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10:50 AM
By 이재경
캘리포니아대(UC) 이사회가 지난 16일 SAT 입학시험 재도입 여부를 놓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공개 논의를 벌였다고 LA타임스가 17일(목) 보도했다. 신입생들의 수학 성적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고, 과거 SAT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던 한 이사는 자신의 결정이 "실수였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는 신입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가 양호한 가운데 수학 과목만 예외적으로 저조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UC 총장실(UC Office of the President)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예비수학, 미적분 준비과정, 미적분학 등 수학 과목의 평균 성적은 5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D·F 학점과 미이수(no-pass), 중도포기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다만 이런 기초 수학 과목을 실제로 듣는 UC 신입생은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가을학기 입학생 가운데 입학 후 2년 이내에 예비수학, 미적분 준비과정 또는 1학년 미적분학을 수강한 비율은 31%였고, 41%는 이보다 상위 과정부터 시작했다. 이들 기초 과목이 신입생이 듣는 전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약 5%로, UC어바인의 2%부터 UC머시드의 12%까지 캠퍼스별 편차가 컸다.
반면 같은 날 UCLA와 UC리버사이드 입학 담당자들은 2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시험 점수 없이 입학한 학생들이 재학 유지나 졸업에서 불리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UC리버사이드 등록서비스 담당 부총장보 에밀리 엥겔샬(Emily Engelschall)은 팬데믹 관련 혼란 요인을 걷어내고 보면 시험 요건 폐지로 인한 학업상 피해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속한 캠퍼스의 1학년 재학 유지율 차이는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UCLA 입학관리 담당 부총장보 게리 클라크(Gary Clark)는 UCLA의 1학년 재학 유지율이 2019년 이후 상승해 현재 97%에 달하고, 4년 졸업률도 85%에서 88%로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치를 근거로 "표준화 시험을 재도입한다고 해서 학업 준비 부족 문제가 해결될지, 아니면 K-12 교육이나 인공지능(AI) 등 더 큰 흐름이 UC의 SAT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작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UC 총장실이 이사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에 따르면 1학년 재학 유지율은 사상 최고인 93%, 4년 졸업률은 사상 최고인 74%를 기록했다. UC 기관연구·학사기획 담당 부총장 패멀라 브라운(Pamela Brown)은 지난 10년간 1학년 평균 학점(GPA)이 3.1에서 3.3으로 상승했고, 이공계(STEM) 전공 예정 학생들의 4년 졸업률도 거의 6%포인트 올라 73.4%에 이르렀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라크 파크(Lark Park) 이사는 이런 상반된 자료들을 두고 "일부 데이터를 보면 수학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며 이번 자료들이 결론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SAT 재도입을 둘러싼 압박은 올여름 초부터 커져 왔다. UC 산하 9개 학부 캠퍼스의 교수 3000명 이상이 SAT 부활을 요구하는 서한 두 건에 서명했다. 이들은 일부 신입생들이 기초적인 수학·추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채 강의실에 들어오고 있으며, 교수들이 중학교 수준의 보충 수학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종종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 제이 슈어스(Jay Sures) 이사는 "지난번에는 SAT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그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이사회에서 말했다. 그는 브라운대와 하버드대의 연구를 인용해 시험 점수가 고교 내신 성적보다 대학 성공을 더 잘 예측한다는 결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입학 사정에서 시험 점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 절차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사회에 출석한 입학 담당자와 연구자들은 대체로 시험 재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UC버클리 로스쿨 교수로 2020년 UC 교수 태스크포스의 표준화 시험 관련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조너선 글레이터(Jonathan Glater)는 "SAT 재도입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입학 사정에서 표준화 시험 점수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미 더 많은 이점을 가진 학생들에게 유리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태스크포스는 UC가 자체 입학시험을 개발할 때까지 SAT와 ACT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후 UC는 이 방안이 너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글레이터 교수는 자신이 대체 시험 도입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열린 이사회 공청회에서는 시험 재도입에 찬성하는 교수들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전체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스탠퍼드대가 팬데믹 시기 시험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로 시험 요건을 없앴다가 이후 다시 도입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 문제는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지난달 로저 니엘로(Roger Niello, 페어오크스), 로실리시 오초아 보그(Rosilicie Ochoa Bogh, 유카이파), 스티브 최(Steve Choi, 어바인) 등 공화당 소속 주 상원의원 3명은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가능한 한 빨리" 시험을 재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가을 UC샌디에이고 교수 실무그룹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이 보고서는 신입생 12명 중 약 1명이 고교 수학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26명의 이사 중 18명을 임명하는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당연직 이사이지만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험 재도입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표준화 시험이 인종과 소득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캘리포니아주 학업 기준을 측정하지 못하며, 지원자 풀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UC머시드 학사담당 부총장보이자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티안 슈피츠뮐러(Christiane Spitzmueller)는 인터뷰에서 "SAT를 재도입한다고 해서 캘리포니아의 학업 준비 격차가 해소되거나 교실 내 성취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지보드(College Board)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캘리포니아 고교 졸업반 중 SAT에 응시한 학생은 26%에 그쳤다.
이사회는 이번 논의를 시험과 학생 준비 상태를 평가하는 수개월에 걸친 절차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UC 측 대변인은 이날 "UC의 현행 무시험 정책은 수년간의 교수단 검토, 이사회 논의, 법적 변화, 팬데믹 관련 접근성 우려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재검토는 "신속하고 증거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단이 주도하는 UC 학무평의회(Academic Senate) 산하 입학위원회는 내년 2월 시험 관련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평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평의회는 이 권고안을 내년 6월까지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장 마리아 앙기아노(Maria Anguiano)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임을 강조하며, 이사들에게 "연구 결과를 더 듣기 전까지는 특정 결론을 미리 상정하지 말고 열린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사회는 표준화 시험 재검토와 더불어, UC 입학 자격을 위해 고교생이 이수해야 하는 15개 연간 필수과목 요건인 'A-G 요건'에 대한 평가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필수과목 목록이 학생들을 UC 입학에 충분히 대비시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이날 이사들은 고교 교육이 학생 준비 상태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서도 거듭 논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