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10:38 AM
By 이재경
미국 법무부(DOJ)가 폭스(Fox)의 220억달러 규모 로쿠(Roku) 인수 계획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반독점 심사를 강화했다고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9일(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8일 폭스와 로쿠 양사에 이른바 '세컨드 리퀘스트(second request)'를 발송했다. 세컨드 리퀘스트는 대형 인수합병 심사 과정에서 규제당국이 기업들의 초기 서류 제출만으로는 답을 얻지 못한 사안에 대해 추가 데이터와 문서를 요구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다만 이는 법무부가 양사의 최초 신고 내용만으로는 충분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매체는 짚었다.
이번 조사는 세마포(Semafor)가 처음 보도했으며, 테크크런치는 이와 관련해 폭스 측에 논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는 세컨드 리퀘스트가 곧바로 거래 무산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규제당국이 이번 인수가 경쟁과 소비자에 미칠 영향을 승인 여부 결정에 앞서 훨씬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 단순 미디어 인수 아냐…뉴스·스트리밍 결합에 관심
매체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미디어 인수합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폭스는 뉴스·스포츠·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투비(Tubi)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로쿠는 시청자와 콘텐츠 사이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중 하나로, 그 운영체제(OS)가 수백만 대의 TV와 스트리밍 기기에 탑재돼 있어 소비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견하고 시청하는 방식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쿠 경쟁사들 사이에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폭스가 로쿠를 소유하게 될 경우 자사 서비스에 더 눈에 띄는 화면 배치를 부여하지는 않을지, 로쿠의 이용자 데이터를 폭스의 광고 사업 강화에 활용하지는 않을지,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홈 화면에서 하위로 밀려나거나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되지는 않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 폭스 최고경영자(CEO)는 두 사업이 별도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쟁사들을 안심시키려 해왔다.
◇ 정치적 영향력 논란 속 인수합병 심사 시험대
테크크런치는 이번 조사가 법무부가 대형 인수합병을 다루는 방식, 특히 정치적 영향력 개입 의혹과 관련해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파라마운트(Paramount)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인수 건은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CEO의 부친인 오라클(Oracle)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렀다. 비판론자들은 해당 거래 승인이 정치적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매체는 폭스-로쿠 거래를 법무부가 어떻게 다루는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수합병을 얼마나 엄격히 심사하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머독가(家)가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고,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연루된 다른 미디어 거래들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폭스-로쿠 건을 심층 조사하는 것은 법무부가 정치적으로 연결된 기업들에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번 인수는 2027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