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06:46 AM

미국 8월 물가 3.4% 유지...연준, 금리 인상에 한발 더 가까워져?

By 전재희

근원물가 전월 대비 0.3% 상승...유가·관세·AI 투자붐이 물가 압력 지속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관세 부담,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에 따른 일부 전자제품 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

미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7월과 같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에도 부합했다.

물가상승
(물가. 자료화면)

표면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지지 않았지만, 연준 입장에서는 충분히 안심하기 어려운 수치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전월 대비 0.3% 오르며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인 점이 금리 인상 전망을 키웠다.

금리 인상 가능성 90%로 상승

8월 물가 지표는 다음 주 열리는 연준 통화정책회의의 핵심 변수가 됐다.

금리선물시장은 보고서 발표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했다. 보고서 발표 전에는 이 가능성이 약 70% 수준이었다.

연준은 지난 7월 회의에서도 내부 의견이 크게 갈렸다. 당시 세 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이후 일부 위원들은 여름 물가가 충분히 식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CPI 보고서는 그런 인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예상과 같았지만,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 물가 부담 지속

물가 압력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에너지다.

올해 초 미국의 전체 물가상승률은 2.4%였고, 시장에서는 물가가 더 식으면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흐름을 바꿨다.

AAA에 따르면 8월 미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7달러였다. 1년 전 3.16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준이다. 9월 들어 이란 충돌이 더 격화되면서 휘발유 가격은 더 올라, 금요일 기준 갤런당 평균 4.3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다시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8월 말 배럴당 85.76달러였던 원유 가격은 9월 들어 급등했고, 금요일 뉴욕 거래에서 배럴당 99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올랐다.

디젤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

고유가의 부담은 휘발유에만 그치지 않는다.

디젤 가격은 금요일 갤런당 평균 6.06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 3.71달러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디젤은 트럭 운송, 농업, 건설, 해운 등 광범위한 산업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디젤 가격 상승은 식품, 가구, 가전제품 등 소비재 운송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들이 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면, 에너지 가격 충격은 다른 품목의 물가로 확산된다.

연준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유가 상승이 일시적 충격에 그친다면 시간이 지나며 물가 지표에서 사라질 수 있지만, 운송비와 임금, 기업 가격 결정으로 번지면 더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남을 수 있다.

근원물가도 2% 목표 웃돌아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과 같았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이는 전월보다 높은 상승률이며, 시장 예상도 웃도는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CPI 자료를 바탕으로 연준이 더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근원 지표도 8월에 0.3%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식 PCE 물가지수는 9월 말 발표되지만, CPI와 생산자물가지수 등 이번 주 나온 물가 자료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근원 PCE가 8월에도 0.3% 올랐다면, 12개월 기준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약 3.4%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준의 2% 목표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1년 중반 이후 계속 연준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

관세와 AI 투자도 물가 압력

물가 부담은 에너지 외에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일부 소비재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의류 소매업체 등 일부 기업들이 지난해까지 비용 전가를 미루다가 올해 들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새로 부과된 캐나다산 제품 관세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관세발 물가 압력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AI 투자 붐도 새로운 물가 변수로 등장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와 저장장치 반도체 부족이 발생했고, 이는 일부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비용 상승을 반영해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번 주 공개한 접이식 신형 아이폰의 시작 가격은 1,999달러로 책정됐다.

연준의 고민: 일시적 충격인가, 고착화인가

연준이 판단해야 할 핵심은 현재 물가 상승이 일시적 충격인지, 아니면 더 오래 지속될 압력인지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 같은 일시적 충격은 시간이 지나며 물가상승률에서 사라진다고 본다. 유가가 더 오르지 않고 안정되기만 해도 전년 대비 상승률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이란 전쟁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디젤 가격 상승은 운송비를 통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될 수 있다. 여기에 캐나다 관세와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부품 가격 상승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 입장에서는 단순히 유가 충격을 "일시적"으로 보고 넘기기 어렵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최대 위험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높은 물가가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에 자리 잡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도 앞으로 비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물가 상승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구조가 된다.

팬데믹 이후 첫 번째 고물가 국면에서는 장기간 낮은 물가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두 번째 고물가 국면이 나타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소비자 조사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물수록 연준의 부담은 커진다.

물가 안정 실패 땐 금리 인상 불가피

8월 CPI 보고서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 인상 쪽으로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3.4%로 시장 예상과 같았지만,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폭은 예상보다 강했다. 여기에 9월 들어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당장 완화되기 어렵다는 신호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2024년과 2025년에 금리를 낮춘 뒤, 올해 들어 관세와 이란 전쟁, AI 투자 붐이 물가 상승을 다시 고착시킬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그런 우려를 더 키웠다.

다음 주 연준 회의의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물가가 충분히 식고 있는가, 아니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끈질긴가.

현재 시장의 답은 후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8월 물가 지표 이후 투자자들은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높여 보고 있다. 물가가 연준 목표인 2%를 계속 웃도는 한,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리고 긴축 가능성이 다시 시장의 중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