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0 07:45 PM
By 이재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위험 경고를 "사기(hoax)"라고 일축한 발언이 미 의회 내 AI 안전장치 도입 논쟁에 불을 지폈다고 폭스뉴스가 20일(일) 보도했다. 의회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미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춰 중국에 기술 패권 경쟁의 우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와, 그럼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종말론자처럼 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의원(메릴랜드)도 "트럼프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거의 다 사기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은 AI 업계 최고위 인사 3인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한 이후 나왔다. 이들은 기술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에게 심각한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스로픽(Anthropic)의 일부 연구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AI 개발 속도가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화당 소속 팀 시히 상원의원(몬태나)은 안전장치가 미국의 AI 개발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라며 "AI는 이 시대에 가장 세상을 바꿀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속도를 늦추고 싶지 않다. 우리가 늦추면 중국이 이길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동시에 안전하게 개발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AI 기업들 스스로가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만큼 의회가 이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은 "보통 기업들이 스스로 '우리 제품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미국 국민들이 듣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틴 하인리히 민주당 상원의원(뉴멕시코)도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공화당 동료 의원들이 이제는 의회가 제 역할을 할 때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근 확산된 AI 위험론은 이미 활발했던 의회 논쟁을 더욱 가열시켰고, 여야 의원들이 AI에 안전장치를 부여하고 개발 속도를 통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려는 초당적 움직임도 늘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 안전장치 요구는 미국의 AI 개발 속도가 늦춰지면 중국이 세계 기술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우려와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미국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뿐"이라며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멈추면 중국이 우리 밥그릇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스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개발 속도 조절과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AI 기업들의 진짜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메이스 의원은 "이들 AI 기업 역시 속도 조절의 수혜자"라며 "빅3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와 속도 저하는 이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다음 주 의회를 넘어 백악관으로 무대를 옮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아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AI와 안전 위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속도 조절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는 오픈AI(Open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위해 마련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기술업계 인사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