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07:08 AM

美 대법원, 트럼프 정부의 우편투표 규제 부활 요청 기각

By 전재희

미국 연방대법원이 14일(월)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요청한 우편투표 관련 신규 규제 시행 요청을 기각했다고 폭스뉴스(FOX)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 법원이 내린 전국 단위의 시행 중지 명령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법원은 짧은 결정문에서 정부 측이 긴급 구제 조치를 받기 위한 요건인 "본안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으며, 법적·실무적 고려사항에서도 시행 중지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방 대법원
(연방대법원. 자료화면)

문제가 된 규정은 미국우정공사(USPS)가 마련한 것으로, 연방 선거 관련 우편물은 선거우편 로고가 표시되고 고속 스캔 장비로 판독 가능하며 유권자별로 고유한 바코드가 부착된 봉투에 담아 발송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주·지방 선거 관리 당국은 봉투 디자인을 USPS에 제출해 검토받아야 하고, 유권자 기본 정보를 USPS 온라인 포털에 업로드하도록 요구받는다.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우편물은 접수가 거부되고 선거 관리 당국에 반송돼 수정 후 재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연방 판사는 수백만 건의 우편투표 추적에 활용될 수 있는 온라인 포털을 포함해 USPS의 해당 규정 시행을 이미 막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USPS에 선거 우편물 처리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USPS는 지난 8월 말 이 요건을 최종 확정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USPS는 연방 판사가 임시제한명령(TRO)을 전국 단위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으로 전환하자 대법원에 개입을 요청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예비적 금지명령은 그대로 유지되며, USPS는 2026년 선거에서 새 요건을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결정에서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USPS가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요건을 부과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서 법원이 받은 서면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최종 규정이 우정공사의 법정 권한 범위 내에 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2026년 선거에 이 규정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주·지방 선거 관리 당국이 이를 합리적으로 이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행정절차법(APA)상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arbitrary and capricious)" 조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 대법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얼리토 대법관은 원고 중 일부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standing)이 없으며, 나머지 이의 제기자들은 법원이 과거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힌 바 있는 이른바 "헤일 메리 패스(Hail Mary pass)"식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시행 중지에 필요한 요건을 충분히 소명했다. 이에 정중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얼리토 대법관은 USPS가 우편물의 수집, 취급, 운송, 배달을 규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하급심의 금지명령이 뒤늦게 뒤집힐 경우 중간선거 시행에는 이미 늦어 정부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적으로 이끈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을 유권자의 승리로 평가했다. 그는 "오늘 대법원은 투표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불가침한 권리 중 하나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막판 규정 변경은 우리 선거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다. 법원이 이를 유예해준 데 대해 진심으로 안도한다"며 "유권자들은 연방정부가 갑자기 규정을 바꿨다는 이유로 자신이 적법하게 던진 표가 집계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11월 선거에서 적격한 모든 표가 집계되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척 슈머(Chuck Schumer, 민주당·뉴욕) 상원 소수당 대표도 이번 판결을 반겼다. 그는 이번 사건을 "대법원에 올라간 투표권 보호 관련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투표를 더 어렵게 만들려던 트럼프의 계획은 명백히 위헌적이었다. 대법원으로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흔들어놓으려 한 시도는 파렴치했다. 마침내 그의 계획은 무산됐다. 트럼프, 또 한 번 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