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4 11:32 PM
By 전재희
단기 방문비자로 입국 뒤 망명 신청한 외국인 겨냥...실행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 최대 20만 명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시행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비자 취소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 방문 목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뒤 망명 신청을 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및 관광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B-1 비즈니스 비자와 B-2 관광 비자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토미 피곳(Tommy Pigott)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이런 종류의 비자는 귀국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발급된다는 명확한 전제 아래 발급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 대상은 B-1 비즈니스 비자와 B-2 관광 비자를 갖고 미국에 입국한 뒤 망명 신청을 한 외국인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이 처음에는 단기 체류 목적을 밝히고 비자를 받았지만, 미국 도착 후 망명을 신청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행정부는 이를 비자 발급 취지와 맞지 않는 행위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영토 안에 있는 이민자들은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에서 보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비자 조건 위반 여부와 망명 신청권 사이의 법적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규모 비자 취소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강경 이민정책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이민 단속을 강화해왔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사망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유학생과 이민자의 비자를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H-1B 전문직 취업비자에 새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과,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행정부는 망명 규정도 강화해왔다. 이번 조치는 망명제도가 단기 방문비자를 이용한 체류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행정부의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출생시민권을 겨냥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비미국인 부모의 자녀 다수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무효화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새 행정명령은 출생시민권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의 범주를 확대하고, 출산을 목적으로 관광객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 비자, 망명 신청, 유학생·취업비자, 출생시민권까지 이민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무부는 이달 초 이미 17만5,000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비자 조건을 위반했거나, 미국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정부가 판단한 행위를 한 이민자들이 취소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검토되는 최대 20만 건의 비자 취소는 이와 별개의 대규모 조치로 보인다. 특히 대상이 망명 신청자라는 점에서, 실제 시행될 경우 법적·인도주의적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 방문비자가 귀국 의사를 전제로 발급되는 만큼, 입국 후 망명 신청을 한 사람들은 비자 발급 목적을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본국 박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미국 영토 안에서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으며, 단기 비자로 입국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요청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망명 신청은 본국의 정치적 박해, 종교·인종·사회집단·정치적 의견에 따른 위험 등을 이유로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비자 취소가 진행될 경우, 해당 조치가 망명 절차와 추방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대 20만 명을 겨냥한 비자 취소가 실제로 시행되면 즉각적인 법적 도전이 예상된다.
쟁점은 행정부가 단기 방문비자를 취소할 재량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망명 신청 중인 사람의 비자를 대규모로 취소하는 것이 적법한지, 그리고 취소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는지다.
또한 비자가 취소되더라도 망명 신청 자체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체류 신분과 추방 가능성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법원에서 다뤄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계획은 이민 단속의 초점을 불법 입국자에서 단기 비자로 입국한 망명 신청자까지 넓히는 조치다. 행정부는 방문비자 제도가 망명 신청을 통한 장기 체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대규모 비자 취소로 차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상 망명 신청은 미국 영토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절차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비자 조건 위반을 이유로 한 행정권 행사와 망명 보호 권리 사이의 충돌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유학생, 취업비자, 출생시민권, 우편투표 등 여러 영역에서 강경한 행정명령과 규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최대 20만 건 비자 취소 검토는 그 가운데서도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가장 큰 이민정책 충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