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10:55 AM
By 이재경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유명 코미디언이자 자동차 애호가인 제이 레노(Jay Leno)의 버뱅크 차고를 방문해 '제이 레노법'으로 불리는 상원법안(SB) 1392에 서명했다고 LA타임스는 16일(수) 보도했다. 이 법은 1976년부터 1985년 사이 생산된 수집용 클래식카에 대해 배출가스 검사(스모그 체크) 면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현행법상 1975년식 이전 차량은 이미 배출가스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제이 레노법에 따른 새로운 면제 규정은 202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처음에는 1981년식 이전 차량에 적용된다. 이후 매년 적용 대상 연식이 한 해씩 확대돼 2033년에는 1985년식까지 포함된다.
다만 모든 클래식카가 자동으로 면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는 해당 차량이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수집차 전용 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연간 주행거리가 1000마일 미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 면제 규정은 주로 자동차 쇼, 퍼레이드, 자선 행사, 역사 전시 등에 동원되는 차량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데이브 코르테세(Dave Cortese, 민주·산호세)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는 청정 대기를 지키면서도 수집용 차량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며 "SB 1392는 보존되고 드물게 운행되며 캘리포니아 자동차 유산의 일부로 관리되는 차량에 한해 신중하게 제한된 면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150대가 넘는 차량을 개인적으로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레노는 지난 8월 법안 지지 집회에서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주유소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해졌다. 그는 "평생 합법이었던 오래된 차가 있는데, 배출가스 검사를 해줄 곳을 찾지 못해 갑자기 불법이 돼버린다"며 "그래도 자기 차니까 계속 몰게 되고, 경찰에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올바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LA타임스는 격년으로 이뤄지는 배출가스 검사가 애초에 수집가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짚었다. 수십 년 된 배출가스 제어 장치는 노후화가 심하고 교체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클래식카를 현행 배출 기준에 맞추는 일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어렵게 검사 가능한 곳을 찾더라도 통과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면제 조항으로 수집가들은 법을 어길 걱정 없이 차량을 각종 행사와 축제에 몰고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 법 통과는 특히 로우라이더(lowrider) 커뮤니티에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체에 따르면 로우라이더 애호가들은 법안 지지를 위해 1700건이 넘는 서한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스펜션을 개조해 차체가 지면에 극도로 가깝게 낮춰진 이 커스텀 클래식카는 캘리포니아 치카노(Chicano) 커뮤니티의 소중한 전통으로 꼽히지만, 수십 년간 각종 벌금과 규제, 지역별 크루징 금지 조치의 표적이 돼 왔다. 1980~90년대 크루징 전성기 이후에도 이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최근 몇 년 사이 로우라이딩에 대한 관심이 다시 크게 늘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같은 날 뉴섬 주지사는 레노의 차고에서 캘리포니아의 로우라이더 유산을 기념하는 특별 번호판을 신설하는 하원법안(AB) 2541에도 함께 서명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마크 곤잘레스(Mark González, 민주·로스앤젤레스) 하원의원은 "로우라이딩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문화(cultura)이자 예술이며 가족이고, 치카노와 라티노의 자긍심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수 세대에 걸쳐 우리 공동체는 로우라이더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유산을 기념하며, 우리가 집이라 부르는 거리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매체는 이번 법 통과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고 짚었다. 배출가스를 일정 수준 늘리는 성격의 법안인 만큼 환경·공공보건 단체들은 새로운 배출가스 검사 면제 조치에 꾸준히 반대해왔다. 이들은 이산화질소 등 배기가스가 인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지적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며, 배기가스는 주 내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이후 노후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검사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최소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주지사 서명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무산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레노가 지지 활동을 벌였던 유사 법안 SB 712 역시 지난해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좌초된 바 있다.
이번 회기에서 수정된 레노 지지 법안 지지자들은 면제 대상이 연간 짧은 거리만 운행하는 소수 차량에 한정돼 환경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논리로 설득에 성공했다. 코르테세 의원은 이 법의 적용 대상 연식에 해당하는 등록 차량이 캘리포니아 전체 등록 차량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안에는 섀넌 그로브(Shannon Grove, 공화·베이커스필드) 상원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초당적 지지 속에 통과된 점을 반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로브 의원은 "이 법을 결승선까지 가져오는 데 2년이 걸렸다"며 "이는 세대를 이어 이 차량들을 물려받아 온 주 전역의 자동차 애호가와 정비사, 가족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