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07:02 AM
By 전재희
중국 구매자들의 제재 대상 이란산 원유 대금 세탁 의혹...6,100만달러 암호화폐 몰수 추진
미국 법무부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를 통해 이란산 원유 판매 대금이 세탁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중국 구매자들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지갑과 바이낸스 계정이 활용됐으며, 약 15억달러가 이란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뉴욕 남부연방검찰은 14일 이란산 원유 불법 판매 수익과 관련된 암호화폐 약 6,100만달러를 몰수하기 위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 자금이 이란 정부와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 군사조직을 지원하기 위한 제재 회피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검찰은 여러 기업이 중국 구매자들의 이란산 원유 대금을 이란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바이낸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로 연결된 디지털 지갑들을 통해 총 약 15억달러가 이란으로 송금됐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는 중국계 기업인 블레스드 트러스트(Blessed Trust)와 헥사 웨일(Hexa Whale)이 바이낸스 거래 계정을 이용해 이란산 원유 불법 판매 수익을 세탁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겉으로는 일반 암호화폐 서비스·거래 회사처럼 활동했지만, 실제로는 중국 석유 부문 기업들을 위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자금은 이란 정부와 대리인, 또는 이란 측 세력으로 흘러 들어가 군사 활동과 테러 관련 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법무부가 공개한 몰수 소장도 해당 자금이 중국 구매자들에게 판매된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불법 수익이며, 이란혁명수비대를 포함한 이란 군사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적시했다.
이번 몰수 소송 대상은 여러 디지털 지갑에 동결된 약 6,10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다. 검찰은 이 자금을 이란산 원유 불법 판매 수익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한 전체 송금 규모는 약 15억달러다. WSJ는 나머지 자금이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란이 암호화폐 계좌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의 출처와 소유권을 감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네트워크를 "Entity A"로 지칭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 내부 조사관들도 과거 이 네트워크를 조사하면서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바이낸스는 이번 민사 몰수 사건이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소송이 아니며, 거래소의 위법 행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바이낸스는 제재 위반이나 불법 활동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갖고 있으며, 제재 대상 개인과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수사당국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과거 의심스러운 활동을 파악한 뒤 헥사 웨일과 블레스드 트러스트에 대해 적절한 컴플라이언스 조치를 취했고, 두 회사를 각각 2025년 8월과 올해 1월 거래소에서 퇴출했다고 설명했다.
블레스드 트러스트는 과거 법과 규제 요건에 따라 운영했으며 제재 심사 절차를 수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헥사 웨일과 블레스드 트러스트가 이번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SJ는 지난 2월 바이낸스 내부 조사관들이 2024년과 2025년 홍콩 기반 기업 두 곳이 바이낸스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이동시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관들은 이 자금이 이란혁명수비대 자금 조달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으며, 중국 기업들이 제재 대상 이란산 원유 대금을 은밀히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봤다.
이번 법무부 소장은 그 의혹을 공식적인 몰수 절차로 끌어올린 것이다. 법무부는 중국과 기타 지역의 암호화폐 행위자들이 이란 정부와 이란 군사조직을 위해 15억달러 이상의 불법 원유 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이미 미국에서 제재와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 문제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23년 바이낸스는 은행비밀법 위반, 미등록 송금업 운영,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위반 등 연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0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 법무부는 당시 바이낸스가 미국 사용자와 이란 거주 사용자 간 거래를 막는 통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2018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8억9,800만달러 이상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Changpeng Zhao)은 관련 혐의로 4개월의 징역형을 복역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자오를 사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이 원유 수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와 복잡한 금융망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이란의 불법 자금망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뉴욕 남부연방검찰의 션 버클리 부검사는 이번에 6,100만달러 이상의 이란 정부 자금을 압류·몰수하려 한다며, 이 자금이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적대적 군사행동과 테러 공격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을 상대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Reuters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확대하면서 석유 수출, 해운 네트워크, 무기 조달 경로, 금융 중개업체, 디지털 자산 거래소, 항공 연결망 등을 겨냥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전이 전통적 은행과 해운망을 넘어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지털 지갑 네트워크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검찰은 중국 구매자들이 제재 대상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바이낸스 계정과 복잡한 암호화폐 지갑망을 이용했고, 이 방식으로 약 15억달러가 이란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그중 6,100만달러는 현재 몰수 대상이 됐다.
바이낸스는 이번 사건이 거래소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며, 자사는 의심 계정을 확인한 뒤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과거 미국 제재·자금세탁 방지법 위반으로 대규모 벌금을 낸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제재 준수와 내부 감시 책임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익을 차단하는 것이 군사적 압박만큼 중요한 전선이 되고 있다. 이란은 원유 판매 대금을 암호화폐와 우회 금융망으로 이동시키려 하고, 미국은 그 자금 흐름을 추적해 동결·몰수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