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04:33 PM
By 전재희
GSA·USTR에 조달계약 목록 재검토 지시...캐나다 보복관세 시행일에 무역전쟁 새 전선 확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을 미국 연방정부 조달 목록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시행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넘어 정부조달 시장 접근 제한이라는 새 압박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 연방조달청(GSA)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협력해 캐나다산 제품을 GSA의 다수공급자계약 목록(Multiple Award Schedules·MAS)에서 제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농민과 기업에 "완전하고 공정한 상호주의"를 회복하지 않는 한 캐나다산 제품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uters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 없이는 접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정부와 주정부들이 미국 중소기업과 기업들이 캐나다 정부조달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Reuters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GSA의 다수공급자계약 목록이다. GSA에 따르면 MAS는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등 적격 구매자들이 사전에 협상된 가격으로 상업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장기 정부조달 계약 체계다. GSA는 MAS 계약자가 제품 원산지를 인증하도록 하고, 해당 정보가 GSA Advantage에 표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목록이 연간 500억달러 이상 규모라고 주장했다. WSJ도 이번 조치의 실제 영향 범위는 즉각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GSA 조달 일정이 연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GSA의 2026 회계연도 계획 자료에서도 MAS 매출 목표가 515억달러로 제시돼 있다.
이는 단순한 관세 인상보다 더 직접적인 압박 수단이다. 관세는 제품 가격을 높여 수입을 어렵게 만들지만, 정부조달 목록에서 제외되면 캐나다산 제품이 미국 정부 구매 경로에서 빠질 수 있다. 특히 연방기관이나 공공기관 납품에 의존하는 캐나다 기업에는 실질적인 시장 접근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캐나다의 보복관세 시행과 맞물려 나왔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8월 22일부터 27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대응해, 9월 8일 0시 1분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맞대응 관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 분야에는 철강·알루미늄, 유제품, 가전, 농기계, 펄프·종이, 플라스틱, 전자제품 등이 포함됐다.
Reuters도 캐나다의 보복관세 시행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대캐나다 압박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 전용기 제조사 봄바디어(Bombardier)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미국 내 판매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이번 GSA 조달시장 제한 지시는 봄바디어 압박에 이어 나온 추가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에서 특정 산업과 기업, 정부조달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스팅에서 캐나다의 유제품 시장, 자동차 생산, 정부조달 시장을 한꺼번에 문제 삼았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낙농업자들이 캐나다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공급관리 제도와 관세할당제를 통해 유제품 시장을 보호해왔고, 이는 미국과 캐나다 간 오래된 무역 갈등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캐나다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체결한 "재앙적 무역협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가 수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정부조달 시장에서도 미국 기업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메시지의 핵심은 상호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 정부조달 시장에 넓게 접근하면서도, 미국 기업에는 캐나다 정부조달 시장을 충분히 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캐나다가 미국 기업에 같은 수준의 접근권을 주지 않으면, 캐나다산 제품도 미국 조달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제품을 대규모 장기 미국 정부계약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완전하고 공정한 상호주의"를 허용할 때까지 캐나다 제품을 해당 계약에서 부적격으로 지정하도록 GSA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캐나다의 전략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한 나라가 우리를 인질로 잡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캐나다가 유럽연합과의 관계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캐나다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 시장과 공급망을 찾으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치는 미·캐나다 무역전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 갈등의 중심은 관세였다. 미국은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맞대응 관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제 갈등은 정부가 누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가라는 조달시장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조달 시장은 일반 소비재 시장과 다르다. 한 번 계약 목록에서 제외되면 공공기관 납품 기회가 줄고, 장기 계약과 반복 구매에서 밀려날 수 있다. 특히 의료, IT, 산업장비, 전문서비스, 부품, 유지보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어떤 캐나다산 제품이 제외될지, 이미 체결된 계약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서비스와 부품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Reuters는 이번 지시가 미·캐나다 무역분쟁의 새로운 확대라고 전하면서도, 구체적 집행 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산 제품의 GSA 목록 제외는 캐나다 기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 기업에도 영향이 없지는 않다.
북미 공급망은 자동차, 항공, 기계, 전자, 방산, 의료기기 등 여러 산업에서 깊게 연결돼 있다. 캐나다산으로 분류되는 제품 중 일부는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 서비스와 결합돼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달 제한이 넓게 적용될 경우 미국 공급업체나 공공기관 구매자도 비용 상승이나 대체 공급처 확보 부담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캐나다가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미국 기업들의 캐나다 정부조달 시장 접근도 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양국 모두 상대 시장에서의 공공계약 기회를 잃을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포스팅은 대캐나다 무역전쟁이 관세를 넘어 시장 접근권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농민과 기업에 공정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캐나다산 제품도 미국 정부조달 시장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구호는 "상호주의 없이는 접근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캐나다 기업들은 연간 500억달러가 넘는 GSA 조달 체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 공공기관과 공급망에도 조달 비용 상승과 대체 공급처 확보라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미·캐나다 갈등은 이제 유제품과 자동차, 항공기를 넘어 정부조달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의 핵심은 GSA와 USTR이 실제로 어떤 규정을 마련할지, 캐나다가 조달시장 접근 문제에서 양보할지, 그리고 양국이 추가 보복을 주고받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