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04:57 AM
By 전재희
S&P500 2분기 주당순이익 53% 증가...AI 투자와 자산가격 상승도 호재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이 수년 만에 가장 강한 속도로 늘고 있다. 관세 환급금, 인공지능(AI) 투자 붐, 연방정부 지출, 그리고 예상보다 끈질긴 소비 지출이 맞물리면서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3% 급증했다. 매출도 거의 16% 늘었다. 아마존과 알파벳 같은 대형 기술기업의 투자 이익이 전체 실적 증가를 더 키웠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S&P500 기업 이익은 2021년 가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향후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이번 분기 이익 전망을 상향한 기업 수는 하향한 기업 수보다 거의 두 배 많았다. 1년 전에는 오히려 실적 전망을 낮추는 기업이 더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이익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관세 환급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세가 환급되면서 기업들은 과거 납부한 관세 일부를 돌려받고 있다. 이 환급금은 상당수 기업에서 소비자 가격 인하보다는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8월 중순 추정에서 관세 환급금이 3분기 경제성장률의 4%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예상한 4~5% 성장률에 약 0.2%포인트를 더하는 효과다.
패션업체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는 최근 분기에 할인 폭을 줄였음에도 소비자들이 계속 구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약 1억2,000만달러의 관세 환급금이 더해지면서 회사는 올해 전체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피트니스 시계 제조업체 가민(Garmin)도 7월 말 종료된 분기에 2,100만달러의 관세 환급금이 이익률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회사는 피트니스 제품 수요도 강했다며 연간 실적 전망을 높였다.
소매기업들의 실적은 미국 소비자가 여전히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연료 가격과 장기 인플레이션 부담에도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장난감, 의류, 컴퓨터, TV, 식품, 뷰티 제품 등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은 동일매장 매출이 3.5% 증가했고, 매장 방문객 수도 5개 분기 연속 늘었다. 주로 농촌 지역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달러제너럴의 실적 개선은 저소득·중산층 소비자들도 할인형 매장을 중심으로 지출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스트바이(Best Buy)는 소비자들이 컴퓨터와 TV, AI 기능이 들어간 안경 등을 구매하면서 최근 분기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고 밝혔다. 타깃(Target)도 장난감, 식품, 뷰티 제품 판매 증가와 관세 환급금 효과를 바탕으로 매출과 이익이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월마트(Walmart)의 동일매장 매출 증가율은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됐지만, 회사는 여전히 연간 전망을 상향했다. 월마트는 약 29억달러의 관세 환급금 일부를 가격 인하에 사용했으며, 이는 하반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John David Rainey) 최고재무책임자는 소비자들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비 환경이 2월보다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 상황이 전반적으로 강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미국 정부의 7월 소매판매 자료는 소비 둔화를 시사했다. 이는 아마존과 다른 유통업체들이 여름 온라인 할인 행사를 지난해 7월에서 올해 6월로 앞당긴 영향도 있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도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다.
일부 소매업체는 부진한 매출을 보고했다. 갭(Gap)은 주력 갭 브랜드는 선전했지만 올드네이비(Old Navy)와 애슬레타(Athleta) 부진으로 최근 분기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회사는 비용 관리 등을 바탕으로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했다.
달러제너럴 같은 대중 소비층 대상 유통업체들은 관세 환급금 일부를 가격 인하에 사용하고 있다. 토드 바소스(Todd Vasos) 달러제너럴 최고경영자는 핵심 고객층이 여전히 재정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소비뿐 아니라 AI 투자 붐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미국과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면서 주식시장도 상승했고, 이는 소비 심리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주가 상승과 높은 주택가격은 상당수 가계의 자산효과를 키웠다. 물가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자산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출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붐이 계속되고, 주식시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소비자 소득 증가세가 강하다면 소비자는 계속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투자 열풍이 실제 성과로 정당화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적 전망을 높인 기업들은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헬스케어 기업 맥케슨(McKesson), 찰스리버 래버러토리스 인터내셔널(Charles River Laboratories International), 식품업체 J.M. 스머커(J.M. Smucker), 농기계 제조업체 디어(Deere) 등 다양한 기업들이 올해 실적 전망을 개선했다.
이는 기업 이익 증가가 일부 빅테크나 AI 관련 기업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소비재, 헬스케어, 산업재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현재의 실적 호조가 모두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다.
관세 환급금은 일시적 요인이다.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는 성격이기 때문에 매 분기 반복될 수 있는 영구적 수익원은 아니다. 기업들이 환급금을 가격 인하가 아니라 이익으로 반영했다면 단기 실적은 좋아질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면 AI 투자와 소비 회복력은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I 투자가 기대만큼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현재의 시장 낙관론도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기업 이익 호조는 강력한 성장 신호이면서도 몇 가지 취약점을 함께 안고 있다. 관세 환급금은 단기 순풍이고, 소비자는 여전히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AI 붐은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
최근 미국 대기업들의 실적은 경기 둔화 우려와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지출하고 있고, 기업들은 관세 환급금과 AI 투자 붐,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고 있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과 매출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고, 상당수 기업은 올해 전망을 높였다. 이는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금리 부담 속에서도 여전히 강한 기업 이익 기반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흐름이 계속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져야 하고, 주식시장과 주택가격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소비자 소득 증가가 물가 부담을 따라잡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미국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 요인과 일시적 환급 효과가 함께 섞여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관세 환급금이라는 단기 호재가 사라진 뒤에도 소비와 AI 투자가 기업 이익을 계속 떠받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