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12:54 AM

아마존, 엔비디아 GPU 주문 3배 확대…"수요 폭증에 따른 결정"

By 이재경

아마존과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을 둘러싼 협력을 대폭 확대했다.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26일(수) 두 회사가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 200만 개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포함한 확장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나왔다. 추가되는 GPU에는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루빈(Rubin), 루빈 울트라(Rubin Ultra) 등 AI 모델 학습과 구동에 필요한 고강도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최신 칩들이 포함된다. 해당 물량은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에 순차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아마존이 올해부터 AWS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100만 개 이상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그 이후 수요가 당초 예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양사는 스타트업, 기업, AI 연구소, 심지어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폭증"한 것이 이번 협력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
(아마존 웹서비스 AWS 데이터 센터. 연합뉴스 )

두 회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이번 거래로 정확히 얼마의 수익을 올릴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GPU 단가를 고려하면 계약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규모와 성사 속도뿐 아니라, 단순히 아마존이 엔비디아 칩을 더 사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GPU 수만 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킹 하드웨어와 오픈 모델, CPU,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로봇 플랫폼까지 자사 기술 전반을 AWS에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체 칩 키우는 아마존, 여전히 엔비디아에 의존

이번 협력 확대는 아마존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까지 노리며 자체 AI 칩, 특히 서버의 핵심 부품인 범용 프로세서(CPU) 개발에 힘을 쏟는 가운데 이뤄졌다. 아마존 AI 부문 책임자 피터 데산티스(Peter DeSantis)는 AWS가 딥러닝 워크로드용으로 엔비디아 H100이나 블랙웰의 직접적 대안인 자체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다른 기업들에 데이터센터용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암(Arm) 기반으로 만든 아마존의 그래비톤(Graviton) CPU 역시 인텔·AMD의 전통적 서버 칩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아마존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자체 칩 사업이 연간 매출 기준 2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는 앤트로픽(Anthropic)과 오픈AI(OpenAI) 등 AI 연구소들의 총 2250억 달러 규모 약정에 힘입은 결과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위는 여전히 확고해 보인다. 아마존이 3분기부터 도입할 GPU 200만 개와 함께, 엔비디아는 구체적 수량을 밝히지 않은 베라(Vera) CPU도 함께 공급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레트 크레스(Colette Kress)는 이 중 "일부는 루빈과 통합된 형태, 일부는 단독 형태"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지난 5월 베라 CPU를 두고 "2000억 달러 규모의 완전히 새로운 시장(TAM)"을 발견했다고 자신했다. 크레스 CFO는 이날 오라클(Oracle)과 스페이스X AI(SpaceX AI) 등 이미 선도 파트너사에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며, "모든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AI 연구소, 시스템 제조사(OEM)"가 베라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로봇·엔터프라이즈 영역까지 확대되는 협력

파트너십은 아마존의 물류창고 로봇과 기업용 서비스 영역으로도 확대된다. 크레스 CFO는 아마존이 자사 로봇 군단 운영을 위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스택 전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스택에는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월드 모델 플랫폼 코스모스(Cosmos),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Isaac), 로봇·엣지 AI용 컴퓨팅 하드웨어 젯슨(Jetson)이 포함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진입 단계용 엣지 AI를 위한 보다 접근성 높은 로봇 컴퓨터로 젯슨 신형 버전도 함께 선보였다.

기업용 서비스 측면에서는 AWS가 관리형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과 관리형 클라우드 서비스 세이지메이커(SageMaker)에서 엔비디아의 오픈 모델 패밀리 네모트론(Nemotron)을 제공하기로 했다.

◇ 엔비디아, 2분기 매출 962억 달러…데이터센터가 견인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2분기 매출이 962억 달러로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체의 대부분인 890억 달러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수치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10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일부는 차세대 루빈 GPU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이번 분기 루빈의 양산 물량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3분기 루빈 초기 매출 실적이 차세대 하드웨어 수요 지속 여부를 보여줄 신호가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향후 몇 년간 AI 수요에 대응할 메모리·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및 미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용 공급·생산 계약에 2790억 달러를 약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분기 1190억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 약정에는 올 회계연도 나머지 기간 예상 지출 920억 달러와 2028회계연도 지출 87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업계에 중요한 것은 AI가 이제 생산적이고 유용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AI가 수익성 있는 토큰을 만들어내고 있다. 컴퓨팅 파워가 더 있다면 더 많은 수익성 있는 토큰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모든 서비스에 더 많은 이익으로 이어진다. 바로 지금이 그런 국면이며, 그래서 모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업들이 인프라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늘어난 컴퓨팅 자원이 실제로 그만큼의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투자자들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