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07:18 AM

트럼프, 정유업계와 백악관 회동...호르무즈 불안 속 휘발유값 안정 압박

By 전재희

이란전으로 에너지 공급 우려 확대...미 정제능력 확대·베네수엘라 유전 진출도 추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정유업체와 석유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정제능력 확대와 휘발유 가격 인하 방안을 논의한다. 이란전과 호르무즈 해협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에너지 지배력' 의제를 앞세워 국내 공급 확대와 소비자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테일러 로저스(Taylor Rogers)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인 에너지 지배력 의제가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최대한의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백악관. 자료화면)

그는 대통령이 업계 지도자들과 만나 정제능력을 확대하고,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서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더 강화하며, 미국 국민을 위한 가격 인하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전과 호르무즈 충돌이 유가 압박

이번 회동은 미·이란 충돌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열린다.

미군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라락섬에 배치된 이란 혁명수비대 로켓 발사대를 타격했다. 미국은 해당 발사대가 해상 지뢰를 탑재한 로켓을 해협으로 발사하려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유조선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로, 중동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와 미국 휘발유 가격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유업계와 회동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공급 불안과 유가 상승 우려를 국내 정제능력 확대와 가격 안정 정책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제능력 확대가 핵심 의제

백악관은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로 미국 내 정제능력 확대를 제시했다.

원유 생산이 충분하더라도 정유시설이 부족하거나 병목이 생기면 휘발유, 디젤, 항공유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전쟁이나 해상 운송 차질로 국제 원유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정제시설의 처리 능력은 소비자 가격 안정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원유 생산뿐 아니라 정제, 운송, 유통까지 공급망 전체에서 더 강한 통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 충격이 발생해도 미국 내 연료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미국계 업체, 베네수엘라 유전 일부 인수 추진

에너지 공급망 확대 움직임은 해외 유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회사 노스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orth American Blue Energy Partners·NABEP)는 중국 기업들과 러시아 기업이 과거 관리하던 베네수엘라 유전 일부를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NABEP에 새로 부여된 14개 계약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NABEP는 과거 미국 석유 재벌 해리 사전트(Harry Sargeant)가 소유했으며, 현재는 베네수엘라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탄코트(Alejandro Betancourt)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베탄코트는 성명에서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근면한 국민,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거래가 베네수엘라와 미국 모두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움직임은 미국이 중동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흐름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관여했던 유전 일부를 미국계 기업이 넘겨받는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의미도 작지 않다.

소비자 가격 안정과 에너지 안보 동시 겨냥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중동 충돌과 유조선 공격, 호르무즈 해협 불안은 곧바로 원유 선물시장과 주유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제능력 확대와 공급망 강화로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려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에너지 안보 강화다. 이란과의 충돌이 길어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남미 에너지 자원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원유 생산과 정제, 해외 유전 접근권을 모두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

결론: 이란전 속 '에너지 지배력' 전면화

트럼프 대통령의 정유업계 회동은 단순한 휘발유 가격 회의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충돌과 이란전 장기화 가능성 속에서, 미국이 에너지 공급망 전반을 더 강하게 장악하겠다는 정책 신호에 가깝다.

백악관은 정제능력 확대와 공급망 강화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계 기업의 베네수엘라 유전 진출은 중동 외 지역에서 에너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정제능력 확대와 해외 에너지 자산 확보를 통해 가격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진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