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9 09:33 AM

"손님이 너무 몰려서" 폐업한 LA 뒷마당 카페…홈키친 열풍의 그늘

By 이재경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라미라다(La Mirada)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한인이 운영하던 인기 카페 '도토리 커피 로스터(Dotoree Coffee Roaster)'가 지나친 성공 탓에 결국 문을 닫게 된 사연을 LA타임스(LA Times)가 18일(금)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번 사례가 LA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정 내 소규모 창업(MEHKO·Microenterprise Home Kitchen Operation)' 열풍의 이면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도토리 커피 로스터는 대니얼 정(Daniel Jung)과 부인 선 박(Sun Park) 부부가 계획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뒷마당에서 운영하던 카페다. 대형 파라솔과 직접 만든 나무 의자, 평상 테이블을 갖춘 이곳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좌석이 가득 차는, LA 카운티에서 가장 성공한 가정 카페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정씨 부부만이 콘크리트 바닥에 물을 뿌리거나 커피를 내리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도토리 커피 로스터(Dotoree Coffee Roaster)
(손님이 찍어 올린 도토리 커피 로스터(Dotoree Coffee Roaster)의 메뉴. 구글)

MEHKO는 LA 카운티 공중보건국(County Department of Public Health) 프로그램을 통해 인가받은 소규모 자택 식품업이다. 비영리단체 '더 쿡 얼라이언스(The COOK Alliance)'의 활동에 힘입어 2019년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처음 법제화했고, LA 카운티는 2024년 5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카운티에서는 400건 넘는 라이선스가 발급됐다.

정씨는 지역 한인교회 목회자로 일하며, 부인과 함께 2000년 서울에서 이민했다. 그는 10년 전 워싱턴주에서 성공적인 로스터리를 운영하는 형의 지도로 팬에 원두를 볶는 것부터 커피 로스팅을 시작했다. 도토리에서는 벨웨더(Bellwether) 로스팅 기기로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산 그린빈을 직접 볶았다.

거리 이름을 딴 대표 블렌드 '오크우드(Oakwood)'와 디카페인 블렌드 '라미라다 선셋(La Mirada Sunset)'을 모두 로스팅 후 일주일 이내에 소진해 판매했다. 흑임자 라테와 오렌지 크림을 얹은 에스프레소 '오렌지 콘 파나' 등이 인기 메뉴였다.

음식은 요리에 재능이 있는 박씨가 맡았다. 한국 베이커리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로 바나나 프렌치토스트, 산타애나 소재 '6100 브레드'의 사워도우를 활용한 토마토 토스트, 홈메이드 베이컨 스캘리언 크림치즈를 곁들인 '봄정원 베이글' 등을 내놨다.

정씨는 "가족의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교회 사역을 해왔지만, 좋은 커피가 목회자보다도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카페는 지난 4월 문을 열었고, 개업 둘째 주말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이곳을 "LA 근교에서 가장 아늑한 장소", "한국의 작은 조각"이라고 평가했다. 나무 소품과 웃는 도토리 모양 쿠션으로 꾸민 이 평범한 가정집이 소규모 로스터리로 변신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운티와 주 규정상 MEHKO는 주당 90끼 이상 판매할 수 없고, 앞마당에 간판을 내걸어 광고할 수 없으며, 전날 조리한 음식을 제공할 수도 없다. 조용한 동네였던 오크우드 레인(Oakwood Lane)에는 도토리의 인기와 함께 주차 문제가 불거졌다.

정씨 부부의 이웃인 마이클 웡(Michael Wong)은 "우리 거리에 집이 없는 꽤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 자리가 다 찼다"며 "특히 토요일 오전에는 교통량이 엄청났다"고 전했다. 그의 부인은 LA와 오렌지카운티 각지에서 찾아온 지인들이 소셜미디어 영상 속 자신의 집 앞 거리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우편함 앞에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어느 날 정씨는 손님 중 한 명이 지역 주택소유자협회(HOA)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씨에 따르면 그는 커피를 마음에 들어했고 이후 부인과 함께 다시 방문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웃들의 도로 혼잡 우려를 전했다. 몇 주 후 HOA는 정씨에게 전화해 주택은 거주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도토리 폐업을 요청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그는 카운티에 문의한 결과 계속 영업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지만, 결국 스스로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거리를 봤을 때 느꼈다. 자동차로 가득 찼고, 사람들이 가족,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그는 카페를 열기 전 HOA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OA 회장은 여러 차례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카페가 문을 닫은 지난 6월 29일 직전 몇 주 동안 정씨 부부는 하루 200개의 메뉴를 판매했고, 다섯 자녀 중 셋이 음식 준비와 손님 응대를 돕고 있었다. 정씨는 "퇴근 후 함께 식사하며 다음 날 전략을 짰다"며 "가족 모두에게 아주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폐업 결정은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불가피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그대로 영업을 계속하는 것은 '도토리'라는 이름의 정신과도 맞지 않았다고 한다. 도토리는 작지만 자라나 풍성한 결실을 맺을 힘을 지닌 존재를 뜻한다는 게 정씨의 해석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라서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우리와 우리 공간을 사랑해준 많은 분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토리는 LA에 수백 곳 존재하는 MEHKO 가운데 폭발적 인기로 어려움을 겪은 몇몇 사례 중 하나다. 지난 1월 문을 연 에코파크(Echo Park)의 가정 카페 '그라나다(Granada)'도 초기 화제가 된 MEHKO 중 하나였다. 공동 운영자 시드니 웨이저(Sydney Wayser)는 개업 첫 달 조용한 앤절리노 하이츠(Angelino Heights) 거리에 수백 명의 손님이 몰려들어 한 이웃이 카운티 보건국에 항의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웨이저와 남편이자 공동 운영자인 아이작 워터스(Isaac Watters)는 MEHKO의 주간 판매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영업일을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영구히 제한하기로 했다.

부부는 손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예약제 도입도 고민했지만, 결국 영업이 자연스럽게 안정됐다고 한다. 웨이저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그냥 걸어서 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웃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기 위해 그라나다에서 이웃 전용 파티를 곧 열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웨이저는 "이런 상황을 견뎌준 것에 감사를 전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도토리의 앞날은 아직 불확실하다. 7월 초 몇 주 동안에도 사정을 모르는 손님들이 거의 매일 카페를 찾아왔고, 정씨는 라카냐다 플린트리지(La Cañada Flintridge)처럼 먼 곳에서까지 찾아온 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무료로 커피를 내주기도 했다. 그는 재개업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한 번에 최대 20명만 받는 예약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부부는 최근 각각 새 직장을 구했고, 동시에 도토리를 위한 별도 매장 공간도 계속 찾고 있다. 정씨는 이웃들에게 집처럼 편안한 카페를 선사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하며 "이번 일로 많은 걸 배웠다. 가장 좋은 것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