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10:21 PM
By 이재경
트럼프 행정부가 영어능력시험에 불합격한 트럭 운전기사 5000명 이상과 연관된 상업용 트럭 운전학교 110곳을 행정 권한을 발동해 폐쇄했다고 LA타임스가 31일(월) 보도했다. 연방 정부는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주를 "가장 심각한 문제 주(州)"로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통부와 국토안보부 수장들은 지난 30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2024년 모하비 사막에서 인도 출신 이민자가 몰던 18륜 트럭에 차량이 들이받혀 딸 달릴라(7)가 중상을 입은 마커스 콜먼도 함께 자리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후임인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단연코 최악의 위반 사례들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션 더피 교통부 장관도 "불법적으로 발급된 면허 상당수가 캘리포니아, 뉴욕, 그리고 일리노이에서도 많이 나온다"며 "트럭이 중서부를 지나가다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면허는 캘리포니아에서 불법 발급됐더라도 그 운전자가 캘리포니아에만 머물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학교 폐쇄는 상업용 트럭업계의 사기와 불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협력 조치 중 하나다. 멀린 장관과 더피 장관은 폐쇄된 110곳 중 캘리포니아 소재 학교가 몇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교통부는 LA타임스의 관련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폭스뉴스에는 캘리포니아 11곳, 플로리다 10곳, 펜실베이니아 13곳, 텍사스 13곳이며 나머지는 다른 주에 소수씩 분포한다고 밝혔다.
연방 정부는 이와 함께 각 주가 상업용 운전면허 신청자의 기능을 검증하도록 인가한 제3자 시험기관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토안보부 수사관들은 23개 주에 있는 200개 이상의 훈련학교를 대상으로 공조 단속을 벌였다.
연방자동차운송안전청(FMCSA) 조사관들은 무자격 강사, 서류 미비, 운전자들이 필수 조작법을 익히기에 부적절한 공간 등이 적발된 훈련학교 160곳에 대해서도 추가로 폐쇄 통보를 보냈다. 연방 당국은 이들 학교에서 인증받은 운전자들이 상업용 차량 관련 사망사고 239건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6월 이후 영어능력시험 불합격을 이유로 2만8000명 넘는 운전자의 상업용 면허를 취소한 상태다.
FMCSA 청장 데릭 바스는 이날 회견에서 프레즈노 소재 '플래티넘 플러스 트럭 드라이빙 스쿨'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이 학교는 이후 영어능력 위반으로 적발된 운전자 36명을 인증해준 바 있다. 바스 청장은 "이 학교 출신 훈련생 한 명이 오클라호마에서 사람을 숨지게 했는데, 애초에 도로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학교의 경우 운영자들이 개방형 세미트레일러 뒷부분을 강의실로 썼고, 주 강사는 해외에 나가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국경순찰대는 불법 체류 신분이면서 주정부 발급 상업용 운전면허를 소지한 트럭 운전자 9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76명은 캘리포니아 면허 소지자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상업용 트럭 운전자, 특히 캘리포니아 소속 운전자들을 겨냥해 벌여온 장기간 조치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상업용 트럭 운전자에게 영어 능력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8월 초에는 FMCSA가 연방 규칙 제정 절차를 통해 이 같은 언어 요건을 명문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 플로리다와 샌버너디노 카운티에서 발생한 치명적 사고들은 미국 전체 트럭 운전 인력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크교도 펀자브계 운전자들에 대한 감시를 촉발시켰다.
올해 새로 마련된 연방 지침은 특정 비자 소지자로 상업용 운전면허 발급 대상을 제한하고, 각 주가 연방 포털을 통해 신청자의 이민 신분을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방 당국은 또한 근로허가 만료 이후에도 면허가 계속 유효하도록 방치한 사무 착오를 이유로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에 약 1만3000건의 면허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캘리포니아가 면허 취소를 지연하자 연방 정부는 교통 예산 1억6000만 달러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주는 비자 소지자, 망명 신청자, 임시보호신분(TPS) 수급자 등 합법적 취업 허가를 가진 이민자들의 상업용 차량 운전을 허용해왔다.
이 규정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상업용 운전자들이 특별한 안전 위협을 가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미안전위원회(National Safety Council) 집계에 따르면 2024년 대형 트럭이 관련된 치명적 사고는 약 5200건으로, 2023년보다는 3% 줄었지만 최근 10년간으로 보면 30% 늘었다.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새 규정이 트럭 운전자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모든 이민자 운전자가 무자격이라는 근거 없는 통념을 부추겨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영향을 받은 운전자 상당수가 합법적으로 취업이 허가된 사람들이며 안전 기록도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아시안로코커스(Asian Law Caucus)와 시크연합(Sikh Coalition)은 면허 취소 대상이 된 운전자들을 대리해 캘리포니아 DMV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앨러미다 카운티 판사는 면허 취소 조치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않았지만, DMV가 운전자들이 재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명령했다. DMV는 자체 조사에서도 약 7000건의 취소 처분이 착오로 발급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