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11:26 AM
By 이재경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청(California's High-Speed Rail Authority) 감사관실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기관이 일등석·프리미엄 항공권, 해외 출장, 방탈출카페·나이트클럽·시가 라운지 방문 등에 50만 달러 이상의 낭비성·불명확 여행 경비를 승인했다고 LA타임스는 17일(목)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청은 2024년 6월부터 2026년 4월까지 4개 컨설팅업체에 200만 달러 이상을 여행 경비로 지출했다. 감사관실은 이 기간 컨설팅업체들이 사용한 여행 경비의 약 절반가량을 검토한 결과,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지출이 약 68만500달러에 달했고 이 중 54만3000달러는 규정상 아예 지급이 금지된 항목이었다고 밝혔다. 철도청은 또 여행을 승인하기 전 업무상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한 주(州) 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관실은 보고서에서 "불필요한 여행이나 주 규정 또는 계약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여행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공적 자금의 낭비이며, 공공 자원의 관리자로서 철도청의 역할과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청은 주(州)의 경제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여행 경비를 컨설턴트들에게 부적절하게 환급해줬다"고 밝혔다.
LA타임스의 문의에 감사관실은 문제가 된 컨설팅업체를 재무 자문사 KPMG, 법률 서비스 계약업체 노사만(Nossaman), 프로그램 이행 지원업체 AECOM-플루어 조인트벤처(AECOM-Fluor Joint Venture), 궤도·시스템 설계업체 SYSTRA/TYPSA 조인트벤처로 특정했다. KPMG는 논평을 거부했고, 노사만도 논평을 거부하며 관련 문의를 철도청으로 넘겼다. AECOM-플루어와 SYSTRA/TYPSA는 취재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주 규정상 대면 업무가 필요하다는 합리적 설명이 있으면 여행 경비 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사관실은 그런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여행을 승인하는 담당자들이 대개 '임원이 요청한 것'이라는 전제 아래 업무를 처리해온 정황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한 사례에서, 한 컨설턴트는 직원들이 경비 지출에 의문을 제기하자 철도청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이었기 때문에 대면 출장의 필요성을 따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른 사무소의 다른 컨설턴트들도 힘들게 배우고 있는 것처럼" CEO의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경비는 결국 승인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한 컨설턴트가 워싱턴 D.C.에서 새크라멘토까지 자가용 제트기로 이동한 뒤 프리미엄 항공권 요금을 환급받았다. 아울러 한 인물의 덴버-새크라멘토 왕복 30회 여행에 약 13만 달러가 지급됐는데, 확인된 여행 요청 건수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이와 별도로 허용되지 않는 해외 출장에 약 11만8000달러가 지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계약 담당자는 이 해외 출장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며 반박했지만, 감사관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철도청은 이 밖에도 업무 목적에 대한 설명 없이 개인 주택, 새크라멘토의 플래닛피트니스(Planet Fitness) 헬스장, 티키 바, 덴버의 초밥집, 워싱턴 D.C.의 시가 라운지로 향하는 승차공유(라이드셰어) 이용 경비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관실은 철도청에 여행 정책을 개정해 출장 전 서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직원들에게 기대 기준을 명확히 하며, 컨설팅업체들로부터 '허용되지 않는 지출분'에 대한 환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철도청 대변인은 이번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정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컨설턴트 여행과 관련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더 엄격한 서류·승인 요건을 시행하며, 확인된 부적절한 비용은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철도청 예산이 애초 계획을 훌쩍 넘어 불어나던 2022년, 이를 감독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번 조사는 여행 경비 지출이 부적절했다는 의혹 제기에 따라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은 주(州)를 고속철도로 연결한다는 당초 목표 시한을 수년째 넘긴 상태다. 예산 역시 애초 책정된 330억 달러를 1000억 달러 넘게 초과했다. 최고경영자 교체도 잦았는데, 가장 최근에는 브라이언 켈리(Brian Kelly) 전 CEO가 6년간의 재임 후 사임하면서 2024년 이언 초우드리(Ian Choudri)가 새 CEO로 취임했다.
이 사업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언젠가 남캘리포니아와 북캘리포니아를 오가는 승객을 실어나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센트럴밸리 구간에 국한돼 있고, 실제로 운행 가능한 노선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다.
이 고속철도 사업은 최근 몇 년간 연방정부와 주 의회로부터 강한 감시를 받아왔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철회했다. 철도청 이사회 위원들과 외부 동료평가(peer review) 그룹도 사업의 각종 결정과 지출에 의문을 제기해온 바 있다.
주 상원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인 토니 스트릭랜드(Tony Strickland·공화, 헌팅턴비치) 상원의원은 이번 보고서 내용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LA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60만 달러가 넘는 컨설턴트 여행 경비가 의심스러운 것으로 지적됐다"며 "캘리포니아 가정들은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사업에 자신들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답과 책임 있는 조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손을 떼고 그 세금을 오늘날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