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10:05 AM
By 이재경
메타(Meta)가 이날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공개했다고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8일(화)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메타가 소셜미디어의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소송에서 다주(多州)와 180억 달러 규모의 합의에 도달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뮤즈는 이메일, 캘린더, 결제, 건강·피트니스, 스마트홈, 외식, 쇼핑, 음악, 이벤트 등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과 서비스에 연결돼 각종 업무와 프로젝트를 대신 처리해주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다. 메타는 뮤즈가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공과금 절감, 서류 작성, 일정 계획 수립, 요리 영상(릴스)을 장바구니 목록으로 변환, 파티 초대장 발송, 결제 등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는 '링크 바이 스트라이프(Link by Stripe)'를 통해 이뤄지며, 구매자 보호 기능을 제공해 AI가 대신 결제하는 데 대한 소비자 불안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쇼피파이(Shopify)의 숍페이(Shop Pay)와 원패스워드(1Password) 연동도 조만간 추가될 예정이다.
뮤즈를 이용하려면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메타에 맡겨야 한다. 이 때문에 메타는 이용자가 연동할 앱과 서비스를 하나씩 직접 선택하도록 해 옵트인(opt-in) 방식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뮤즈는 메타의 자체 AI 모델인 '뮤즈 스파크(Muse Spark)'로 구동되며, 여러 서비스에 대한 내장 커넥터를 기본 제공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직 내장 커넥터로 제공되지 않더라도 공개 API가 있다면 이용자가 제공한 인증정보로 연결을 설정할 수 있고, API가 없는 경우에는 브라우저를 통해 해당 서비스에 접근한다.
뮤즈는 우선 웹사이트(muse.ai)와 iOS·안드로이드 앱, 왓츠앱(WhatsApp) 채팅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메타의 AI 안경에도 탑재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지만 사용량이 늘어나면 구독 요금제가 적용되는 구조여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결제 카드 등록이 필요하다. 다른 AI 에이전트들과 마찬가지로 뮤즈는 이용자가 앱을 벗어난 뒤에도 계속 작업을 수행하며, 대화를 통해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학습해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제안을 건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메타는 설명했다.
◇ "챗GPT 시대 이후"를 겨냥한 승부수
테크크런치는 이번 뮤즈 출시가 챗GPT(ChatGPT) 시대 이후를 겨냥한 메타의 상당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AI 챗봇은 질문에 답하거나 대화 상대, 나아가 디지털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면, 뮤즈는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로 일을 처리해주는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이 메타만의 것은 아니다.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대형 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AI 에이전트를 소비자 일상에 어떻게 통합할지 실험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부는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처럼 이용자를 대신해 각종 작업을 시작해주는 AI 웹브라우저나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고, 다른 업체들은 애플의 아이메시지(iMessage), SMS, 왓츠앱 등 소비자가 가장 많이 쓰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AI를 통합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에이전트들은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프라이버시를 내줄 것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고 테크크런치는 지적했다. 실제로 AI 비서 '인스팅트(Instinct)'의 초기 테스터 다수는 이 앱이 AI 모델 학습을 포함해 이용자 자료에 대해 "접근, 사용, 호스팅, 캐싱, 저장, 복제, 전송, 게시, 배포, 수정"을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영구적이고 취소 불가능한' 라이선스를 요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 메타 "전용 보안 가상머신에서 구동"…전문가 검증 필요
메타는 뮤즈가 자체적으로 '전용 보안 컴퓨터'인 '뮤즈 시큐어 VM(Muse Secure VM)'에서 자체 브라우저와 함께 구동되며, 고객 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프라이버시·안전·보안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센티널(Sentinel)'이라는 별도 에이전트가 같은 가상머신에서 작동하지만 시스템 단에서 뮤즈와는 분리돼 있다. 이에 따라 뮤즈는 이용자의 비밀번호나 결제수단에 접근할 수 없으며, 대화나 데이터를 메타의 광고 시스템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메타는 이날 별도의 기술 게시물을 통해 이런 주장을 더 상세히 설명했지만, 테크크런치는 이 같은 보안 설계가 실제로 유효한지는 보안 전문가들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 메타의 과거 전력, 신뢰 확보에 걸림돌 될 수도
문제는 이 같은 보안 설명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소비자 신뢰를 충분히 얻어 뮤즈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다. 테크크런치는 메타가 '말과 행동이 다른' 전력을 여러 차례 보였다고 지적했다. 2011년 메타는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혐의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했다. 2019년에는 8건의 개인정보 관련 위반으로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 달러의 벌금을 FTC로부터 부과받았고, 2023년에는 2019년 합의 이후 내려진 프라이버시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FTC로부터 다시 제소당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메타는 2019년 다수 이용자의 비밀번호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저장돼 해킹 위험에 노출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제3자가 수백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 역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메타는 미성년자 보호 실패 여부를 두고 미 의회에 반복적으로 소환돼 증언한 바 있다. 의회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메타는 결국 여러 관련 소송의 피고가 됐다. 지난 8월 29개 주와 합의한 소송, 아동 피해와 관련해 9억4200만 달러 배상 명령을 받은 뉴멕시코주 소송, 그리고 여러 소셜미디어 대기업을 상대로 여전히 계류 중인 수천 건의 개인 상해 및 학군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소셜미디어 중독을 둘러싼 재판에 출석해 인스타그램의 연령 제한을 시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증언하고, 10대 이용자가 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해 언급한 바 있다.
테크크런치는 메타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안 관련 기술 문서와 설명을 상세히 공개하는 한편, 이용자가 에이전트 자체에 친밀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이용자는 뮤즈에 이름을 붙이고 아바타를 고르며, 에이전트가 자신과 소통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각종 설정을 직접 구성할 수 있다. 이런 개인화 요소와 뮤즈가 제공하는 실질적 편의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메타에 개인정보를 맡기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 날 전망이라고 매체는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