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04:41 PM

이란, 사흘 새 두 차례 미 해군함정 겨냥...미군, 이란 유조선 추가 타격

By 전재희

미 관리들 "항모·구축함 겨냥은 중대 확전"...이란 미사일 고도화·중러 지원 가능성에도 촉각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충돌이 다시 확전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란이 지난 주말 미 항공모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겨냥한 데 이어, 7일에도 또 다른 미 해군 함정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은 8일 이란 유조선을 추가 타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중동 해역의 미 해군 함정을 다시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대응으로 8일 이란 유조선들을 공격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사흘 사이 두 차례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한 것을 중대한 확전 신호로 보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영상
(미 중부사령부 CENTCOM이 8일 올린 영상. CENTCOM X)

AP통신은 미군이 8일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최근 이틀 동안 미 해군 함정을 두 차례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뤄졌다.

주말 항모 공격 이어 월요일에도 미 함정 겨냥

이번 사태는 지난 주말 이란이 미 항공모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5일 미 항공모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이란의 공격을 회피했으며, 이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원유 운반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하루 뒤 다시 미 해군 함정을 겨냥했다. WSJ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7일 또 다른 미 해군 함정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 함정이 실제로 피격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이란의 반복적인 해군 자산 공격 시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와 유조선 타격에 군사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망을 차단하려 하고 있으며, 이란은 미 해군 함정과 걸프 지역 상선을 압박하며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이란 '그림자 유조선단' 직접 겨냥

미국의 대응은 이란 유조선단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지난 5일 공격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군은 하르그섬(Kharg Island) 인근 유조선, 자스크(Jask) 원유 터미널 인근 유조선, 오만만의 비적재 원유 운반선을 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승조원들에게 퇴선 지시를 내린 뒤 선박을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8일에는 공격 규모가 더 커졌다. AP는 중부사령부 발표를 인용해 미군이 오만만의 M/T 카비즈(Kaviz), M/T 차르미나르(Charminar), M/T 호라이즌 1(Horizon 1), M/T 리에스코(Riesco)와 하르그섬 인근 M/T 데리야(Derya)를 파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들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지역 대리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그림자 선단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유조선 타격은 단순한 보복을 넘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과 군사 자금 조달망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이란, 바레인·쿠웨이트 항만 유조선에도 경고

이란도 보복 위협을 확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 관영매체는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 항구에 있는 유조선 승조원들에게 선박을 떠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해당 지역의 상업 유조선을 공격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란은 앞서 사우디와 쿠웨이트 관련 유조선을 공격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Reuters는 미·이란 충돌이 재개된 뒤 이란이 중동 에너지 인프라와 선박을 겨냥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가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호르무즈 해협의 충돌이 군함과 이란 유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걸프 산유국의 에너지 수출과 상업 해운 전체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정밀 타격 능력'

미국 관리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이란 미사일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란 관영매체는 이란이 미군 함정을 겨냥하는 데 새로운 기능을 갖춘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무기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미사일이 전자광학 탐색기(electro-optical seeker)를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미사일이 영상을 이용해 움직이는 표적을 향해 기동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이란이 미군 함정을 공격하려면 공격 시작 시점에 미 함정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란의 미 해군 함정 추적을 도왔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전쟁 중 이란에 위성 영상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반 기관들을 제재한 바 있다.

은퇴한 존 "포지" 밀러(John "Fozzie" Miller) 전 미 해군 중장은 WSJ에 이란이 미군의 공격으로 전장 감시 능력이 약화된 뒤에도 해군 함정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우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더 이상 아라비아해 먼 곳의 표적을 레이더로 찾아낼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군 함정 19척, 중동 작전 지원

미국은 현재 중동 작전을 위해 19척의 함정을 투입하고 있다. WSJ는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들 함정이 이란 항구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호, 추가 군사작전 대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묶어두고, 동시에 걸프 산유국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계속 나가도록 해상 통행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 함정과 상업 선박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이 해상 통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이미 미국 봉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WSJ는 최근 이란산 원유가 페르시아만 밖으로 새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해상에 남아 있던 기존 비축 물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테헤란의 외화 수입과 리알화 방어 능력이 압박받고 있다.

민간 선박 타격의 법적 논란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직접 타격하면서 법적 논란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민간 선박은 전쟁에서 보호 대상이다. 그러나 에모리대 법대의 마크 네빗(Mark Nevitt) 교수는 WSJ에 민간 선박이라도 적의 군사 행동에 기여하고, 이를 파괴하는 것이 명확한 군사적 이점을 제공한다면 보호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 유조선들이 혁명수비대와 대리세력의 자금 조달에 사용됐다는 점을 내세워 타격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유조선 공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미·이란 충돌이 더 많은 상업 선박을 군사적 표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경우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걸프 지역 항만의 해상보험료와 운송비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가도 100달러 근접

유조선 타격과 미 해군 함정 공격 소식은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8일 유조선 타격 이후 브렌트유가 전 거래일 대비 2.4% 올라 배럴당 99.34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유가는 8월 말 이후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Reuters도 미·이란 충돌과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위협이 유가를 6주 만의 고점으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의 핵심 병목이었다. 미국은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이란은 미국이 설정한 통행로와 걸프 산유국 선박을 위협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결론: 해군 함정 겨냥한 '탱커전'으로 확대

이번 사태는 미·이란 충돌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더 이상 미군 기지나 상선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포함한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을 반복적으로 타격하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하고 있다.

핵심은 이란 미사일이 실제 미 함정을 명중시키지는 못했지만, 미 해군 함정을 추적하고 공격하려는 능력과 의지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중국·러시아의 정보 지원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망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란 유조선단은 이제 제재 대상일 뿐 아니라 직접 타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란이 바레인·쿠웨이트 항만 유조선까지 위협하면서, 걸프 해역의 상업 선박도 전쟁 리스크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결국 호르무즈 전쟁은 선박 호송과 봉쇄를 넘어, 미 해군 함정과 이란 그림자 유조선단이 맞부딪히는 '탱커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이란이 다시 미 함정을 겨냥하거나 걸프 산유국 선박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응은 더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