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5 08:26 PM

美국무부, 비자 정책 뒤집은 연방판사에 "무법 판사" 맹비난

By 전재희

미국 국무부가 75개국 국민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 동결 조치를 뒤집은 연방판사를 "무법 판사(rogue judge)"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폭스뉴스(FOX)가 24일(월) 보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토미 피고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마련된 공공 혜택은 미국인들의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을 위한 이러한 공공 혜택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무법 판사의 잘못된 판단은 국무장관의 오랜 법적 권한을 부당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식적인 비자 정책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국무부. 자료화면)

앞서 지난 21일 재닛 바르가스(Jeannette Vargas)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국무부가 단지 특정 국가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조건상 자격을 갖춘 이민비자 신청자에게 영사관 직원이 비자를 거부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바르가스 판사는 이번 조치를 놓고 국무부의 법적 논거를 "오웰식 논리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국무부 "위장 취업·자립 능력 부족한 이민자 걸러내야"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정책은 국무부가 지난 1월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러시아, 이란 등 7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민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 조치다. 당시 국무부는 신청자가 향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공적 부담(public charge)'이 될 가능성을 심사하는 절차를 재정비하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사실은 폭스뉴스디지털이 지난 1월 처음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은 영사관 직원이 신청자가 향후 정부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이민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같은 판단은 개별 사안별로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심사 기준을 대폭 확대해 신청자의 나이, 건강 상태, 재정 능력, 영어 구사력, 장기 의료 서비스 필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영사관 직원들에게 지시해왔다.

해당 조치는 관광 비자 등 비이민 비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상 국가 국민들은 비자 신청과 면접 자체는 계속할 수 있었지만, 영사관 직원들은 동결 기간 중 이민비자를 거부하도록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 "국적만으로 일괄 거부는 위법"…판사 "개별 심사 원칙 벗어나"

바르가스 판사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의 지침이 영사관 직원들로 하여금, 신청자가 기존 이민법상 어떤 결격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후에도 비자를 거부하도록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무부가 개별 심사라는 법적 원칙을 벗어나 단지 75개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거부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해당 정책과 이에 따라 이뤄진 비자 거부 처분들을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사건들은 재심리를 위해 다시 하급 절차로 돌려보내졌다.

다만 이번 판결이 국무부에 특정 신청자에게 비자를 반드시 발급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영사관 직원들은 여전히 개별적인 공적 부담 판단이나 다른 법적 결격 사유를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 판사 이력 두고도 논란

바르가스 판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명해 지난해 11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부임했으며, 그 이전에는 20년 넘게 맨해튼에서 연방검사로 근무했다. 하버드대에서 학부를,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고, 이후 연방 항소법원(제2순회구)에서 훗날 연방대법관이 된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판사 밑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했다.

바르가스 판사는 올해 초에도 정부효율부(DOGE) 인력이 재무부의 민감한 결제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사생활 보호 및 사이버보안 우려를 이유로 임시로 막은 바 있다. 다만 이후 해당 명령의 범위를 좁혀, 검증과 교육을 거친 DOGE 직원들의 시스템 접근은 허용했다.

한편 '국경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Tom Homan)은 폭스뉴스 '더 윌 케인 쇼(The Will Cain Show)'에 출연해 국무부가 범죄 경력자 및 사기 혐의자 등 외국인 17만5000명 이상의 비자를 취소한 단속 조치를 언급하며 관련 논란에 대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