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07:27 AM
By 이재경
폭스뉴스는 14일(월) 미 하원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SAVE America Act)'의 핵심 조항을 예산조정(budget reconciliation) 절차를 통해 연내에 처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 무결성 강화를 목표로 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의회에서 표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존 튠(존 툰, John Thune)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고 보고 표결 상정 자체를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60표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하려면 최소 민주당 의원 몇 명의 동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하원과 상원의 진보 성향 의원들은 이 법안을 두고 잘 봐줘야 선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시도, 심하게 말하면 투표 억압 수단이라고 비판해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법안의 핵심 의무 조항들을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예산조정은 다수당이 소수당의 협조 없이도 대규모 재정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해주는 절차로, 사실상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정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하원행정위원회 위원장인 브라이언 스테일(Bryan Steil, 공화·위스콘신) 의원이 이 부분의 처리를 총괄하고 있다.
스테일 위원장은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SAVE 아메리카법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쪽을 선호하지만, 상원이 60표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면 의사절차를 활용해 그 문턱을 50표로 낮춰서 상식적인 개혁을 이뤄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 및 상원 동료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일 위원장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SAVE 아메리카 조항을 담은 예산조정 법안이 처리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예산조정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으로, 공화당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키는 데도 약 반년이 걸렸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 절차에서는 하원과 상원이 각각 예산 '틀(framework)'을 통과시켜야 하고, 관련 상임위원회들이 지정된 금액 범위 내에서 지출이나 삭감 정책을 마련한 뒤 이를 예산위원회로 되돌려 하나의 거대 법안으로 합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하원과 상원에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통과돼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대에 오를 수 있다.
연방 선거법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스테일 위원장의 위원회는 원래 SAVE 아메리카법에 담긴 두 가지 조항, 즉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빙 의무화와 전국 단위의 투표 시 사진 신분증 제시 의무화 조항을 이번 예산조정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스테일 위원장은 "하원은 상원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상원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나와 다른 이들의 답답한 점"이라며 "이런 상식적인 조항들에 대해 상원에도 실제로 50표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빠른 게 좋겠지만 상원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상원 의사규칙 해석을 담당하는 의회 규칙심사관(Senate parliamentarian)이 예산조정 법안 초안을 검토해 절차 규정에 맞지 않는 내용을 걸러낸다는 데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연방정부 예산, 세금 정책, 국가부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은 대체로 삭제되는 구조다.
스테일 위원장은 SAVE 아메리카법의 일부 조항이 2002년 제정된 선거개혁법인 '미국투표지원법(HAVA)'에 따라 각 주에 지급되는 자금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 필터링 과정을 통과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주(州)들이 선거 후 감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 자금을 확대하거나 새로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선거 무결성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진 신분증 관련 조항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얼 아이디(Real ID)를 표준 신분증으로 삼는 방안이 시민권 증빙 의무화 조항에도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이며 "개인이 리얼 아이디를 발급받을 때 사실상 시민권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 디지털이 접촉한 회의 참석자 여러 명에 따르면, 러셀 보트(Russell Vought) 백악관 관리예산실(OMB) 실장은 올 초 의원들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백악관이 SAVE 아메리카법 처리에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지지하며, 이것이 공화당의 선거개혁을 관철시킬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일 위원장 역시 "백악관도 관여하고 있고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눠왔다"고 확인했다.
다만 하원과 상원 간 예산 규모를 둘러싼 이견은 여전한 상태다. 하원은 지난여름 미군 재건과 선거 안보 강화를 목표로 한 9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조정 법안을 자체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면 상원에서는 예산위원회 위원장인 론 존슨(Ron Johnson, 공화·위스콘신) 의원이 지난 8월 휴회 직전 자신의 위원회 틀을 공개했는데, 언제 위원회를 통과해 표결에 부쳐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원 법안은 최대 1500억 달러 규모의 지출을 요구하고 있어 하원안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지난달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이 격차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법안을 간결하게 유지하려 한 취지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내용을 더할수록 복잡해지고, 상원에서는 절차적으로 양원의 더 많은 관할 위원회가 관여하게 돼 일이 무거워진다"며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판돈이 매우 크고 시간은 촉박하다. 선거 무결성 조치를 하려면 어제라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원에서 SAVE 아메리카법을 네 차례나 통과시켰다. 이번이 상원에서 이를 관철시킬 마지막 최선의 기회이니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테일 위원장은 상하원 간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액 규모는 분명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서로 뜻이 맞는다고 본다"며 "우리 군 장병들이 자신을 지키고 나라를 지킬 자원을 갖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 선거를 지킬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 모두를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