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05:05 AM
By 이재경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일회용 전자담배(디스포저블 베이프)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LA타임스가 27일(목) 보도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서명하면 배터리 내장형 일회용 전자담배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조, 유통, 판매가 모두 금지된다.
해당 법안(Assembly Bill 762)은 지난 26일 주 하원을 통과했으며, 앞서 25일 상원도 이미 가결한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재키 어윈(Jacqui Irwin, 민주당·사우전드오크스 지역구) 하원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지사가 이 기기들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위협과, 이를 치우는 데 드는 비용을 결국 요금 납부자들이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법안은 담배 제품을 담은 일회용 배터리 내장형 전자담배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대마초 관련 기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 규정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려면 전자담배는 리필이 가능하거나 교체형 포드를 사용해야 하고, 동시에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갖춰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2028년 1월 1일 이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거리·해변·공원 뒤덮은 '유해 쓰레기'
LA타임스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거리와 해변, 공원 곳곳에 버려진 채 방치되면서 납, 리튬, 코발트, 카드뮴, 크롬, 구리, 아연, 니켈 등 유해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배터리액을 흘려보내는 '쓰레기 재앙'으로 떠올랐다. 소비자 권익단체 캘피어그(CalPIRG)는 미국에서 하루 50만 개의 일회용 전자담배가 버려지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는 초당 약 5.8개꼴이다.
전자담배는 작은 리튬 배터리로 니코틴 등 액체를 가열해 사용자가 흡입하도록 만든 기기다. 일회용 제품은 몇 차례 사용하면 기능을 다해 곧바로 폐기해야 하는 구조다.
◇쓰레기 처리시설 화재 급증도 문제
전자담배는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의 새로운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런 화재 증가 현상을 '베이프 이펙트(vape effect)'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으며, 전 세계 폐기물 관리 인프라에 누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한다.
일회용 전자담배 카트리지가 일반 쓰레기나 재활용품 수거함에 버려지면 쓰레기 수거 트럭이나 처리시설의 선별 장비에 의해 압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파손돼 합선되면서 과열되거나 주변 물질에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 전미폐기물재활용협회(NWRA)와 리소스 리사이클링 시스템스(Resource Recycling Systems)는 매년 5000건이 넘는 화재가 재활용 시설에서 발생하며, 그 상당 부분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캘리포니안스 어게인스트 웨이스트(Californians Against Waste)의 정책 담당자 토니 해켓(Tony Hackett)은 "우리는 다른 산업이 화재 위험을 내장한 제품을 설계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며 "전자담배 업체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금연 효과 크다" 반발
전자담배 업계는 이 기술이 생명을 구하는 수단이며, 카트리지 폐기물이 담배꽁초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다만 LA타임스 취재 당시 업계 최대 단체인 베이퍼 테크놀로지 협회(Vapor Technology Assn.)와 독립 전자담배 제조사들을 대표하는 아메리칸 베이퍼 매뉴팩처러스(American Vapor Manufacturers)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별도 입장을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봄 아메리칸 베이퍼 매뉴팩처러스 대변인 짐 매카시(Jim McCarthy)는 "전자담배는 미국인들이 궐련을 끊는 데 있어 가장 대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캘리포니아 같은 주가 이런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일반인들에게서 빼앗으려 하는 것은 명백한 횡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만큼 사람들을 다시 연소형 담배로 되돌아가게 만든 주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들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전통적 금연 보조 수단보다 흡연자의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과 젊은 성인, 원래 흡연을 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장기적 영향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담배는 중독성 있는 니코틴을 전달하며, 증기는 폐와 목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은 혈관 및 심혈관 손상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1년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가 2018년 시행한 가향 전자담배 금지 조치의 여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금지 조치 시행 이후 해당 학군 미성년 고교생들이 일반 궐련을 피울 확률이, 금지 조치가 없는 학군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멘솔 담배와 재사용 가능한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가향 담배 제품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캘리포니아주 공중보건부는 전자담배를 긍정적인 금연 수단으로 보지 않으며,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취급하고 있다. 주 보건 당국은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일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젊은층이 전자담배를 시작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 보건 관계자들은 최신 전자담배 기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청소년 뇌 발달에 해를 끼쳐 학습, 기억, 주의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정부지출 축소를 옹호하는 전국 단체 택스페이어스 프로텍션 얼라이언스(Taxpayers Protection Alliance)에 따르면 202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전자 흡연 제품을 사용한 성인은 약 2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0.4%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청소년 담배 조사(California Youth Tobacco Survey)는 2023년 기준 전자담배가 고교생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담배 제품이라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 학생의 10%, 비농촌 지역 학생의 6%가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