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0 07:38 PM
By 이재경
폭스뉴스는 20일(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연방 우편투표 규정 강화 조치가 2028년 대선 전에 시행될 수 있을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인용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문제는 결국 연방 정부가 우편 서비스를 규제할 권한과 각 주(州)가 선거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권한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우정공사(USPS)에 연방 우편투표 관련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공식 선거 우편물(Official Election Mail)' 표시와 기계 판독이 가능한 고유 바코드가 부착된 표준화된 투표용지 봉투 도입을 골자로 한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우정공사는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투표용지나, 주 정부가 제출한 우편투표 유권자 명단에 없는 사람이 보낸 투표용지를 반송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14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당 규정 시행을 막아온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해제해달라는 행정부 측 요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이 규정이 실제로 도입될 수 있을지가 워싱턴 정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권한이냐, 우정공사 행정권이냐"…엇갈리는 법리 해석
플로리다주립대 로스쿨의 마이클 몰리(Michael Morley) 교수는 폭스뉴스 디지털에 "만약 대법원이 이번 사안을 대통령이 연방 선거를 직접 규제하려는 시도로 본다면, 해당 규정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연방 선거에 관한 헌법상 권한이 없고, 의회 역시 이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법적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몰리 교수는 대법원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반대로 대법원이 새 규정을 우정공사의 효율적 운영과 우편물 안전성 보장을 위한 행정적 요건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규정은 훨씬 통상적인 사안으로 취급돼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수백만 건에 달하는 중요한(즉 선거 관련) 우편물의 배송 절차를 규제할 권한이 우정공사에 없다고 대법원이 결론 내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7대2 결정, 카버노 대법관 '시간 부족' 지적
앞서 연방대법원은 7대2로 트럼프 행정명령의 시행을 막는 금지명령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 새뮤얼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에 가담한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우정공사가 이 같은 규정을 시행할 권한 자체는 있을 수 있지만, 선거일에 임박해 새 규정을 강제로 도입하는 것은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향후 본안 판단의 예고편으로 해석한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스티븐 리처(Stephen Richer) 법률연구원은 "적어도 대법관 6명은 행정부가 본안에서 패소할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공화당 선거 관리 출신인 리처 연구원은 "헌법은 선거 규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선거 운영 방식을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대법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헌법은 선거 관리 권한을 의회와 각 주에 위임하고 있으며, 이번 요건은 우편투표 선거 운영에 추가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대법원 결정을 행정부에 대한 실질적 제동이라기보다 절차상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메리카퍼스트정책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의 채드 미젤(Chad Mizelle) 선임법률연구원은 "이번 표결을 사실상 결정지은 캐버노 대법관은 우정공사가 검증된 유권자 명단과 위변조 방지 봉투를 요구할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법무부 비서실장을 지낸 미젤 연구원은 "캐버노 대법관은 단지 중간선거 전까지 책임 있게 규정을 시행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린 것뿐"이라며 "이는 시점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법리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된 유권자 명단과 위변조 방지 봉투는 기본적인 사안"이라며 "투표용지처럼 중요한 물건에 대해서는 이미 존재해야 마땅하다고 대부분이 여길 만한 수준의 관리 체계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공화당의 큰 패배"…우편투표 부정 논란 재점화
대법원 결정이 향후 규정의 운명에 어떤 의미를 갖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금지명령 유지를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중대한 패배로 규정했다. 그는 결정 직후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은 미국 대법원으로부터 또 한 번 나쁜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판결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을 끌더니, 완전히 부패하고 통제 불능인 우편투표 '재앙'을 해결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일부 댔다"고 적었다. 이어 "이는 공화당과 미국 자체에 큰 손실이며, 급진좌파 '멍청한 민주당원들'이 우편투표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기가 훨씬 쉬워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별적인 선거·우편투표 부정 사례는 그동안 여러 건 있었지만, 이것이 미국 우편투표 전반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폭스뉴스의 설명이다.
우파 성향 맨해튼연구소(Manhattan Institute)의 일리야 샤피로(Ilya Shapiro) 선임연구원(전직 법학 교수)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이번 규정이 실제 영향력을 가진다면,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이 문제가 더 큰 물음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흥미로운 사안이고, 결코 쉽게 결론 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건 우편투표가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규칙을 누가 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주 정부인지, 의회인지, 아니면 상당히 광범위한 일반 우편 관련 법령에 근거해 행동하는 연방 기관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