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07:00 AM

LA 세입자들, "공동 수도·전기요금 산출 근거 보여달라" 납부 거부 확산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 세입자들이 제3자 업체가 산정하는 '비율 공과금 청구 시스템(Ratio Utility Billing System·RUBS)'에 반발해 요금 납부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26일(수)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자신이 내는 쓰레기·하수·수도 요금이 어떤 계산식으로 산출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관리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LA타임스가 RUBS 방식으로 공과금을 나눠 내는 시내 아파트 6곳의 입주민을 취재한 결과, 요금이 근거 없이 급등했는데도 관리업체나 요금 대행업체가 구체적인 산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 "50달러라더니 두 배로"…근거 요구해도 '묵묵부답'

5년 전 아칸소주 부모님 집을 떠나 LA 코리아타운의 한 저층 아파트에 입주한 조 포터(Joe Porter)는 당시 임대 중개인으로부터 월세 약 1500달러에 공과금은 50달러 정도만 추가로 내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입주 3년 만에 그의 월 공과금(쓰레기·하수·수도)은 86달러에서 182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시 상수도 요금 인상률과 견줘봐도 설명이 되지 않는 인상 폭이었다.

포터와 이웃 주민들이 청구 근거를 요구하자 관리업체는 요금 산정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만 보내줬을 뿐, 개별 고지서 사본은 제공하지 않았다. 포터가 사는 건물은 일반 수도사업자가 아니라 제3자 업체인 콘서비스(Conservice)가 RUBS 방식으로 요금을 청구하고 있었다. 이는 임대인이 세대별 실사용량을 계량해 청구하는 대신, 건물 전체 사용량에 특정 공식을 적용해 각 세대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콘서비스
(콘서비스. 웹사이트)

포터는 콘서비스 측에 개별 고지서 세부 내역을 요청했다. 그는 "내가 실제로 내야 할 돈이 맞는지 증명해줄 수 있느냐, 어떻게 그 금액이 나왔는지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LA타임스가 확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콘서비스 담당자는 문의를 다시 건물 관리업체로 돌렸다.

◇ 계량기 없는 낡은 건물서 흔한 방식…4가구 중 1가구 이용 추정

전미소비자법센터(National Consumer Law Center)의 올리비아 와인(Olivia Wein) 선임 변호사는 20년 전 처음 RUBS 관행을 접한 이후 세입자와 지원단체로부터 관련 불만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관행이 계속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에 공과금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임대인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세대별 검침기(서브미터)를 설치해 실사용량대로 청구하거나, 건물 전체 계량된 공과금을 세대 면적이나 거주 인원수 등을 기준으로 나누는 RUBS 방식을 쓰는 것이다.

RUBS가 얼마나 널리 쓰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임대인 단체인 전미아파트협회(National Apartment Assn.)와 전미다세대주택협의회(National Multifamily Housing Council) 모두 현재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20년 전 전미아파트협회와 여러 시 정부를 대신해 연구자들이 미국 내 약 8000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세입자 4명 중 1명이 RUBS 방식으로 요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보다 최근 자료로는 LA시 주택국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보고서가 있다. 주택국은 웨스트할리우드와 산호세가 이미 시행한 것처럼, 임대료 규제 대상 주택에서 RUBS 사용을 금지할 것을 시 당국에 권고했다. 주택국 추산에 따르면 임대료 규제 대상 주택의 19%가 통합계량 방식이어서 RUBS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시내 약 12만3000가구에 해당한다. 주택국 대변인은 임대료 규제 대상이 아닌 주택까지 포함하면 RUBS를 쓰는 아파트가 수만 가구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와인 변호사는 이런 청구 방식이 건축 당시 세대별 계량기를 설치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새 여러 주가 다세대 건물에 세대별 계량기 설치를 의무화하기 시작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부터 2세대 이상 신축 주거시설에 수도 서브미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 매달 요금 들쭉날쭉…"예산 짤 수가 없다"

LA 다운타운의 한 고층 유리 건물 2베드룸에 거주하며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나 요세프(Hanna Yoseph)는 월세는 3400달러로 고정돼 있지만, 수도·오수·온수·냉난방(HVAC) 등 공동 공과금이 포함된 요금은 매달 수백 달러씩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요세프는 제3자 업체 예스에너지매니지먼트(Yes Energy Management)로부터 332.50달러를 청구받았으나 석 달 뒤에는 417.99달러로, 그해 10월에는 541달러로 늘었다. 그는 "어떻게 예산을 짜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요세프는 예스에너지매니지먼트에 전화해 개별 청구액 산출 근거가 된 고지서 사본을 요청했지만, 관리업체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LA타임스가 확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요세프와 세입자협의회는 수차례 이메일을 보낸 끝에 대면 방식으로만 고지서를 열람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세입자들은 직접 계산해볼 시간을 갖기 위해 디지털 사본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요세프는 지난주 예스에너지매니지먼트 담당자와 통화했으며, 담당자가 전체 고지서 계산 내역 사본을 구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예스에너지매니지먼트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콘서비스, 소송 끝에 "청구 근거 공개" 합의

2022년 샌디에이고의 변호사들은 대형 제3자 공과금 청구업체 콘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세입자들을 대리한 이 집단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인들은 콘서비스가 세입자에게 개별 고지서나 요금 산출 공식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회사 방침으로 삼아왔다고 주장했다.

콘서비스 측은 이메일 답변에서 비공개 방침은 없다고 반박했다. 브렛 크라우스(Brett Kraus) 콘서비스 공과금서비스 선임법률고문은 "세입자들이 개별 공과금 청구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명확하고 접근하기 쉬운 정보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송에 참여한 세입자들은 콘서비스가 "일률적으로" 정확한 계산 내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런 관행이 부당할 뿐 아니라 주법과, 세입자가 자신이 내야 할 청구서를 검토할 권리를 보장하는 관습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도출된 합의에 따라 콘서비스는 요금에 이의를 제기하는 캘리포니아 세입자 누구에게나 개별 청구액 산정에 쓰인 고지서 사본과 계산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포터가 콘서비스와 주고받은 연락은 2023년으로, 이 합의 적용 이전 시점이었다.

이런 요금 투명성 요구에 대해서는 임대인 측과 세입자 측 모두 공감대를 보인다. 지난해 12월 LA시 주택국은 세입자가 통합 공과금 고지서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세입자가 청구액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시 당국에 권고했다. 대(大)LA아파트협회(Apartment Assn. of Greater Los Angeles)의 대니얼 유켈슨(Daniel Yukelson) 사무총장은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면, 무엇에 돈을 내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물 아껴봐야 소용없다"…납부 거부 운동으로 번져

포터는 코리아타운 아파트에서 고지서 사본을 확인하려던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자 같은 문제를 겪는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버질스퀘어 아파트(Virgil Square Apartments) 주민 약 40여명은 소유주인 에퀴티 레지덴셜(Equity Residential)에 서한을 보내, 청구 근거인 구체적 계산식을 확인할 수 없는 한 요금 납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입자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공과금이 좌우되는 것이 부당하다고도 주장했다. 서한에는 "우리 중 누구도 이웃이 물을 얼마나 쓰는지, 겨울철에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데도 수영장을 계속 개방할지 여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세입자는 이런 청구 방식에 항의하기 위해 발코니에 표지판을 내걸었다가 퇴거 위협을 받기도 했다. LA 광역권에 약 1만5000가구를 보유한 에퀴티 레지덴셜은 LA타임스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시내 다른 건물의 세입자들도 공동 공과금에 대한 통제권이 거의 없다 보니 절약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수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관심이 집단적으로는 요금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운타운의 한 스튜디오에서 파트너와 함께 사는 케이틀린 모런(Caitlin Moran)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 물 쓰는 몫까지 우리가 부담하고, 그들이 신경 쓰지 않을 거라면, 나는 평일에 빨래를 더 자주 돌리겠다. 이미 과도하게 청구받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반면 임대업계 관계자들은 월세에 공과금을 포함시키는 방식과 달리 RUBS는 세입자에게 샤워를 오래 하거나 불을 켜놓는 데 따른 비용 감각을 어느 정도 준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아파트협회(California Apartment Assn.)의 프레드 서턴(Fred Sutton) 공공정책 수석부회장은 RUBS 방식으로 요금을 내는 세입자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skin in the game)"고 말했다. 그는 "개별 계량기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비용이 과도한 오래된 통합계량 건물에서는 RUBS가 입주민을 공동 공과금 비용과 더 밀접하게 연결시켜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서비스는 홍보 영상에서 임대인의 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공과금 비용도 낮춰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마크 트라이틀러(Marc Treitler) 콘서비스 법률고문 겸 지속가능성 담당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받은 고지서를 세입자에게 전달하기 전에 감사(audit)를 진행해 모든 당사자가 공과금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천만 달러 규모의 과다청구를 찾아냈다"며 "이런 청구 오류를 바로잡으면 대개 세입자 요금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 연구 결과는 엇갈려…"오히려 물 더 쓰게 될 수도"

1999년 연구자들은 텍사스·플로리다·캘리포니아 소재 다세대 주택 32곳을 조사해 청구 방식이 물 절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별 검침으로 요금을 내는 세입자는 월세에 수도요금이 포함된 세입자보다 연간 평균 39% 적은 물을 사용한 반면, RUBS로 요금을 내는 세입자는 20% 적은 물을 쓰는 데 그쳤다.

2004년 연구도 개별 검침이 물 절약을 유도한다는 결과를 재확인했다. 다만 이번에는 월세에 공과금이 포함된 경우와 RUBS로 청구되는 경우 사이의 물 사용량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연구를 주도한 콜로라도 소재 수자원 이용 컨설턴트 피터 마이어(Peter Mayer)는 RUBS가 오히려 절약을 저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을 최대한 많이 쓰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게 된다"며 "그 건물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데, 그래야 자신이 낸 몫을 최대한 뽑아 쓰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타운에서 RUBS 요금 납부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포터는 정확한 산출 근거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내야 할 돈을 따로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이 청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기꺼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