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09:03 PM

우버 기사, 고속도로에 승객 내려놓아 사망…법원 "우버가 4천만불(약500억원) 배상하라"

By 이재경

우버(Uber) 운전기사가 승객을 고속도로 한복판에 내려놓아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우버 측에 4000만 달러(약 5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LA타임스는 17일(목) 보도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를 맡은 로펌 파니시·시아·라비푸디(Panish, Shea, Ravipudi LLP)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리처드 스톤(Richard Stone) 판사는 5일간의 중재 절차와 심리를 거쳐 우버가 자사 운전기사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결론짓고 숨진 에밀리 노먼딘-파커(Emily Normandin-Parker)의 부모에게 40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UCLA를 졸업한 23세 노먼딘-파커는 2023년 8월 친구와 저녁 외출을 마친 뒤 우버를 불러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그와 함께 있던 친구 루나 무어(Luna Moore)가 차 안에서 몸 상태가 나빠지자, 운전기사 부 트란(Vu Tran)은 캘리포니아 73번 고속도로의 진출로 옆 삼각형 공간, 이른바 '고어 포인트(gore point)'에 차를 세웠다. 트란은 청소비를 요구하며 두 사람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하차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술에 취한 상태였던 노먼딘-파커는 고속도로를 지나던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노먼딘-파커의 어머니 캐럴 노먼딘(Carol Normandin)은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돈을 요구하며 두 사람을 차 밖으로 쫓아내기로 선택했다"며 "그들이 다투는 사이 에밀리가 차에 치였다"고 말했다.

UBER taxi
(우버택시- 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없음. 우버 웹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중재 판정문에는 트란이 노먼딘-파커의 시신 근처를 지나쳐 운전한 뒤 다음 출구로 빠져나간 사실도 담겼다. 그는 구호 조치를 하거나 911에 신고하지 않고, 대신 우버 측에 전화를 걸어 청소비를 요구했다고 로펌 측은 밝혔다.

스톤 판사는 중재 판정문에서 트란이 "안전하지 않고 불법적인" 고어 포인트에 차를 세웠으며, 대신 맥아더 대로(MacArthur Boulevard) 출구 램프를 이용해 안전한 장소에 정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란은 승객들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의 새 차에 대한 걱정을 훨씬 더 많이 드러냈다"고 판정문에 적었다.

우버 측 발표에 따르면 트란은 현재 우버 운전기사가 아니다. 그는 그동안 약 6000건의 운행을 완료했고 평점은 4.96점이었으며, 이전에 위험한 고속도로 정차나 승객 부상과 관련된 사고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로펌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버는 트란의 "위험한 행동"에 관해 여러 건의 항의를 접수한 바 있으며, 한 이용객은 그가 자신이 경험한 것 중 "가장 안전하지 않은" 운행을 제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버는 이용객들에게 트란의 계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중재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에 따르면 실제로는 트란과 관련된 사건들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톤 판사는 또 우버가 승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운전기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버가 캘리포니아주 고용법 적용을 면제받아 근로자를 독립계약자로 계속 대우할 수 있게 한 '주민발의안 22호(Proposition 22)'를 근거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배상금 중 2000만 달러는 노먼딘과 남편 켄 파커(Ken Parker)에게 딸의 사망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다. 파커는 LA타임스에 "일어난 일은 끔찍하지만 반응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며 "내 반응은 안도감이었다. 공허한 승리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사가 그런 판결을 내린 것은 중요하다. 에밀리 이후에도 추가로 사망 사고가 있었고, 우버가 사업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더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먼딘 역시 "이 판결이 에밀리를 되돌려주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돈을 원한 게 아니었다. 우버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즉 딸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것만 듣고 싶었다. 하지만 우버는 여전히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캐럴 노먼딘은 이번 소송 승리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승소가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LA타임스에 전했다.

우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어떤 가족도 자녀를 잃는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노먼딘-파커 가족과 함께한다"면서도 "중재 절차는 존중하지만, 그날 밤의 비극적 사건에 대해 우버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본 중재인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먼딘-파커 부부는 딸을 기리기 위해 '에밀리 노먼딘-파커 재단(Emily Normandin-Parker Foundation)'을 설립해 라이드셰어 안전 규정 강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배상금을 재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