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04:31 AM

트럼프에 거액 기부한 미 기업들, 민주당 조사 가능성에 대비

By 전재희

중간선거 앞두고 빅테크, 민주당과 관계 복원 나서...하원 장악 시 청문회·소환장 우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미국 대기업들이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회 조사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프로젝트와 공화당 관련 이니셔티브에 거액을 기부했던 기술기업들이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전직 민주당 보좌진을 영입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7일자 보도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민주당이 기업들의 트럼프 지원 내역을 겨냥해 청문회와 자료 제출 요구, 소환장 발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의 변호사와 로비스트들은 기업 고객들이 "우리의 취약점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 민주당에 거액 기부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정치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는 이들이 앞서 백악관 무도회장 건립과 공화당 관련 사업에 수천만달러를 지원한 데 대한 균형 맞추기 성격으로 해석된다.

WSJ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몇 달 동안 하원 민주당 지도부와 연계된 정치 비영리단체 하우스 머조리티 포워드(House Majority Forward)에 500만달러,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연계된 머조리티 포워드(Majority Forward)에 5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들 단체에 대한 기부는 공개 의무가 없으며, 해당 기부 사실은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다.

메타는 올해 공화당 지도부와 연계된 하원·상원 비영리단체인 아메리칸 액션 네트워크(American Action Network)와 원 네이션(One Nation)에도 각각 5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봄 트럼프와 연계된 정치위원회에 1,000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메타 저커버그
(메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자료화면)

이로써 메타가 올해 연방선거 관련 정치 비영리단체에 제공한 금액은 최소 3,000만달러에 이른다.

"내년 완전히 곤란해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 기부자 자문역이자 민주당 전략가인 쿠퍼 테보(Cooper Teboe)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민주당을 무시해온 기업들에 대해 "올해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에 완전히 곤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관계 회복에는 이전보다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기업들이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회는 행정부 대신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를 집중할 수 있다. 기업들은 행정부보다 의회 요구에 대응할 여지가 더 제한적이다.

민주당 "트럼프식 부패 책임 묻겠다"

민주당 지도부도 기업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물가 부담 완화와 기업 책임 추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카르텔이 미국에 가져온 무제한적 부패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몇 석만 추가로 확보하면 하원 다수당이 될 수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하원 장악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상원 다수당 경쟁 역시 박빙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상 조사 대상은 트럼프 기부 기업과 가족 관련 기업

하원 민주당의 예상 조사 대상에는 트럼프 또는 트럼프 관련 프로젝트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이 포함될 수 있다. 또 트럼프 가족이나 대통령 고위 참모들의 자녀와 관련된 사업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등 트럼프 측근들과 연결된 기업들도 민주당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의회 조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와 정치조직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이 향후 어떤 자료 요청이나 청문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메타와 팔란티어(Palantir)도 향후 정보 제출 요구, 의회 청문회, 소환장 가능성을 논의한 기업들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 의회 조사 대응 세미나 참석

미국 대기업들은 이미 의회 조사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WSJ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아마존(Amazon), 셰브런(Chevron), 화이자(Pfizer),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은 올여름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주제는 "잠재적 의회 감독과 조사 관리"였다.

이 행사에서는 비공식적인 의회 자료 요청부터 소환장 대응, 과거 조사 사례, 기업들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 등이 논의됐다.

미국상공회의소 측은 기업 커뮤니티에 중요한 주제에 대해 회원사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펌 캐힐(Cahill)도 지난 6월 의회 조사 대응그룹을 중심으로 "2026년 이후를 위한 플레이북"이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변호사, 기업 임원, 의회 직원, 제임스 코머(James Comer) 하원 감독위원장 등이 참석해 의회의 소환장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구글·칼시도 민주당 접촉 확대

기술기업들은 민주당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픈AI(OpenAI)는 올여름 워싱턴DC에서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와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만찬을 주최했다. 이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알파벳(Alphabet)의 구글과 예측시장 운영업체 칼시(Kalshi) 임원들도 최근 워싱턴에서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프리스는 최근 서부 지역을 방문해 베이 지역의 대형 기술기업들과 만났고,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의 고급 리조트에서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 모금행사도 열었다.

트럼프와 가까운 기업들, 민주당 인사 영입

일부 기업들은 민주당 출신 고위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입법국장을 지낸 슈완자 고프(Shuwanza Goff)를 미국 정부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채용했다.

칼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스테퍼니 커터(Stephanie Cutter)를 정책자문역으로, 바이든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 존 비보나(John Bivona)를 연방정부 관계 책임자로 영입했다.

칼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전략고문으로 두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차관 대행을 지낸 닐 카티얄(Neal Katyal)도 고객 자문 변호사로 고용했다. 카티얄은 2019년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는 책을 공동 집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 중시

다만 모든 기업이 민주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다. 기업들은 규제 승인, 인수합병 심사, 정책 변경 등에서 백악관과 행정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한 기업 정책 담당 임원은 거래 승인이나 규제 변경을 결정하는 것은 의회가 아니라 트럼프 백악관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민주당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도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일부 경영진은 노선을 바꾸기보다, 의회 권력 구도가 바뀌기 전에 규제나 정책과 관련된 거래와 사업 현안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머스크는 공화당 지원 강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오히려 공화당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X(SpaceX)를 이끄는 머스크는 2024년 트럼프 재선을 돕기 위해 거액을 지출한 데 이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도록 1억달러 이상을 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민주당과의 관계 복원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한 정치적 베팅을 계속 강화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기업 정치자금이 조사 리스크로 돌아오나

미국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관련 프로젝트에 거액을 기부하며 행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정치적 선택이 의회 조사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민주당에 새로 기부하고, 전직 민주당 인사들을 영입하며, 내부 대응팀을 꾸리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규제와 거래 승인 권한은 여전히 백악관과 행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움직임은 워싱턴에서 기업들이 권력 변화 가능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와 가까웠던 기업들은 이제 민주당 하원이 보낼 수 있는 소환장과 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정치자금과 로비 전략은 의회 조사라는 형태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