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2 07:55 AM
By 전재희
미 국채금리 상승이 모기지·자동차대출로 확산...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생활비 부담 가중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의 장기 충돌 우려, 확대되는 재정적자,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금리까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 국채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채금리는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이자,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금리를 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회사채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미 물가 부담에 시달리는 미국 가계에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 대출 비용이 더 오르고, 주식시장 랠리와 인공지능 투자 붐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주택시장이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년물 국채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모기지 금리도 따라 오르고, 이는 주택 구매 능력을 떨어뜨린다.
퍼스트아메리칸(First American)의 마크 플레밍(Mark Flem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채권 매도세가 모기지 금리를 7%에 훨씬 더 가깝게 밀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특히 첫 주택 구매 희망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을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4년 가까이 높은 대출금리로 압박을 받아왔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과거 낮은 금리로 받은 모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사를 미루고 있고, 그 결과 매물 부족이 이어지며 주택 호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모기지 금리가 한때 6% 아래로 내려가면서 주택 거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금리가 다시 뛰면서 봄철 성수기 주택시장은 부진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6%였다.
채권금리 상승은 임대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개발업체들이 아파트나 주거시설을 짓기 위해 돈을 빌릴 때 비용이 높아지면 신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집주인들은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계속 임대시장에 머물면 임대 수요도 늘어난다.
주택 거래 둔화는 가구, 가전, 인테리어, 리모델링 수요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이 새집으로 이사할 때는 가구와 가전을 사고 집을 고치는 경우가 많지만, 주택 매매가 얼어붙으면 이런 소비도 함께 줄어든다.
이미 홈디포(Home Depot)와 로우스(Lowe's) 같은 주택개선 소매업체들은 주택 관련 소비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붕재와 바닥재 같은 건축자재 업체들도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이사를 미루면서 줄어든 수요를 메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채권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대출 금리는 보통 5년물 국채금리 같은 중기 국채금리와 연결된다. 최근 5년물 국채금리가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자동차 구매자들의 대출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 자동차 구매는 이미 역사적으로 비싼 수준이다. 팬데믹 시기 공급망 차질로 차량 가격이 오른 데다, 관세 부담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도 전체 물가보다 빠르게 올랐다.
금리가 오르자 많은 소비자들은 월 납입금을 낮추기 위해 더 긴 기간의 자동차대출을 선택하고 있다. 일부 차량 보유자는 자동차 가치보다 대출 잔액이 더 많은 '마이너스 자산'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운전 비용도 여전히 높다. 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4.10달러로, 1년 전 같은 시점의 3.19달러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국채금리 상승과 별개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는 7월 3.7%를 기록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물가가 충분히 식지 않으면서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점점 더 높게 보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은 9월 연준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70%로 반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가능성은 약 90%, 최소 두 차례 인상 가능성도 약 50%로 나타났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면 단기 대출금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 신용카드 금리와 주택담보신용한도, 즉 HELOC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이는 이미 생활비와 대출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가계에 추가 압박이 된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아직 끝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시장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게 만든 요인이다.
채권 매도세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된다.
S&P500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20% 올랐다. 상승세의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됐다. 주가 상승은 주식을 보유한 가계, 특히 고소득층의 순자산을 늘렸고, 이는 소비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높은 주가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낮은 위험으로도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기업의 차입비용이 오르면 투자와 운영자금 조달도 더 어려워진다.
올해 회사채 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이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 랠리는 AI 투자 붐과도 연결돼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데이터센터 관련 민간 건설 지출은 연율 기준 7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3년 말보다 51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주택, 쇼핑센터, 사무실 등 데이터센터를 제외한 민간 건설 지출은 1,200억달러 감소했다.
즉 미국 경제의 건설투자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런 대규모 투자에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I 투자 붐이 주식시장과 소비 심리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금리 상승은 단순히 금융시장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채권 매도세는 월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신용카드를 쓰고,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함께 올라간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물가와 비싼 휘발유, 높은 보험료, 주택 구입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모기지 금리가 다시 7%에 가까워지고 자동차대출과 신용카드 금리까지 오르면 가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중동 충돌이 유가를 자극하고, 재정적자가 국채 공급 부담을 키우며,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 채권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이번 채권 매도세의 의미는 분명하다. 정부의 차입비용 상승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부담은 주택시장, 자동차시장, 소비지출, 주식시장, AI 투자 붐까지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