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04:32 PM

워시 연준 의장 "인플레 싸움 끝나지 않았을 수도"

By 전재희

잭슨홀 첫 연설서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시장, 9월 인상 확률 60%로 상향

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주요 연설에서 그는 물가 상승세가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연례 심포지엄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연준의장. 자료화면)

투자자들은 이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트레이더들은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날 약 35%에서 이날 약 60%로 높였다.

"결정이 아니라 원칙에 전념"

워시 의장은 다만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겠다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연준이 시장에 향후 결정을 미리 강하게 암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신의 소통 원칙에 따라 구체적 신호를 피했다.

그는 "나는 오늘 이 자리에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하나의 원칙에 전념해 서 있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현재 약 3.6% 수준의 기준금리가 미국 경제를 충분히 억제하고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용시장과 대출시장은 정책 제약의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과 농업 부문에는 일부 부담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금융여건을 "제약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금리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연준 내부, 금리 인상론 확대

연준 내부에서는 이미 금리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다른 일부 위원들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논쟁의 핵심은 최근 물가 상승이 관세와 이란 전쟁 같은 일회성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 구조적 상황 때문인지다.

워시 의장은 6월과 7월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좋았지만, 그것만으로 기저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구성 항목의 약 절반이 여전히 3% 넘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고점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전 20년 동안 약 3분의 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임금 안정론도 일축

워시 의장은 인내심을 주장하는 쪽의 주요 논거 중 하나인 임금 상승률 둔화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연준의 전통적 모델에서는 임금 상승세가 완만해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임금 상승률은 매우 오랫동안 미래 인플레이션의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시장 지표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물가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장, 국채금리로 반응

채권시장은 워시 의장의 발언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처음에는 하락했다가 이후 상승했다. 연준의 다음 행보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뚜렷하게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했다는 뜻이다.

22V리서치의 피터 윌리엄스(Peter Williams)는 시장 반응에 대해, 지난 7월 기자회견 이후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의문이 생겼던 상황에서 이번 연설이 일정 부분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9월 금리 인상 압박 커져

일부 분석가들은 워시 의장이 이번 연설로 스스로를 9월 금리 인상 쪽으로 몰아넣었을 수 있다고 봤다. 다음 회의 전까지 경제 전망이 의미 있게 바뀌지 않는다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왜 현재 정책이 그가 약속한 물가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Michael Strain)은 "이번 연설은 9월 연준 결정과 함께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날 연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Steven Blitz)는 같은 내용의 연설을 전임자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했다면 9월 인상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워시는 의장으로서의 기록이 짧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더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덜 말해야 한다"

이번 잭슨홀 연설은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소통 방식도 보여줬다.

그는 연준이 정상적인 시기에 향후 금리 경로를 너무 많이 안내하는 것은 "명확성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모호성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에 대한 준약속은 실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연준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워시는 취임 이후 연준이 시장에 다음 결정을 미리 예고하는 관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장이 연준의 발언이 아니라 실제 경제와 금융 가격을 바탕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방식에는 위험도 있다. 연준이 결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뿐 아니라, 경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한 논리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중앙은행의 판단을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위원회 내부 설득도 과제

워시 의장의 연설은 시장뿐 아니라 연준 내부 위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금리 결정권을 가진 다수 위원이 잭슨홀 현장에 참석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파월 전 의장은 같은 자리에서 분열된 위원회를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워시의 경우는 다르다. 동료 위원들은 아직 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는지 익혀가는 단계다.

위원들은 워시가 연준의 어떤 부분을 바꾸고 싶어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실제 정책 결정 순간에 어떤 기준으로 균형을 잡을지는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준, 다시 금리 인상 문턱에?

워시 의장의 첫 잭슨홀 연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냈다고 선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물가 지표 개선에도 기저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금융여건이 전반적으로 제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가 경제를 충분히 누르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워시 의장은 구체적 결정을 예고하지 않고, 원칙과 판단 기준만 제시했다.

연준의 다음 회의는 이제 워시 의장의 첫 본격 시험대가 됐다. 금리를 올린다면 그는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확인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동결을 선택한다면, 왜 현재 정책으로도 물가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