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10:44 PM

미, 200억달러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 발효...캐나다도 맞불 관세 예고

By 전재희

캐나다 카니 총리, 트럼프 관세에 강경 대응..."나쁜 합의보다 무합의가 낫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막판 합의를 거부하고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산 제품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부과하자, 카니 총리는 "나쁜 합의보다 무합의가 낫다"는 자신의 협상 원칙을 실제 시험대에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약 한 달간 이어진 미국과의 협상 끝에 지난 금요일 밤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 관세를 발효시켰다.

카니 총리는 23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들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을 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자료화면)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항상 캐나다 국민을 위한 최선의 합의를 얻는 것이었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시한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합의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와 서둘러 합의한 다른 동맹국들과 다른 길

카니 총리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서둘러 무역합의를 체결한 다른 미국 동맹국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일부 동맹국들이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캐나다는 불리한 조건을 고정시키느니 협상 결렬을 감수하겠다는 쪽을 택했다.

카니는 미국이 막판에 "불공정한"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낮아진 관세를 얻는 대신, 여전히 높은 관세율을 장기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구조였다는 우려가 컸다.

협상안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에서 25%로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5%로 완화할 예정이었다. 대신 카니 정부는 일부 보복 관세를 철회하고, 각 주 정부가 시행 중인 미국산 주류 판매 제한을 해제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주 정부 지도자들과 기업계, 산업단체들은 이 합의가 장기적으로 캐나다 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율이 일부 낮아지더라도 여전히 높고, 일단 합의로 고정되면 향후 협상에서 더 낮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여론은 강경 대응 지지

카니의 강경 노선은 캐나다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반복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온 데 대해 캐나다 국민들은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캐나다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앵거스 리드 연구소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 이상이 카니 총리가 협상장에서 물러난 것이 옳았다고 답했다. 다만 거의 90%는 경제적 비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어배커스 데이터 조사에서는 합의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응답이 18%에 그쳤다.

야당인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르(Pierre Poilievre) 대표와 각 주 지도자들도 대체로 카니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보복 관세의 실효성과 협상 결렬 과정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 주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첫날에는 점심값을 빼앗고, 둘째 날에는 모자를 빼앗고, 셋째 날에는 운동화까지 빼앗을 사람"이라며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1930년 관세법 조항 동원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부과에 1930년 관세법의 한 조항을 동원했다. WSJ는 이 조항이 지금까지 사용된 적이 없는 조항이라고 전했다.

이번 관세는 이전의 미국 관세와 달리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하는 품목에 대한 예외를 포함하지 않는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직접 협상한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후속 체제다.

이번 50% 관세는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를 겨냥한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특정 산업과 지역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MO캐피털마켓의 로버트 카브치치(Robert Kavcic) 이코노미스트는 플라스틱, 화학, 임산물, 기계류 생산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산 주류 판매 제한을 시행 중인 주들도 불균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타격 우려

캐나다 경제계에서는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독립기업연맹이 이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40%가 이번 관세 대상이 될 제품을 판매한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거의 80%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매출 손실을 예상했다.

이 단체의 댄 켈리(Dan Kelly) 최고경영자는 협상 결렬 이후 일부 회원사들이 "미국 판매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고, 일부는 "이 조치가 사업을 죽일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이미 기업 투자가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트럼프 관세와 대미 무역관계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가 전체적으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브치치는 새 관세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약 5%에서 7.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는 "무역관계에 대한 신뢰가 더 깊게 상처를 입었다"며, 이것이 기업 신뢰에 추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도 부담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에 대해 달러 대 달러 방식의 맞불 관세를 예고했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9월 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그는 이를 "마지못해"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보복 관세가 캐나다 국민의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캐나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경제는 미국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보복 관세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산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캐나다 소비자와 기업도 직접적인 비용 상승을 겪게 된다.

카니가 감수해야 할 핵심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캐나다 국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는 강경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경제적 피해가 현실화하면 여론이 흔들릴 수 있다.

어배커스 데이터의 데이비드 콜레토(David Coletto) 최고경영자는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공격적인 태도를 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가 캐나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보복 관세가 캐나다인이 필요로 하는 물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결의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니의 위기관리 리더십 시험대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브렉시트 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가하는 위협을 다룰 경험 있는 위기관리자로 자신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기가 없다면 카니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총리 취임 이후 카니는 캐나다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 했다. 그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캐나다산 상품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내기 위한 송유관과 항만 등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해지면,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업 신뢰 회복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USMCA 재검토 앞두고 지렛대 논란

캐나다 기업계와 주 지도자들은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너무 많은 양보를 할 경우, 향후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협상 지렛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나다에서 USMCA는 국가 경제의 번영에 핵심적인 무역 체제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에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관세 일부 완화를 얻는 대신 높은 관세율을 인정하는 합의를 했다면, 향후 더 큰 무역협상에서 캐나다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전 총리 시절 미·캐나다 관계를 자문했던 다이아몬드 아이싱어(Diamond Isinger)는 "캐나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양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와이즈먼(Mark Wiseman) 주미 캐나다대사는 협상 결렬이 특정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부사항이 점점 더 분명해질수록, 그 모든 세부사항이 우리가 공정하고 경제적인 합의라고 이해하는 것과 어긋났다"고 말했다.

결론: 카니의 원칙은 지지를 얻었지만 비용은 이제부터

카니 총리는 "나쁜 합의보다 무합의가 낫다"는 원칙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미국의 막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 부과를 감수하는 대신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현재 캐나다 여론과 정치권은 대체로 카니 편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캐나다 주권에 대한 반감이 강경 대응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의 경제적 비용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중소 수출기업, 플라스틱·화학·임산물·기계류 업체,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지역경제가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복 관세는 캐나다 소비자에게도 가격 상승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카니의 도박은 단순히 미국과의 관세 싸움이 아니다. 이는 캐나다가 최대 교역국인 미국에 어디까지 맞설 수 있는지, 그리고 국민들이 그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정치·경제적 승부다.

지금까지 캐나다 국민들은 "나쁜 합의보다 무합의가 낫다"는 카니의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관세의 실제 경제적 충격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압박, 그리고 캐나다가 미국 의존도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