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10:16 AM

트럼프 행정부, 캘리포니아 '델타 물관리 계획'에 제동…"작동 불가능"

By 이재경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최대 관개당국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추진해온 '샌프란시스코만-델타(Bay-Delta) 물관리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가 9일(수)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물 시스템의 심장부인 새크라멘토-샌와킨강 삼각주(델타)와 샌프란시스코만은 심각한 생태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델타의 생태 악화를 막기 위한 계획을 수년간 준비해왔다고 주 관계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이 이제 연방정부와 지역 물관리 기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료화면)

미국 개간국(Bureau of Reclamation)은 서한을 통해 캘리포니아주의 델타 계획이 연방정부의 취수량을 제한함으로써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간국은 이 계획이 "캘리포니아 농업경제 전체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서한에서 밝혔다.

개간국은 캘리포니아의 양대 물 공급 시스템 중 하나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델타에서 물을 끌어올려 남쪽으로는 베이커스필드에 이르는 농지와 지역사회에 공급하는 대형 양수시설을 운영한다. 개간국은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이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뉴섬 주지사가 지지해온 어류 및 야생동물 서식지 복원 사업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센트럴밸리의 웨스트랜즈 관개구(Westlands Water District) 역시 주정부가 현행 계획을 고수할 경우 서식지 복원 사업 자금 지원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2022년 주정부와 협상했던 합의의 핵심 조항들을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웨스트랜즈 관개구의 앨리슨 페보(Allison Febbo) 총괄관리자는 "주정부가 조건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2022년) 합의에서 발을 뺐다"고 말했다.

주정부의 만-델타 계획은 뉴섬 주지사의 두 번의 임기 내내 준비돼왔다. 캘리포니아 주 수자원통제위원회 대변인 재키 카펜터(Jackie Carpenter)는 이 계획이 "물 이용자, 연방·주 기관 등과의 수년간 협력의 결과물"이며 "개간국의 의견을 반영한 상당한 수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주 수자원통제위원회가 채택할 예정인 이 계획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델타는 약 30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400만 에이커의 농지에 물을 대는 핵심 수원이다. 캘리포니아가 이 물에 크게 의존해온 사이 치누크연어, 강철송어, 롱핀은어 등 토종 어류는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이번 계획이 채택되면 델타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끌어올릴 수 있고, 어류와 환경을 위해 하천과 하구에 얼마나 많은 물을 남겨둬야 하는지를 정하는 규정이 마련된다. 지난달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물 관리기관들은 델타 수질 규정을 준수하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 방식대로 하천과 하구의 최소 수위를 유지하도록 취수를 제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 관리기관들이 특정 하천 유량을 보장하고 어류 서식지 복원 비용을 부담하기로 약속하는 '자발적 협약(voluntary agreements)'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정부가 '건강한 하천과 경관(Healthy Rivers and Landscapes)'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이 자발적 접근법은 논란이 됐다. 다수의 캘리포니아 물 관리기관은 이를 지지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 방식이 델타를 고갈시키고 이미 급격히 줄어든 어류를 더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섬 주지사와 그의 행정부는 이 협약이 수년간 지속된 갈등에서 벗어나 델타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주정부 관계자들은 만약 어느 물 관리기관이 협력적 접근 방식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관을 다시 전통적 규제 체계로 되돌릴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대목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작동 불가능(unworkable)"하다고 지적한 지점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환경 정책에 맞서면서 동시에 주 내 하천에서 더 많은 물을 끌어오려 해왔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센트럴밸리 프로젝트(Central Valley Project)의 수로에 더 많은 물을 곧 공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행정부는 멸종위기종 어류 등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호 조치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개간국은 서한에서 주정부 계획에 따른 취수 제한에 우려를 표명했다. 오브리 베튼코트(Aubrey Bettencourt) 개간국 부국장은 주정부가 샤스타댐, 폴섬댐 같은 저수시설의 연방 운영 방식에 그런 조건을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계획이 주 수자원통제위원회의 규제 과잉 사례라며, 위원회가 현행안을 폐기하고 2022년에 마련됐던 계획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ublic Policy Institute of California)의 제프리 마운트(Jeffrey Mount)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전략이 '우리는 발을 빼겠다, 계획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계획을 아예 폭파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소송전으로 몰아가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바꾸도록 압박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의도가 무엇이든 연방정부와 센트럴밸리 최대 물 관리기관의 강한 반발이 뉴섬 행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물 관련 합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지사실은 관련 질의를 캘리포니아 수자원부(Department of Water Resources)로 넘겼다. 수자원부는 주정부가 협력적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 물 관리기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이를 "캘리포니아 최대 하천 시스템 전반의 환경 여건을 개선하면서 미래 물 공급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주 수자원통제위원회는 오는 9월 18일까지 계획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며, 10월 28~29일 청문회에서 채택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환경단체 '리버스의 친구들(Friends of the River)'의 개리 보커(Gary Bobker) 프로그램 국장은 뉴섬 주지사의 협상형 합의 방식이 델타의 어류와 환경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방식은 더 나쁘다. 이는 우리를 뒤로 후퇴시켜 현재의 상태보다 더 해로운 상황을 만들고, 주정부가 자체 수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할 권한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골든스테이트연어협회(Golden State Salmon Assn.)의 배리 넬슨(Barry Nelson) 자문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환경 보호 조치 약화와 델타 취수량 극대화 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계획이 채택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웨스트랜즈 관개구의 반대가 뉴섬 행정부와 주 수자원통제위원회에 까다로운 시험대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넬슨 위원은 "그들이 맞설 것인가, 굴복할 것인가"라며 "만약 개간국의 요구에 굴복하기로 한다면 계획을 대대적으로 다시 써야 할 것이고, 이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는 트럼프가 뉴섬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표 물관리 계획을 스스로 무력화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