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4 07:13 AM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100m 9.39초 기록...볼트 인간 기록 앞질러

By 전재희

베이징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서 공개...빠르게 달렸지만 멈추지 못해 완충벽에 충돌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m를 9.39초에 주파하며, 우사인 볼트(Usain Bolt)의 인간 100m 세계기록 9.58초보다 빠른 기록을 냈다고 폭스뉴스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기반 X-휴머노이드(X-Humanoid)의 로봇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는 22일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제2회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 개막 행사에서 100m를 9.39초에 달렸다.

다만 로봇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파란색 완충벽에 충돌했다. 이후 로봇들은 들것에 실려 옮겨졌다. 2009년 100m 세계기록을 세운 뒤 트랙을 돌며 세리머니를 했던 볼트와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볼트 기록보다 빠른 9.39초

우사인 볼트는 2009년 100m를 9.58초에 달리며 인간 육상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번 베이징 로봇 경기에서 라이트닝 볼트가 기록한 9.39초는 이보다 0.19초 빠른 기록이다.

경기 개막 전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Honor)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범 주행에서 100m를 9.32초에 주파했다고 회사 측이 밝혔다. 당시 최고 속도는 초속 14.5m였다고 보도됐다.

이번 기록은 공식 육상 기록이 아니라 로봇 경기에서 나온 기록이다. 그러나 인간 최고 속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볼트의 기록과 비교될 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행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빠르지만 아직은 '멈추는 기술'이 과제

이번 경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진전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로봇들은 100m를 빠르게 달린 뒤 스스로 속도를 줄여 멈추는 대신 완충벽에 충돌했다. 현장 사진에는 로봇들이 결승선 뒤 파란색 쿠션 벽에 부딪힌 뒤 관계자들에 의해 들것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뿐 아니라, 균형 제어와 감속, 방향 전환, 충돌 회피 같은 기술에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폭스뉴스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의 100m 기록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파란색 벽 없이는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2,000대 이상 로봇 참가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은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2,000대 이상의 로봇이 참가하며, 51개 종목과 1,000개 경기로 구성됐다.

종목에는 달리기, 탁구, 축구, 권투, 춤, 역도, 줄다리기 등이 포함됐다. 대회 장소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국가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이다.

이번 대회는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콘퍼런스와 같은 주에 열렸다. 세계로봇콘퍼런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해 약 3,000개 제품이 공개됐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로봇 기술 발전 속도와 산업 경쟁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대회 주최 측은 독일, 일본, 미국 등 16개국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높이뛰기에서도 인간 기록 넘어서

100m 경기뿐 아니라 높이뛰기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록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자리 높이뛰기에서 2.88m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첫 대회에서 나온 휴머노이드 최고 기록 0.95m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또한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Javier Sotomayor)가 1993년 세운 인간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 2.45m보다도 높다. 다만 로봇의 점프 기록 역시 인간 육상 기록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공식 스포츠 기록은 아니다.

관중들 "놀랍다"...AI 수용 분위기도 변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발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베이징 주민이자 교육 분야 종사자인 리옌펑(Li Yanfeng)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발전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해 직접 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중 양상정(Yang Shangzheng)은 "이런 스포츠는 인간에게는 완전히 평범한 일이지만, 이제 로봇도 할 수 있다"며 "놀랍다"고 말했다.

한 관중은 아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왔다며 "현재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로봇들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중 기술 경쟁 속 로봇도 안보 쟁점

이번 대회는 미·중 기술 경쟁이 로봇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열렸다.

폭스뉴스는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산 로봇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외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 수입을 금지했다. FCC는 이들 로봇이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인의 안전과 보안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브렌던 카(Brendan Carr) FCC 위원장은 지난달 성명에서 외국산 첨단 로봇과 전력 인버터를 FCC의 규제 목록에 추가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미국의 핵심 공급망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한 산업 기술이나 소비자 제품을 넘어, 공급망·데이터·안보와 연결된 전략 기술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속도는 인간 넘었지만, 실전 능력은 아직 시험대

베이징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에서 나온 100m 9.39초 기록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빠른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로봇은 이미 인간 육상 최고 기록보다 빠르게 달리고, 높이뛰기에서도 인간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로봇들이 결승선 이후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완충벽에 충돌한 장면은 기술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과 실제 환경에서 안전하게 제어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로봇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고, 미국은 중국산 로봇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경계하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포츠 이벤트의 볼거리를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