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5 08:22 PM
By 전재희
스페이스X의 28.5조달러 추정치 넘어설 가능성...AI IPO 시장의 기대와 회의론 동시에 확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30조달러가 넘는 잠재 매출 기회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서 스페이스X(SpaceX)가 IPO 과정에서 제시한 28조5,000억달러 규모의 잠재 시장 추정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자사가 공략할 수 있는 총시장규모, 즉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이 30조달러 이상이라고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아직 논의 중이며, 실제 IPO 문서 공개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TAM은 기업이 이론적으로 100%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연간 매출 기회를 추산한 수치다. 성장기업이나 기술 스타트업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지표를 자주 활용한다.
그러나 AI 기업의 TAM 추정은 특히 불확실성이 크다.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산업과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AI 모델이 수행할 수 있는 전체 업무 범위를 기준으로 잠재 시장을 계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판매 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지식노동과 기업 업무 전반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시장 기회로 환산하는 접근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IPO 관련 서류에서 자사의 총시장규모를 28조5,000억달러로 제시했다. 당시 스페이스X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행 가능한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중 대부분인 26조5,000억달러는 AI 관련 기회로 분류됐다. 로켓과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조차 AI를 핵심 성장 시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앤트로픽이 30조달러 이상의 잠재 매출 기회를 제시한다면, 스페이스X의 추정치를 뛰어넘게 된다. 이는 AI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얼마나 큰 미래 시장을 전제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0조달러 이상의 TAM은 과거 주요 IPO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크다.
우버(Uber)는 2019년 상장 당시 전 세계 개인 차량과 대중교통 서비스의 이동거리 가치를 근거로 시장 기회를 6조달러로 제시했다. 위워크(WeWork)는 무산된 IPO 과정에서 3조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언급했다.
반면 앤트로픽과 스페이스X가 제시하는 수치는 이보다 몇 배나 크다. 이는 AI가 단일 산업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업무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대 재무학 교수 아스와스 다모다란(Aswath Damodaran)은 스페이스X의 AI 관련 TAM 추정에 대해 "그럴듯함의 끝에 도달해 그 너머로 밀고 나간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실제 매출 성장도 빠르다.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분기 매출을 116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이는 같은 기간 오픈AI보다 더 빠른 성장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30조달러 이상의 잠재 매출과 현재 매출 사이에는 여전히 엄청난 격차가 있다. 비교를 위해 팩트셋에 따르면 S&P1500에 포함된 191개 기술기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조4,000억달러였다. 앤트로픽이 제시하려는 잠재 시장은 현재 미국 상장 기술기업 전체 매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의 성장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면, 이번 IPO는 규모 면에서도 스페이스X를 넘어설 수 있다.
WSJ는 앤트로픽이 IPO에서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스페이스X의 860억달러 조달 규모보다 크다.
평가가치도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은 약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페이스X가 IPO에서 인정받은 1조7,700억달러 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앤트로픽이 실제로 이 규모로 상장한다면, AI 기업공개 시장의 기준점을 새로 쓰게 된다.
다만 스페이스X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준다.
스페이스X 주가는 IPO 직후 급등했지만 이후 부진했다. 8월 초 장중 105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현재는 공모가인 135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아무리 거대한 잠재 시장을 제시하더라도, 실제 매출과 이익, 투자비용, 성장 속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주가가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업들 역시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비용, 전력 비용, 인력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잠재 시장이 아무리 커도 실제로 어느 정도를 수익성 있게 차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앤트로픽은 앞으로 몇 주 안에 IPO 재무공시 서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9월 또는 10월 초 상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 계획은 논의 중이며, TAM 수치와 조달 규모, 기업가치 목표는 변경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실제 매출 성장률, 손실 규모, 고객 기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비용, 오픈AI·구글·메타 등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집중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로픽의 30조달러 이상 잠재 매출 전망은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수치는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구가 아니라, 전 세계 업무와 산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앞세워 그 거대한 업무 시장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숫자가 클수록 회의론도 커진다. TAM은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실제 매출이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AI처럼 발전 속도와 규제, 비용 구조,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는 산업에서는 추정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
앤트로픽 IPO는 단순한 상장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월가가 AI 기업들의 초대형 성장 서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30조달러라는 숫자를 현실적인 기회로 볼 것인지, 과도한 기대의 산물로 볼 것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