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06:54 AM
By 이재경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 와인업계가 추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LA타임스는 26일(수)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캐나다는 이에 맞서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며 즉각 대응했다. 이번 조치에 와인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산 주류는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한 반발로 캐나다 여러 주(州)가 시행해 온 불매운동의 표적이 돼 왔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을 대표하는 와인협회(Wine Institute)의 줄리 버지(Julie Berge)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회장은 미·캐나다 간 관세 응수의 최대 피해자가 캘리포니아의 소규모·가족경영 와이너리들이었다며, 이번 무역 갈등 재점화로 이들 업체가 추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두고 "금주법 시대 이후 미국 와인 산업에 닥친 가장 심각한 혼란"이라고 표현했다.
와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2025년 미국 와인 수출액은 8억500만 달러로, 2024년 대비 35% 감소했다. 버지 부회장은 이 감소분의 80%가 캐나다 시장 위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미국 와인 수출 시장의 36%를 차지해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시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비중이 크다. 보고서는 이번 불매운동으로 미국 와인업계가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되는 매출 약 3억6000만 달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버지 부회장은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캐나다 수입업체, 소매업체, 레스토랑, 심지어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쌓으며 캐나다 내 브랜드를 구축해왔다"며 "그런 만큼 양쪽 모두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부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는 그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에 언급된 소노마의 한 와이너리는 캐나다가 국제 매출의 약 85%를 차지했다며 이번 불매운동을 "치명적"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와이너리가 사업 타격으로 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지 부회장은 "아이러니한 점은 와인 생산자들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와인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무역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타격을 입은 것은 와인업계뿐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관광업 역시 캐나다인 방문객이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년 캐나다에서 캘리포니아를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20% 줄었다. 캐나다가 지난 26일 발표한 보복관세는 농업, 전자제품, 운송장비 산업도 겨냥했는데, 이들 업종 역시 캘리포니아에 상당한 기반을 두고 있다.
버지 부회장은 불매운동이 길어질수록 와인 생산자들이 캐나다 시장에 재진입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캐나다 매장 진열대에서 우리 제품이 빠져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나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커진다"며 "설령 다시 진열대에 오르더라도 그것은 첫걸음에 불과하고, 이후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불매운동은 이미 산적한 업계 문제에 또 하나의 부담을 얹고 있다. 캘리포니아 와인업계는 수요 감소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문제로 이미 사업 축소와 폐업, 대량의 포도 폐기 등을 겪어온 상태다.
지난해 12월 마이크 톰프슨(Mike Thompson, 민주당·세인트헬레나) 하원의원은 관세로 손실을 본 미국 와인 생산자들에게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초당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특수작물·와인생산자 관세구제법(Specialty Crop & Wine Producer Tariff Relief Act)'은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와이너리들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등 다른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버지 부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 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단일 시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