징금 액수에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회사 측은 이번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전직 우버 운전자 브라힘 벤 알리(Brahim Ben Ali)의 민원이었다. 벤 알리는 네덜란드 일간지 드폴크스크란트(de Volkskrant)에 2019년 자신의 계정이 정지된 뒤 다른 우버 운전자 170명의 증언을 모았고, 결국 우버의 유럽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에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벤 알리의 이런 노력에는 스위스의 디지털 권리 관련 비영리단체 퍼스널데이터닷아이오(PersonalData.io)가 힘을 보탰다. 이 단체는 계정 정지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운전자들이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단체 설립자인 폴-올리비에 드아이(Paul-Olivier Dehaye)는 "운전자가 승객을 만족시키며 천 번의 운행을 완료했더라도, 단 한 명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신고하면 그 결과는 엄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네덜란드 당국은 우버의 운전자 개인정보 처리 방식과 관련해 2억9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이와 연관된 사안으로 1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한 바 있다. 그는 이 세 건의 과징금이 모두 같은 운전자 그룹이 제기한 민원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드아이 설립자는 운전자들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클레임스(StartClaims)'라는 새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우선 우버를 상대로 소송과 추가 규제 대응을 지원한 뒤, 향후에는 다른 긱이코노미(gig economy) 관련 사건과 애드테크(adtech) 등 인접 분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편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해석 논쟁도 벌어졌다. 그루버는 이번 과징금 결정으로 인해 "우버가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승객을 태우지 않고 방치하는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가 EU 내에서 불법이 되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루버는 또 베르디어 부청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컴퓨터'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는 것은, 회사가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직원을 정직 또는 해고할 때 '타임카드'가 그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정책을 정하는 것은 회사의 관리자이고, 기기는 단지 직원의 규정 준수 여부를 측정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아이 설립자는 그루버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버는 사기를 친 운전자를 사람이 직접 판단해 제재할 자유가 있지만, 그렇다면 그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이는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고용주'로서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