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01:38 PM
By 이재경
미국 하원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전력망 인프라 비용을 지역사회가 떠안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폭스뉴스(Fox News)가 16일(수)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미국 제119대 의회에서 처음으로 통과된 데이터센터 관련 입법으로,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가 다룰 사실상 마지막 주요 법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법(Ratepayer Protection Act·RPA)'은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417표, 반대 3표라는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데이터센터 문제가 물가 부담과 에너지, 규제를 둘러싼 논쟁의 상징적 사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결과다.
100메가와트 이상 데이터센터에 비용 전액 부담 의무화
이 법안은 데이터센터를 금지하거나 확장을 제한하는 규제안은 아니다. 대신 기존 에너지 관련법인 '공공전력규제정책법(Public Utility Regulatory Policies Act·PURPA)'을 개정해, 각 주가 연방 차원의 기준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했다.
핵심은 100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이를 위해 새로 건설되는 발전·송전·배전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기업들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경우 지역사회가 그 비용 청구서를 떠안지 않도록 재정적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공화당 소속 게이브 에번스(Gabe Evans, 콜로라도) 하원의원은 데이터센터로 인한 에너지 비용이 지역사회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이 법안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성명에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경쟁하는 만큼, 이 혁신을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국 공산당 같은 경쟁국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콜로라도의 가정과 농민, 소상공인들이 이런 개발로 인한 새로운 발전 비용까지 떠안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며 "이 법은 평범한 미국인들을 보호하면서도 미국이 AI 경쟁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게 하는 초당적이고 상식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 공동 발의자인 캐시 캐스터(Kathy Castor, 플로리다) 하원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플로리다 전역의 제 이웃들이 급등하는 전기요금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납부자들이 대기업,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대신 보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지역 결정권'·'비용 전가 금지' 앞세워
폭스뉴스는 최근 몇 달간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신중하게 다듬어 왔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이 사안을 물가 부담 문제와 적극적으로 연결짓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퇴하는 톰 틸리스(Thom Tillis, 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자리를 놓고 출마한 로이 쿠퍼(Roy Cooper)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다. 쿠퍼 전 주지사는 과거 데이터센터 확장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일자리 창출 기회로 반기며 환영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지지에 단서를 달았다. 쿠퍼 캠프 측 대변인은 이달 초 폭스뉴스 디지털에 보낸 성명에서 "쿠퍼는 지역사회가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하며, 이는 지역 차원의 (개발) 유예 조치까지 포함한다"며 "데이터센터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어떤 비용도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쪽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퍼 전 주지사의 경쟁자이자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전 위원장인 마이클 왓틀리(Michael Whatley) 역시 데이터센터 확장 여부에 대해 지역사회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왓틀리 캠프는 "마이클 왓틀리의 원칙은 단순하다.
데이터센터는 자기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고, 가정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으며, 결정은 지역사회가 내린다는 것"이라며 "이는 빅테크가 필요한 모든 전력을 직접 구축하거나 구매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업그레이드 비용 전액을 부담하며 일반 가정 전기요금 납부자에게는 단 한 푼도 전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 보조금도, 납세자 머리 위에서 이뤄지는 뒷거래도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AI 붐 둘러싼 지역 반발, 중간선거 최대 변수로
폭스뉴스가 인용한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역 차원의 반발 확산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붐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규제나 개발 유예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5개 핵심 경합 지역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버지니아주 북부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전 세계 가동 용량의 약 13%를 보유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가 심사를 받게 되지만, 상원에서의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