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9 08:44 AM

캘리포니아, 커뮤니티칼리지에 4년제 학위 발급 권한 확대…뉴섬 주지사 서명

By 이재경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가 캘리포니아주립대(CSU) 및 캘리포니아대(UC)와 중복되는 학사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두 건에 서명했다고 LA타임스는 18일(금)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캘리포니아 공립대학 체계의 학위 수여 권한에 수십 년 만의 최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서명된 법안 SB 960과 AB 2694는 커뮤니티칼리지가 CSU나 UC에 이미 개설된 학사 학위 과정을 중복해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금지 규정을 폐지한다. 대신 지역 노동시장 수요와 개별 커뮤니티칼리지 학군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한다. 두 법안은 CSU와 UC가 반대 입장을 철회한 뒤 이달 초 주 의회를 통과했으며, 뉴섬 주지사는 별다른 논평 없이 서명했다. 법은 202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LACC
(LA Community College. LACC. 구글)

SB 960은 크리스토퍼 캐발돈(Christopher Cabaldon, 민주·웨스트새크라멘토) 주 상원의원이 발의했고, AB 2694는 데이비드 A. 알바레즈(David A. Alvarez, 민주·샌디에이고), 블랑카 파체코(Blanca Pacheco, 민주·다우니) 주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캐발돈 의원은 법안이 주지사에게 넘어갈 당시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칼리지를 "캘리포니아 고등교육 체계에서 가장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문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법안이 준학사 학위와 수료증, 편입 과정에 대한 초점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알바레즈 의원은 커뮤니티칼리지 학생 상당수가 "일하는 성인, 부모, 돌봄 제공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장거리 통학이나 이주가 어려운 1세대 대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새 법에 따르면 인근 CSU 학위 프로그램의 입학 경쟁이 수년간 극심했거나, 주 노동당국이 해당 CSU 프로그램이 채우지 못하는 지역 인력난을 확인할 경우 커뮤니티칼리지가 이와 중복되는 학위를 개설할 수 있다.

법안은 2021년 제정된 법을 확장하는 성격도 있다. 당시 법은 커뮤니티칼리지가 CSU·UC·사립 4년제 대학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매년 최대 30개까지 신규 학사 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현재까지 60개 이상이 승인돼 호흡기치료, 사이버보안, 수자원관리 등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칼리지 총장 "새 등급 체계, 오히려 장벽 될 수도"

캘리포니아 커뮤니티칼리지 시스템을 이끄는 소냐 크리스천(Sonya Christian) 총장은 회기 막바지에 두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의회를 통과하고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최종안이 커뮤니티칼리지가 새 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데 있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장벽"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천 총장은 지난달 29일 SB 960 발의자인 캐발돈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막판에 추가된 수정 조항들이 커뮤니티칼리지가 원래 지지했던 법안 방향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각 커뮤니티칼리지 학군이 주 전체 다른 학군과 비교해 학생 성과가 어떤지에 따라 개설 가능한 학위 수를 5단계로 세분화해 제한하는 체계다. 그는 한 학군이 성과를 개선하더라도 여전히 상한선에 묶일 수 있고, "단지 주 전체 평균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단과대학 하나뿐인 학군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는 "저렴한 학사 학위 확대가 가장 절실한 지역사회가 오히려 그것을 만들 선택지가 가장 적은 지역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천 총장은 18일 다소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성명에서 "캘리포니아 커뮤니티칼리지는 노동시장 수요를 충족하고 학생들이 거주·근무하는 지역에서 접근 가능한, 양질의 저렴한 학사 학위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캘리포니아 전역 지역사회에서 저렴한 학사 학위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기술적 보완 작업을 주 의회 및 행정부와 함께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CSU·UC는 중립…CSU "학생 중심의 신중한 접근"

CSU와 UC는 최종안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CSU는 초기 법안이 수정된 이후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CSU 대변인은 뉴섬 주지사의 서명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법을 "커뮤니티칼리지의 학사 학위 제공 권한을 확대하는 데 있어 신중하고 학생 중심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법들은 입증된 지역 노동시장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CSU·UC·커뮤니티칼리지 간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면서, 캘리포니아 전역의 이동이 어려운 학생과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UC 대변인은 캘리포니아 3대 공립 고등교육 체계의 협력 방식을 규정하는 주(州)의 마스터플랜이 "오늘날 고등교육 수요에 맞게" 재구상돼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간호학 학사 파일럿 프로그램은 이번에도 거부권

한편 뉴섬 주지사는 별도 법안인 AB 2301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10개 커뮤니티칼리지 학군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간호학 학사 학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뉴섬 주지사가 유사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24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과거 거부권 행사 당시 이런 프로그램이 커뮤니티칼리지가 CSU 등 이미 해당 학위를 수여하고 있는 대학들과 구축해온 협력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천 총장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캘리포니아가 심각한 의료 인력난에 직면한 지금, 저렴한 간호학 학사 학위 취득 경로는 특히 농촌과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