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6 10:48 AM
By 이재경
캐런 배스(Karen Bass)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15일(화) 미 연방 하원 소위원회가 개최한 로스앤젤레스 노숙인 지원 시스템의 부정 및 부실 관리 의혹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배스 시장은 청문회 대신 자신의 재선 캠프를 통해 공화당 지도부를 겨냥한 성명을 내며 공세에 나섰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배스 시장 캠프는 청문회 개회와 동시에 "의회 내 극단주의 공화당원들"이 로스앤젤레스와 이 도시의 노숙인 대응 노력을 겨냥한 정치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연방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려 시도한 지 수개월 만에 나온 반응이다.
배스 시장은 "로스앤젤레스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에게도, 이 의회에도 굴복하지 않겠다. 나는 노숙인 캠프를 정리하고,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을 실내로 들이고,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정부효율성전달소위원회(Subcommittee on Delivering on Government Efficiency)가 주관했으며, 팀 버체트(Tim Burchett·테네시주, 공화당)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배스 시장은 지난 4일 버체트 위원장에게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버체트 위원장은 배스 시장의 불출석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LA타임스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를 활용해 소환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버체트 위원장은 청문회 후 "그를 이 자리에 불러들이고 싶다"며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그도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만, 이곳에 와서 질문에 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노숙인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리고 자신이 부실 관리라고 보는 부분에 대해 "정당한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버체트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역 내 노숙인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가 연방 자금을 어떻게 지출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노숙인 문제의 중심에 있다"며 스키드로(Skid Row) 지역을 시의 노숙인 대응 방식이 "완전히 실패"한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이어 "캐런 배스 시장 체제에서 이 지역의 법과 질서는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버체트 위원장은 또 로스앤젤레스 노숙인서비스국(LAHSA·Los Angeles Homeless Services Authority)이 "부패와 재정 부실 관리가 만연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하며, 로스앤젤레스 및 인근 지역 비영리단체들에 배분된 계약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배스 시장은 2023년부터 LAHSA의 10인 이사회에 참여해왔으나 지난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사퇴 이유로는 일정 문제 등을 들었다. 버체트 위원장은 배스 시장이 증언 요청을 받은 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초 보낸 서한에서 배스 시장 재임 기간 동안 노숙인 문제가 더 악화한 경위를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배스 시장 측 로스앤젤레스 시청 변호사인 데이비드 마이클슨(David Michaelson)은 버체트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배스 시장 취임 이후인 2022년 이래 노숙인이 거리나 차량에서 생활하는 이른바 '무주거 노숙(unsheltered homelessness)' 인구가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마이클슨은 "배스 시장은 '주거 우선(Housing First)' 정책이 아닌 임시 주거 제공에 집중해 이러한 성과를 거뒀으며,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위해 저감(Harm Reduction)' 전략에도 이의를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로 배스 시장이 시 계약업체들에 마약 사용자에게 주삿바늘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대신 재활과 생명 보호를 장려하는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들었다.
LAHSA의 연방 자금 "부적절한 배분 가능성"을 이유로 배스 시장에게 증언을 강제하려는 버체트 위원장의 이번 시도는, 공화당 지도부가 캘리포니아의 지역 현안 및 재정 운용을 조사하려는 최근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LA타임스는 짚었다. 지난 1년간 공화당 의원들은 팰리세이즈(Palisades) 산불 대비 실태와, 팰리세이즈·이튼(Eaton) 산불 피해자를 위한 자선기금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소위원회 소속 최고위 민주당 의원인 멜라니 스탠스버리(Melanie Stansbury·뉴멕시코주) 의원은 이날 청문회를 "가장 취약한 미국인들과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겨냥한 진지하지 못한 정치쇼"라고 규정했다. 스탠스버리 의원은 "주거는 인권"이라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이든, 이 나라의 주거·노숙인 위기를 이용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버체트 위원장은 트럼프 지지 성향의 뉴스 인플루언서 조너선 초(Jonathan Choe)가 촬영한 스키드로 관련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초 역시 이날 증언에 나서 노숙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약물 남용 문제가 충분한 우선순위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 증언의 초점을 맞췄다.
시케로 연구소(Cicero Institute) 선임연구원이자 LA인권연대(L.A. Alliance for Human Rights) 상임이사인 폴 웹스터(Paul Webster)도 증언에 참여했다. 웹스터는 청문회에 앞서 서면 증언을 통해 해당 지역의 주요 연속돌봄체계(Continuum of Care) 운영기관인 LAHSA가 연방 자금 지원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재정 부실 관리와 부정 문제로 얼룩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와 이 도시의 연방 노숙인 지원 정책 활용 방식은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라며 "책임성과 효과적인 감독이 부재하고, 성과보다 투입에 우선순위를 두는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버체트 위원장은 소위원회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다른 "진보 성향" 도시들의 노숙인 문제를 계속해서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주거 서비스에 약물 남용 치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LAHSA 이사회는 노숙인 데이터베이스 운영이나 다른 기관을 대신한 연방 자금 신청 등 핵심 업무 상당 부분을 계속 수행하는 문제를 두고 시·카운티와 경쟁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LAHSA는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시와 카운티 산하 기관들이 자체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안 그래도 복잡한 시기에 지역 간 협력만 깨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LAHSA의 연방 자금 신청 및 수령 자격을 정지시키려 했던 시도가 있은 지 몇 달 만에 나왔다. LAHSA는 이 조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에서 부분 승소했다. 그러나 제9순회항소법원(9th Circuit Court of Appeals)은 항소심에서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자격 정지 조치와 이어진 법적 다툼에 대응해, LAHSA와 계약을 맺어온 연방 지정 이사회는 내년도 계약을 입찰에 부쳐 LAHSA가 경쟁하도록 만든 상태다.
LAHSA는 지난해 카운티가 노숙인 지원 예산을 신설 카운티 노숙인부서로 이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미 위상이 축소된 상태다. 현재는 시 관할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만 유지하고 있으며, 배스 시장은 시가 이 계약들까지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