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10:54 AM
By 전재희
미국 정보·장비·군사 지원 아래 정글 캠프 공습·조직 두목 제거·마약 운반선 타격 확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마약조직 소탕전이 중남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정보, 감시기술, 장비, 군사력을 제공하고, 중남미 우파 성향 정부들은 자국 내 마약조직과 무장세력을 상대로 공습과 체포, 사살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지역 안보 연합이 카리브해에서 안데스산맥, 태평양 연안까지 뻗어가고 있다. 미국은 에콰도르가 콜롬비아 국경 지역의 마약 밀매 의심 세력을 폭격하는 것을 지원했고, 페루는 미국의 마약단속 작전과 군사협력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콜롬비아도 최근 미국 정보를 활용해 마약 밀매 조직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인물을 추적·사살했다.
이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중남미 해역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폭격하기 시작한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은 이제 단독 작전뿐 아니라 역내 동맹국 군·경과의 합동작전을 통해 마약 카르텔과 무장조직을 압박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은 최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를 순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역내 마약전쟁 구상을 강조했다.
페루 리마에서 케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 대통령은 자국이 미국 주도 안보연합인 '아메리카의 방패'(Shield of the Americas)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Reuters도 페루가 루비오 장관 방문 이후 미국 주도 반마약 연합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연합은 역내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합동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미국 주도 협력체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동맹국 승인 없이 중남미 국가 영토 안에서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필요할 경우 마약 운반 선박을 계속 폭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리마 대통령궁에서 "오늘날 일부 범죄조직은 한 국가의 군대보다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군사장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역내 국가들이 더 많은 최전선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Abelardo de la Espriella) 대통령이 강경 치안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콜롬비아 당국은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이용해 마약 밀매와 갈취 혐의를 받는 나인 페레스(Nain Perez)를 추적했다. 콜롬비아 정예 경찰 특공대는 9월 4일 리오아차의 고급 저택을 급습했고, 이 작전에서 페레스와 그의 여자친구, 조직원으로 지목된 2명이 숨졌다.
데 라 에스프리야 대통령은 이후 시신이 담긴 흰색 가방 옆에서 대국민 발표를 했다. WSJ는 이 장면이 그의 반대파와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강한 우려를 불렀다고 전했다. 비판자들은 사망자를 전리품처럼 전시하는 방식이 국제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 라 에스프리야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첨단 항공기, 드론, 레이더, 방공체계, 사이버 방어, 특수부대 역량 강화를 요청했다. 그는 "21세기의 위협에는 새로운 능력이 필요하다"며, 투항하지 않는 범죄자들은 제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남미 마약전쟁 협력은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WSJ는 미군이 에콰도르가 콜롬비아 국경 인근의 마약 밀매 의심 세력을 폭격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에콰도르는 최근 강력 범죄와 마약조직 폭력 증가로 군사적 치안 대응을 강화해온 나라다.
Guardian은 미국이 에콰도르의 악명 높은 범죄조직 로스 티게로네스(Los Tiguerones)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 마약조직을 단순 범죄조직이 아니라 군사·안보 위협으로 다루는 흐름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미국이 새 동맹이 된 임시정부와 협력해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조직 지도자를 사살하는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WSJ는 전했다. 이는 미국이 우호적인 역내 정부와 협력해 외딴 지역의 고위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흐름의 핵심은 마약조직을 기존의 범죄수사 대상이 아니라 군사적 위협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폭격하고, 역내 정부에는 정보와 장비, 감시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보안군은 정글 은신처를 폭격하고, 조직 두목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며, 마약 운반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 접근은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약 밀매조직은 이제 현지 군·경뿐 아니라 미국의 정보와 군사력 지원을 받는 연합 전선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에콰도르 키토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선박을 폭파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정예부대와 역내 동맹국 부대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 정부들이 미국의 더 강한 개입을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치안 악화가 있다.
WSJ는 중남미가 과거 미국의 개입과 군사쿠데타 경험 때문에 미국의 군사적 역할에 민감한 지역이지만, 최근 폭력 급증이 강경 대응을 약속하는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2월 Ipsos 여론조사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조사 대상 중남미 국가들에서 범죄는 시민들의 가장 큰 우려로 나타났다. 페루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폭력과 치안 불안을 최대 걱정거리로 꼽았고, 콜롬비아에서는 43%가 같은 답을 했다.
워싱턴의 스팀슨센터 라틴아메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벤저민 게단(Benjamin Gedan)은 각국 지도자들이 조직범죄 대응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군사화된 마약전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남미에서 미국이 지원한 강경 마약단속은 과거에도 인권침해, 초법적 살해, 강제실종 논란을 불러왔다. 이번에도 인권단체들은 주권 침해와 책임성 부족, 사법절차 약화를 문제 삼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후아니타 괴베르투스(Juanita Goebertus) 미주국장은 미국 주도의 안보 노력이 자금세탁 차단과 범죄조직의 변화에 충분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콰도르가 반부패·조직범죄 전담 사법부서에서 판사들을 없애기로 한 결정을 언급하며, 안보협력을 말하는 동시에 범죄 대응을 위한 사법도구가 약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콰도르에서는 미국과의 합동작전 이후 고문, 임의구금, 지역 재산 파괴 의혹이 제기됐다. 페루 상원은 '아메리카의 방패' 참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국의 관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 외무장관 출석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미국의 새 마약전쟁 구상은 협력 국가에는 군사·정보 지원을 제공하지만, 더 깊은 미군 관여에 선을 긋는 국가들에는 압박 신호를 보내고 있다.
WSJ는 루비오 장관의 순방이 멕시코처럼 미국의 직접 군사개입에 더 엄격한 입장을 유지하는 국가들에 대한 암묵적 경고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루비오는 마약조직 위협에 대해 "결국 그 위협은 맞서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역내 마약조직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협력 수준에 따라 각국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전쟁은 이제 해상 마약 운반선 폭격을 넘어, 중남미 각국의 군·경 작전과 결합한 지역 군사연합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페루는 '아메리카의 방패'에 합류했고, 콜롬비아는 미국 정보를 활용해 마약조직 핵심 인물을 제거했으며, 에콰도르는 미국의 지원 아래 국경 지역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정보와 감시기술, 군사장비, 특수작전 역량을 제공하며 역내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시에 큰 논란을 안고 있다. 범죄와 폭력에 지친 중남미 유권자들은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군사화된 치안전략은 주권, 인권, 사법절차, 책임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번 흐름은 중남미 마약조직과의 싸움이 단순한 경찰수사 차원을 넘어, 미국이 주도하고 역내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안보전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