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10:11 AM
By 전재희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 후 브렌트유 장중 99달러 돌파...국채금리도 4.8% 웃돌아
미국 증시가 주초 하락세로 출발했다. 예멘의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접근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약 550포인트, 1%가량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5% 미만의 약세를 보였다.
블루칩 지수인 다우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에는 암젠(Amgen) 주가 급락도 영향을 미쳤다. 암젠 주가 하락은 헬스케어 업종 전반을 끌어내렸고, 헬스케어는 S&P500에서 가장 부진한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장의 핵심 변수는 유가였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후티 반군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 소식에 장중 배럴당 99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후 상승폭 일부를 반납해 최근에는 97.2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유가가 100달러에 가까워진 것은 중동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충돌, 이란 유조선 타격, 걸프 지역 선박 공격에 이어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주요 원유 생산국이고, 후티 반군은 과거에도 사우디 석유시설과 홍해·아라비아해 주변 해운을 겨냥한 공격을 벌인 바 있다. 이번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중동의 더 넓은 에너지 수송망이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휘발유 가격이 결국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5달러 수준이다. 노동절 연휴를 지나면서 계절적 수요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중동 충돌이 계속될 경우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베센트 재무장관이 최근 언급한 유가 급락론과 같은 흐름에 있다. 이란 전쟁이 끝나고 막혀 있던 공급이 풀리면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바뀌어 유가가 크게 내려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당장의 공급 차질과 지정학 리스크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8%를 넘어섰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 소비자물가가 함께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시장은 고용 호조와 유가 상승, 재정적자 우려를 동시에 반영하며 국채금리를 끌어올려왔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된다.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는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주 후반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의 다음 핵심 변수다. 경제학자들은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4%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최근 채권금리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여지도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이어졌다.
엔화는 달러 대비 거의 7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긴축 가능성은 엔화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일본 국채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낮은 일본 금리는 전 세계 자금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는 달러 약세와 맞물려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도 새 기록을 세웠다.
WSJ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제 구리에 새로운 수입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는 전력망, 전기차, 데이터센터, 산업 설비 등에 필수적인 금속이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기 회복 기대보다는 공급망 재편과 관세 리스크,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력 인프라, 건설, 제조업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업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 갈등도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캐나다는 이날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50%의 보복관세를 시행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갈등이 실제 비용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 철강, 에너지, 농산물 등에서 긴밀히 연결된 공급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보복관세가 장기화되면 양국 기업의 비용과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금리 부담에 더해 무역 갈등까지 겹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시장 하락은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유가와 금리,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한꺼번에 움직인 결과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에너지 시설 공격은 중동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더 넓은 에너지 인프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브렌트유는 장중 99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4.8%를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 승리 이후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시장은 전쟁 이후의 공급 과잉 시나리오보다 당장의 공급 차질 위험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유가 상승이 실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물가가 높게 나오면 연준의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고, 이는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의 초점은 다시 에너지 가격으로 돌아왔다. 중동 충돌이 이어지는 한, 유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주식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